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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라그나로크', 마블 유니버스의 다음 단계

신지혜 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l승인2017.11.23 17: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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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르:라그나로크> 스틸컷.

[PD저널= 신지혜 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오딘의 영원한 숙적을 처치한 후 승전보를 울리며 아스가르드로 돌아왔지만 오딘은 간 데 없고 로키가 속임수를 쓰며 오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버지를 찾아내지만 이미 오딘의 생명력은 다해가고 있고 토르와 로키는 무섭고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토르의 누나인 죽음의 여신, 최강 전사 헬라의 힘이 막강해지고 곧 그녀가 오게 되리라는 것. 헬라와 토르의 숙명적인 대결이 예상되고 토르는 신들의 절멸,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결국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인가...

토르. 북유럽 신화의 중심에 있는 신. 천둥과 번개의 신으로 불리는 그는 로키가 탐욕스럽고 재주 좋은 난쟁이들을 속여 얻은 묠니르를 자신의 무기로 가지고 있다.

북유럽 신화의 어둡고 깊은, 심연과 같은 대서사 중에서 토르를 빼내 슈퍼히어로로 삼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못마땅하지만 어쨌거나 토르의 개별 영화도 지속적으로 선을 보여 왔고 이번에 개봉된 <토르:라그나로크>는 앞으로 다가올 <인피니티 워> 직전, 개별 캐릭터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듯하다.

솔직히 이전 개별영화들에서 토르는 신이라는 존재에 걸맞지 않게 다른 슈퍼히어로보다 평범해 보이고 일면 큰 매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엔 ‘라그나로크’가 아니던가. 또한 ‘인피니티 워’를 준비하는 시점이기도 하니 토르에게 걸쳐진 막강한 임무가 느껴진다.

재미있다. 영화 자체로도. 그리고 매력적이다. 토르라는 캐릭터가. 진작 머리카락 짧게 자르고 날씬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그랬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구나 오프닝과 종반, led zepplin의 immigrant song이 토르의 전투씬과 기가 막히게 어울려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자, 잘 보았어. 이번 편은 썩 재미있군 그래.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마블(과 더불어 DC)의 영화들은 그리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얼추 10년쯤 됐겠다. <아이언맨>이 영화화되면서 오랜만에 ‘마블’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수 십 년 전 코믹스의 양대산맥인 마블과 DC. 거기에 속해있는 슈퍼히어로들을 우리는 TV시리즈와 영화를 통해 간간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렇게 대중적으로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들이 – 특히 마블의 캐릭터들이 인기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끊임없이 얼굴을 보이며 인기를 끈 것은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스틸컷.

영화를 보고 엔드 크레딧이 오를 때 빠져나가던 관객들은 느닷없이 쿠키영상과 마주치게 되었다. 어라, 이건 뭐지, 하는 의문은, 뒤이어 개봉된 마블의 다른 캐릭터의 독자 영화를 보고 서서히 풀리게 된다.

마블은 그렇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10개년 계획으로 기획하고 개별 캐릭터로, 유닛으로 관객들을 공략하며 <인피니티 워>로 대미를 장식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DC 역시 비슷한 시기, 비슷한 기획으로 DC 익스펜디드 유니버스를 펼쳐나가기 시작했으며 이 역시 <저스티스 리그>를 향한 (이미 part 1은 개봉했다) 대장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단계로 들어섰다.

기획의 힘이다. 마블과 DC. 소속되어 있는 슈퍼히어로들을 따로 또 같이, 모으고 흩으며 독자적인 세계관-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멋진 기획을 하고 차근차근 예정된 시기에 영화들을 개봉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으니. 소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제작비와 스태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텐데.

어쨌거나 이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중심에는 케빈 파이기라는 제작자가 있었고 그가 훌륭하게 브랜드 가디언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기획은 거의 성공했다. (아직 <인피니티 워>가 남아있긴 하나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성공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함께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DC가 <그린랜턴>의 참패 이후 계속 절뚝거리고 있어 못내 안쓰럽긴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기획한 바를 실행하는 것을 보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쩌면 마블과 DC의 이런 행보는 서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슈퍼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코믹 북을 출간할 때부터 이 둘은 서로에게 경쟁자이며 동지이고 숙적이며 친구였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라잡을 상대가 되고 동반자가 되어 이렇듯 멋지게 구축된 세계관을 보여주다니!

이제 각자의 유니버스의 마지막 단계로 들어서는 양대 산맥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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