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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빵생활’은 안녕한가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추락한 야구스타'가 건네는 담담한 위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12.05 17: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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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2013년 이른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유행처럼 번지며 건드렸던 건 ‘안녕하지 못한 우리네 현실’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다시금 그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젠 좀 안녕해진 걸까. 아니면 여전히 안녕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걸까.

적어도 신원호 PD가 새롭게 들고 온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보여주는 현실 인식은 후자가 아닐까 싶다.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으니. “당신의 ‘감빵생활’은 안녕하신지요?”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로 따뜻한 휴먼드라마를 그린 신원호 PD가 감방이라는 장르극의 소재를 갖고 왔다는 것에 의외라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 몇 회가 방영되고 이런 의구심은 사라졌다. 역시 신원호 PD답게 감방을 소재로 한 장르극이라고 해도 우리가 기대했던 <응답하라>의 그 훈훈한 인간애 같은 것들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어서다.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굳이 ‘추락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인물의 성장담에 주목하고, 그것을 하나의 판타지로 제공하는 경향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이자 이제 메이저 리그 입성이 예정되어 있던 제혁(박해수).

하지만 삶이란 어느 순간 어떻게 그 방향이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법. 동생을 성폭행하려는 괴한을 때려눕히게 되면서 제혁은 추락의 길로 들어선다. ‘과잉방어’로 구치소에 수감되고, 모두가 풀려날 거라 믿었던 2심에서 범인이 혼수상태가 되면서 1년 교도소 구형이 확정되는 비운을 안게 된 것. 게다가 감방에서 겪은 테러로 인해 그는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생명 또한 끝장나게 된다. 이 정도면 최고의 위치에서 가장 밑바닥의 위치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tvN

그런데 이런 나락을 경험하는 제혁이라는 캐릭터가 독특하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말과 행동에서 신중한 면을 보이는 이 인물은 겉보기에는 어딘지 굼뜬 사회부적응자처럼 보인다(물론 야구는 잘하지만).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그 안에는 오히려 치밀하게 위기 상황들을 대처해가고 심지어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로움까지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추락을 보며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주변 사람들과 달리 그는 냉철하게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거기서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돈을 요구하는 교도관을 오히려 그 비리를 폭로해 옷을 벗게 만들고, 교도관의 사인을 해주다 우연히 발견한 감방 검사 날짜를 미리 알고는 칼을 구한 같은 방 건달(이호철)을 징벌방에 들어가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같은 구치소 동기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수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따뜻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누구보다 억울할 수 있고 모든 걸 잃게 된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제혁은 그렇게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순순히 포기하고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야구선수로서 은퇴선언을 하며 “나 이제 그만 노력 할래”라고 말하는 제혁에게 이 부정적인 현실을 긍정하려는 안간힘이 묻어난다. 사실 그렇게 ‘노력의 아이콘’으로 살아온 삶이 좋지만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감방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들 이야기로 소환된다. 우리가 ‘안녕하십니까’하고 묻곤 하던 현실을 이 드라마는 ‘감빵생활’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중요한 건 그것이 ‘감방생활’이 아니고 ‘감빵생활’이며 그 앞에 ‘슬기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그 힘겨워 보이는 ‘감방생활’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가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조금은 살만한 ‘감빵생활’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해준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래서 제혁이라는 추락하는 인물이 그걸 담담히 받아내고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어떤 위로를 전하는 드라마다. 그러니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을 곰곰이 씹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의 ‘감빵생활’은 안녕하신지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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