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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혁의 실종을 우려한다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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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법 개정이 또다시 늦춰질 모양이다. 그것도 아예 가을쯤으로 멀찍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자체 선거에만 혈안이 돼 선거법 외에는 안중에 없는 정치권은 이번 국회 회기마저도 그대로 넘겨버릴 태세다. 늦어도 4월이면 제대로 된 구도 하에서 방송개혁의 새 출발을 볼 수 있으리라는 우리의 기대가 결국 배신당하고 말 처지인 것이다.그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집권여당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수도 없이 조속한 개정을 공약했음에도 이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국의 주도권을 제대로 쥐지 못한 무능 때문인가? 아니면 사안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인가? 한나라당 역시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최근에 와서야 겨우 개괄적인 입장정리에 나서는 나태함은 무엇이며, 재벌과 외국자본의 위성방송 참여 허용 등 구태의연한 주장은 또 무엇인가?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방송개혁 전반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와 능력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양측의 정치적 이해타산이 당분간 현 언론구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여소(與小)의 상황을 무릅쓰면서 구태여 방송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아도, kbs의 사장과 부사장을 동시에 내정해 내려보내는 등 초유의 실리를 취할 수 있다는 여당측의 타산과 바꿔봤자 어차피 자기 정파에 유리할 게 없다는 야당의 산술이 그 근저에 있다는 분석은 과연 잘못된 것인가?방송법 개정은 결코 마냥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그 동안 권력과 자본에 의해 이지러질 대로 이지러진 방송개혁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개정의 지연은 곧 개혁의 지연이며, 그만큼의 세월동안 숱한 파행이 계속되어야 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일그러진 구조를 놓고서 불간섭을 내세우고 자율을 외친들, 결국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여당의 맹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소극적인 불간섭주의를 재고하라. 명확한 방송법 개정 일정과 총체적인 방송개혁의 비전을 제시하라.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이 현 집권세력의 일관된 외침이 아니었는가. 기다리다 지치고 실망한 개혁세력들이 마침내 등을 돌린다면, 뒤늦게 개혁에 나선들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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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최근 우리 방송의 어떤 경향
|contsmark4|우리 tv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밀착 다큐멘터리로 실직자의 아픔에 같이 울더니 곧이어 화려한 코메디 쇼에서 "짤린 주제에 눈은 높아가지고…"라며 시청자를 웃기려 든다.시대적 순수를 확인한다는 한 드라마의 화두가 어느날 "똑 사세요"로 대체된데는 쇼나 코미디가 그걸로 한몫 보려는데 있었다.태종 이방원은 쇼에 나와 별 괴상한 춤을 다 추고, 자유당 시절의 시대적 격변을 헤쳐간다는 주인공은 누구 주먹이 더 센가 내기라도 하려는 것 같다.시사고발 프로그램들도 예외는 아니다.방송3사는 마치 "누가누가 잘하나"에 출연한 아이들 같이 경쟁한다. 비판의식과 고발정신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하니 프로그램의 주제는 항상 "나쁜놈 총집합"에 머무를 뿐 그러한 나쁜 놈들을 배출하는 이 사회의 병리적 구조에 열패감만을 느끼게 한다. imf시대의 단편들을 미시적으로만 파고들뿐 문제의 근원에 대해서는 감히 맞서볼 엄두도 못낸다. ars표 자선프로그램들은 또 어떤가. 그것들은 마치 앵벌이들처럼 "얼마나 모았나"로 성과를 확인하려 할 뿐, 사람들의 불행이 어디서 왔는지에 답하지 못하는 청맹과니일 뿐이다. tv는 날마다 저 혼자 울고 웃다가 어느날은 분노하고, 급기야는 참회의 눈물을 줄줄 흘려대기도 한다.도대체 이 병의 원인은 어디서 온 것일까.그것은 우리 방송이 이 시대의 모순에 대항하려 하지 않고 쉽게 타협하려하거나 도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시대적 소명을 동시에 성취하겠다는 방송사의 의지는 중세의 십자군 운동처럼 다만 시대를 팔아 장사를 하려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을 뿐이다. 그러한 tv의 자기분열적인 징후는 동시에 우리들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의 부재증명이기도 하다. 괴테는 의욕을 보이는 무지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고 했다.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말자.우리가 우리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봐도 웃기는 상황이다.어두운 편집실에서 편집기에 전원을 켜기전에 한번쯤은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에게 방송이란 무엇인가라고.그리고 방송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만일 그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답을 주는 다른 일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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