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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검사’여야 하는 이유

'마녀사냥' 가해자를 소환한 KBS <마녀의 법정>의 메시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11.21 13: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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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검찰 내 비리를 수사하는 황시목(조승우) 검사는 어린 시절 뇌수술을 받은 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은 그가 검찰이라는 ‘비밀의 숲’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수사를 해낼 수 있는 장점이 된다.

KBS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마이듬(정려원) 검사가 승소를 위해 뭐든 타협하고 협상하는 속물 검사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성범죄 특별 전담으로 특수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피해자의 상황에 몰입하는 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일단 이겨야 뭐라도 할 수 있다고 뛰어드는 마이듬 같은 마녀가 필요한 이유다. 마이듬은 자신이 찍힌 몰래카메라가 공개될 위협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그걸 승소를 위해 이용할 줄 아는 검사니 말이다.

마이듬 같은 ‘마녀 검사’를 주인공으로 세운 건 그 자체가 얼마나 성범죄를 처결하는 법정이 피해자의 인권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피해자가 오히려 2차 피해를 입고 그것이 두려워 기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한 곳이 성범죄 법정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정도의 ‘마녀 검사’여야 겨우 싸워볼만하다는 것.

다행스러운 건 마이듬 같은 마녀검사 옆에 피해자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여진욱(윤현민) 검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마 검사와 여 검사는 한 조를 이루어 한쪽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이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한쪽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팀워크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마녀의 법정>이라는 제목은 중의적으로 ‘마이듬과 여진욱의 법정’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또 여 검사로 불리는 남자 검사 여진욱을 세운 것도 성평등 관점을 이 캐릭터 이름에서부터 새겨 넣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다.

▲ KBS 2TV <마녀의 법정>. ⓒKBS

하지만 마이듬 검사도 점점 자신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그것은 사적인 문제와 공적인 사안이 겹쳐지는 부분에서 생겨나는 한계다. 즉 어린 시절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검사까지 된 그는 엄마의 실종이 영파시장 조갑수(전광렬)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마녀의 냉정’을 잃어버린다.

결국 조갑수의 간계로 일을 그르치게 된 마이듬은 자신 때문에 모든 책임을 지고 민지숙(김여진) 부장검사가 물러나자 자신도 나와 그와 함께 일을 하며 조갑수를 잡아넣을 궁리를 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그 사적인 한계를 민지숙이라는 관리자를 통해 극복해가는 마이듬은 조금씩 피해자의 입장을 들여다보며 성장한다.

<마녀의 법정>은 사실 그리 큰 기대작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하고 몇 회가 지나지 않아 입소문을 타고 월화드라마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는 작품으로 등극했다. 이렇게 된 건 최근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된 성범죄를 소재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매 회 다양한 사건들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보고 그저 남 일이라 여기며 지나쳤던 성범죄들이 피해자들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여기에 마 검사와 여 검사의 역전된 캐릭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성평등 관점이 들어있고, 그들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가며 보여주는 성장드라마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작품이 시대의 정서를 꿰뚫는 작품으로 입소문을 탄 데는 이런 요소들이 있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마녀’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의 특징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도발적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녀사냥’에 담긴 뜻에는 무고한 여성이 오히려 세상의 비뚤어진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잘못된 관행에 의해 ‘마녀’로 법정에 서게 된다는 함의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마녀가 오히려 그런 세상을 고발하는 검사가 되어 마녀사냥의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운다. ‘법정에 섰던 마녀’에서 벗어나 ‘마녀가 이끌어가는 법정’이라는 도발적인 메시지가 제목에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엔 또다른 의미도 깔려 있다. 세상과 대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녀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이 그것이다. 누군들 그렇게 싸움닭이 되어 살아가고 싶을까. 그러지 않으면 당하는 현실이니 싸워나가는 길밖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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