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이미나 기자] "자유와 평등이 넘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사회, 정말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꿈꿔 봅니다."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제5회 리영희상 시상자로 선정돼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지난 10월 MBC 파업콘서트 무대에 오른 지 약 두 달 만이다.
이용마 기자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 당초 항암제 치료로 입원 중인 그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으나, 시상식 전날 이 기자가 직접 앰뷸런스를 타고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시상식에는 쌍둥이 아들 현재와 경재, 아내 김수영 씨 등 가족들도 함께했다. 이날은 그가 해직된 지 2098일째 되는 날이다.
백영서 리영희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상패를 건네받은 이용마 기자는 "이렇게 뜨겁게 환영해 주시니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늘 이 자리에 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용마 기자는 함께 시상대에 선 아들 현재와 경재를 바라보며 "내가 이 자리에 어렵게 선 이유는 내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다. 아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와 함께 상을 받았고 꽃다발까지 받았으니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아이들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 즐기는 일을 하면서도 존중받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라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런 사회가 되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이용마 기자는 "이제 내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소진됨을 느끼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 보려고 한다"는 말로 최근 펴낸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에 적힌 국민대리인단 실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기자는 이 책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을 성별, 연령별, 지역별, 학력별로 선발된 국민대리인단이 투표를 통해 선출하도록 하자며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는 꼭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이용마 기자는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니까 하늘의 뜻에 맡기고, 또 그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져야 할 겸손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며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MBC 사장 후보에 오른 최승호 PD, 조능희 전 MBC <PD수첩> 책임PD,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을 비롯해 이용마 기자의 입사 동기 등 MBC 구성원들도 대거 자리했다.
또한 이용마 기자와 함께 2012년 MBC본부 파업에 참여했다 해직된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MBC본부 사무처장,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도 자리해 기쁨을 나눴다. 이용마 기자는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환담을 나누며 약 1시간가량 머무른 뒤 앰뷸런스를 타고 입원 중인 병원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