[전규찬 in 타루트⑩] KBS에서도 이겨야 이 싸움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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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중인 KBS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PD저널=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한예종 방송영상과 교수)] 자꾸 편지 글로 잇는 것 용서해다오. 이제 이 선생은 이런 글이 훨씬 편하단다. 어차피 대단히 명철한 논리가도 아닌, 그렇다고 빼어난 명문 쓸 재량 갖춘 자도 아닌 이 사람에게는, 이런 편지 글이 제격이다.

KBS의 몇 안 되는 내 제자들. 잘 지내고 있니? 몸은 성하고? 아직 이곳처럼 날이 춥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자주 바깥에서 찬바람 맞으며 투쟁하고 해야 하니, 너희 얼굴도 많이 상했을 게 틀림없을 거야. 어찌 몸만 그렇겠니? 마음은 또 오죽 하겠냐.

고대영 사장이 자유한국당을 방패로, 방송법 개정을 발판으로 저리 버티는데. 함께 한다던 자들이 늘 그랬듯 또 파업중단을 선언해버렸는데. 그걸 기회로 수구 기회주의자들은 ‘분열’이니 어쩌니 분열을 획책하는데. KBS에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그런 상태니 보다 강고히 버티고 더욱 분발해야 하는 너희의 속마음은 어떻겠니? 얼마나 힘들고 쓰리겠니? 갑갑하고 분통이 터질 거야. 울화가 치미는 심경일 것이다. 젊은 혈기로서는 도저히 참아내기 어려울 게 분명해. 저러면 정말 안 되잖아.

▲ 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가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PD저널

함께 투쟁에 나섰던 MBC 동지들은 의미 있는 큰 승리 거두었어. 너희도 진심으로 축하해 줬지? 잘 했어. 멋진 일이야. 고영주(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가, 그리고 마침내 김장겸 (전 MBC 사장)조차 해임이 되었어. 그러자 무능한 기회주의자들이 줄줄이 도망치고 있어. 부끄럽게 쫓겨나고 있다고 할까?

동시에, 쫓겨났던 아나운서들의 원직복귀명령으로 내부 변화가 시작되었어. MBC 재공영화의 빠른 움직임이야. 물론, 아직 갈 길 한참 먼 MBC지. 서울은 물론이고, 지역의 문제가 남아 있어. 언론노조 대전MBC지부는 벌써 이진숙(대전MBC 사장) 아웃 때까지 파업을 지속키로 결정했다지?

승리의 자축, 축하 딱 하루로 충분하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의 말이야. 맞아. 아직 첩첩산중 넘어야 할 고개가 많아. 내부 적폐청산 해내야지. 쫓겨난 기자·피디 불러들여야지. 새로운 사장 뽑아야지. 새로이 공영방송 시스템 복구해야지. 그 외에 산적한 게 얼마나 많아.

잘 되길 빌자. 잘 될 거야. 이제 신경 더 쓰이는 건 사실 남은 너희와 너희 동지들이야. 마봉춘·고봉순 중 봉춘이는 현장으로 돌아가. 너희 봉순이만 엉겁결에 남게 되었어. MBC처럼 성과 얻어낼 때까지 계속 가야 하는데, 그게 어찌 말처럼 쉬운 일이겠니.

자유한국당과 고대영이 방송법 개정안으로 낡은 사보타주를 걸고 있어. 그에 맞서는 개정안들이 정치권에서, 시민사회에서 급하게 만들어 제출되고 있다지? 이런 빠른 시속에 남은 자네들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또 황당할까. 내라면 괜히 섭섭하고 속이 많이 상헀을 거야.

그러나 너희와 너희 동료들은 전혀 힘들다 내색하지 않더구나. 오히려 더욱 분발하자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 멋있어. 파업 대오가 더욱 강고해지고 있고,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지? 정말 다행이야. 바깥에서도 더 많은 연대의 힘을 뻗어야 해.

최승호 PD가 페이스북에 이런 짧은 메시지를 남겼더구나. ‘이제 KBS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고마운지. 맞는 말이야. 나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야지. 우리 모두 기세를 모아 KBS 문제에 바짝 집중해야 해. 고봉순도 서둘러 바꿔내야지.

병마와 싸움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매섭게 내질렀어. 하루하루, 시시각각이 중대한 혁명의 시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저들의 반동이 개시되기 전에 빠르게 공영방송 체제, 민주주의 기반을 완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의 메시지를 이렇게 읽어.

맞아. 옳아. KBS 싸움이 끝나지 않은 한 MBC 싸움은 절대로 홀로 끝나지 않아. KBS 싸움에서 이겨낼 때야 MBC 싸움도 비로소 마감돼. 모든 싸움, 끝이 중요한 것. 끝장 보기. 막판 승부. 끝까지 함께 해야만 이겨. 잊지 말아야 해. 싸움의 기술.

맞아. 그랬을 뿐이야.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MBC에 선택적으로 집중한 거였어. 약한 고리에서부터 치는 거지. 그래서 해 냈잖아. 그렇지만 MBC 하나로만 되는 게 절대로 아니라는 거지. 문제는 시스템이야. 지난 두 정권도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움직였잖아.

KBS와 MBC 모두 언론개혁 민주언론의 기틀을 튼튼히 재정비해 내 놓지 않으면 안 돼. KBS와 MBC는 결코 따로 두 방송사가 아냐. 공영방송의 한 몸. 저들에게는 경쟁 대상이지만, 우리에게는 연대 파트너야. 협력 상대지.

패악의 구체제로부터 막 탈피하기 시작한 MBC, KBS 문제를 그대로 두고 혼자만 한 치도 나갈 수 없어. 방송법 개정안 논의도 마찬가지. 함께 나가는 거야. 병진. 지금까지 MBC였다면, 이제부터는 KBS인 까닭이야. KBS에 진짜로 집중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안 돼.

KBS 적폐 청산에 우리 모두의 공력을 집중시키는 것만이 정답. 남은 힘 KBS에 왈칵 쏟아 부어야 한다고. 고대영과 그 일파 ‘국가기간방송’, ‘국가재난방송’으로부터 당장 퇴출시키기 위한 싸움에 MBC 동지들까지 모두 달라붙어야 해. 결집력만이 해결책이 돼.

무섭게 싸움에 집중해야 해. 그러니 너희도 안에서 더욱 힘내자고. 결기 모아 파이팅하자고. 힘들어하지 말고, 외로워하지도 말고. 자랑스러운 선배들을 따르고, 사랑스러운 동료들과 어깨 걸며. 너희가 챙길 후배들의 손을 꼭 잡고 끝가지 싸워 나가자. KBS에서도 이겨 보자고!

이 확약 받아내기 위해 타국에서 편지를 쓰는 거다, 사랑하는 제자들. 너희 중 누군가는 무거운 카메라 내려놓았을 것이다. 또 다른 녀석은 계속해 마이크 곁을 떠나 있겠지? 괜찮다. 카메라, 마이크 보다 앞서야 할 게 있다. 진리, 정의, 책임. 그게 지금 너희의 몫이다.

그걸 너희에게 가르쳤다. 그런 너희가 정의로운 방송, 진실한 KBS, 민주주의의 편인 공영방송을 위한 싸움의 편에 단단히 서있으니, 그 감동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니? 선생의 책임감 더욱 커진다.

김상중 씨가 읽어준 지난 <PD저널>의 ‘세상의 모든 아나운서들 단결하라’라는 글, 실은 너희들 중 한 명을 마음에 두고 쓴 거다. 알고 있었지? 투쟁하는 너희에게 나의 애정과 신뢰, 글로써나마 전하고 싶었다. 투쟁하는 방송노동자 모두에게 보내는 나의 성원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를 반복하는 글을 쓰게 된 연유를 덧붙여야 하겠다. MBC에서 김장겸(전 MBC 사장)이 날아가고 SNS가 온통 축하 분위기일 때, 너희 KBS 선배 기자 중 한 명이 내 페이스 북에 이런 댓글 남겼다. “KBS도 좀 신경 쓰셨으면.” 정말로 신경이 쓰였다. 미안했다.

그래서 또 이리 쓴다. 쓸 수 있는 것밖에 없는 선생. 그래 더욱 신경 쓸 게. 너희만의 일이 아닌, KBS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일 우리 일 함께 책임질게. 약속한다. 그러하니 너희도 몸 잘 챙기고 속 자주 풀면서 지금처럼 당찬 모습으로 손잡고 함께 나가자. 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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