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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찬 in 타르투⑫] MBC 사장 대세론과 비토론을 넘어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한예종 교수)l승인2017.12.06 1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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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한예종 방송영상과 교수)] 내일(7일)이면 이우호, 임흥식, 최승호 후보 중 한 명이 차기 MBC 사장이 된다. 그들 중 최승호 PD는 필자가 잘 아는 인물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모두가 차기 MBC 사장의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류 심사 과정에서 떨어진 쟁쟁한 인물들이 이를 방증한다. 차기 사장으로서 누구 못지않은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아쉽게 떨어졌다. 공영방송 MBC를 재건할 양심적, 의식적, 전문적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들을 대신하여, 상식을 회복한 방문진 검증 시스템을 통해, 최종에 오른 후보자들이 바로 저 세 사람이다. 그러하니 뭐 그리 수준에서 차이가 나겠나? 물론, 방문진이 사장후보 정책설명회를 공개했고, 그걸 지켜본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필자도 조금은 차별화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설명회의 성패가 능력과 자질의 절대적 판별 기준이 될 수 없는 것. 필자는 세 명이 내놓은 공약 내용들을 꼼꼼히 비교해 보면서, 그 중 누가 되어도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다. MBC 정상화의 대세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그 전의 국가와 야합한, 권력이 파견한 문제적 인사들과는 모두가 확실히 구별된다. 세 사람 공히 MBC 재신임, 재공영화의 위중한 사역을 중시하고 있다. 위기의 MBC를 구제할 구체적 실행 계획들에 관해서도 꽤 고민한 듯하다.

MBC 제작자의 자율성과 함께 시청자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면서, 민주적이고 대화적인 방식으로, 상식에 입각해, 조직 경영의 능력과 책임을 발휘하겠다는, 믿음이 가는 후보자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릴 것 없이 세 후보에게 공히 지지를 표하는 바이다. 누가 뽑히건, 기꺼이 축하의 인사를 보낸 것이다.

다만, 어느 사람이 사장이 되건, MBC 공영방송 재건이라는, 촛불혁명의 역사적 명령에 겸허히 승복하라. 지난 두 정권에 비겁하고 불량하게 부역했던 치욕과 과오를 깔끔히 씻어낼 수 있도록, 한국사회 언론 민주화의 중추 채널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게끔, 공영방송 독립의 프로그램을 끝까지 제대로 이끌고 가야 한다.

적폐청산, 조직쇄신의 실천으로써 역사에 속죄하는 MBC 중창의 모델을 끝까지 수행해 낼 것이다. 이 공통 조건만 정확히 받아들인다면, 세 명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건 개인적 비토는 없다.

▲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에서 임흥식 후보, 최승호 후보,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임흥식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PD저널

그러면서, 이를 전제로, 필자는 시중에 떠도는 이상한 이야기에 관해 좀 늦었지만 말해 보고자 한다. 실명을 달고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로서는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 PD 출신이자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가 유력한데, 그러나 이 상징적 후보가 반드시 유리하지 않은 것은 그에 대해 ‘비토’가 존재한다는 설이다.

과거에 맡은 <PD수첩>과 소속된 MBC를 통해 보인 스탠스, 그리고 최근의 몇몇 행적과 언사 때문에, 현 정권 지지층 중 일부가 최승호를 재미없어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사장 자격을 시비한다는 것이다.

필자 주변에서 글로써, 말로써 공공연히 회자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 대충 살펴본다. 그랬더니, 그런 대중여론, 여론대중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와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에는 동의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수긍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뭐가 문제인가? 내가 그들의 주장에 대해 이견을 가지듯이, 그들이 최승호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거나 지지를 유보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누구든 회의적일 수 있고, 충분히 냉소적일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체제에 반대한 ‘우리’ 내부에 다양한 의견, 분명한 이견이 있는 게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진보세력 내부의 차이, 부인 못할 자명한 사실이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영웅이 누구에게는 밉상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신화가 누구에겐 역사로 상기될 수 있다.

설혹 파업에서 이기고 김장겸 일당이 쫓겨 가고 그래서 희망이 생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MBC의 복구 가능성에 대해, MBC 내부의 적페 청산 가능성에 대해, 그리고 MBC 내부 ‘기레기’들의 처절한 반성과 변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고 냉소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 소위 최승호에 대한 안티 여론·반대 세력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자신의 판단을 엘리트, 지식인, 정치권 대의권자에게 맡기지 않는다. 특히, ‘기레기’ ‘언론인’에의 위임은 철회한 지 한참 오래된다. 판단하는 주권자, 결정하는 유권자다.

그들은 ‘언론’과 ‘언론인’을 상대로, 공영방송과 MBC에 대해서도, 늘 그러했듯, 지금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발언하려 한다. 그런 정치적 주체인 시민들이 반드시 최승호를 지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판단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설혹 내가 그들과 뜻을 함께 하지 않는 경우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게 필자가 주목하는 비토론의 핵심은 아니다. 이 정도 사실을 적시하는 데 그쳤다면 굳이 이런 글쓰기조차 필요치 않다. 그냥 당연한 걸 시비하는 걸로 무시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은 것은, 최근 이런 저런 채널을 통해 비토론을 꺼내는 사람들의 ‘최승호 비토론’은, 그럴듯하지만 필자가 잘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라기보다는 추리라고 불러야 할, 무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회자되는 비토론은 첫째,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의 부정적 여론이, 둘째, 제도 정치권과 연결되고 또한 정치적인 권세로 작동하여, 셋째, 방송문화진흥회의 사장선임 과정에 직·간접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넷째, 구체적으로는 다섯 명인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의 의중 및 판단에 영향을 끼쳐, 다섯째, 궁극적으로 최승호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으로 구성된다. 반대 여론이 사장 선임 과정 및 결과에의 관여와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다분한 추측성 구조를 띈다.

이에 대해, 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진술뿐이다. 즉, 최승호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유일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나머지 네 가지 고리는 현재로서는 확증이 불가능하다.

‘여의도’와 청와대가, 정권이 움직이고 있는가? 그들의 동향이 방문진을 바깥에서 위압 중인가? 현 방문진 이사들이 그 외부 압력에 굴복해 움직일 것인가? 그래서 결과는 일부 네티즌들의 안티 여론을 반영한 정치권의 의중에 달려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 ‘노’다. 앞으로도 그럴 공산도 현저히 낮아 보인다. 그렇다는 증거가 없다.

만약 있다면 서둘러 제시하시길. 심각한 문제는 서둘러 공론화시켜야 하고, 그래서 시급히 해소를 시켜야 하기에. 그러나 현재 유통되는 소위 대세론에 반하는 ’비토론’은, 필자가 보기에 논리가 빈약하고 비약적인, 입증이 불가능한, 단순 심플한 프레임에 그친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방문진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MBC 사장 선임의 문제를 외부화시켜 ‘대세’ 대 ‘비토’이라는 정황적이고 정서적인 문제로 비틀어버리는 비합리적 틀로 보인다.

정상적 판단의 과정이어야 할 이번 공영방송 사장 선임의 현실을 대세 여론 대 비토 여론이라는 확증 불가능한 이분법 사이에서 맴돌게 한다. 나머지 요인들은 퉁명스럽게 생략해 버리는 담론 틀. 그럴 게 틀림없다는 음모론의 냄새가 짙다.

또 이런 담화구조는 정치권력의 작동을 퇴행적인 것으로 낙인찍는 한계를 지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라면 수긍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자기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으니까. 대놓고 끼어들었으니까. 여론을 국가정보기관을 동원해 조작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현 국가 운영 상태에서도 여전히, 시중 여론과 조응한 국가권력이 호불호의 판단을 갖고 방문진을 통해 개입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정을 좌지우지한다? 너무 거친 국가권력 운행의 그림이다.

결국 세 번째로 저런 비토론은 드물게 열린 기회의 시간에 시민 의견까지 청취하면서 정상적 판단의 과정을 진행해 가는 방문진 이사들을 곤혹케 한다. 그들을 대세를 따르거나 비토를 넘지 못한 집단으로 무력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택, 논의의 과정을 무효화시켜 버린다.

과연 그게 현 방문진의 위상을 이해하는 정확한 시선일까? MBC를 말아먹은 어용기관으로 타락한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일부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 되는 인식의 틀일까?

차라리 흥미로운 것은, 현 MBC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4명의 소위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이 사장투표에 참석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해 의사진행과정을 보이콧 할 것인가 여부다. 후자의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아 보인다. 그 와중에 5명 과반수로 사장을 뽑는, 사실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결정과정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대세 아니면 비토라는 이분법의 구도 설정은 이제 곧 결정될 차기 사장에게 전혀 명예롭지가 않다. 최승호에게 유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똑같이 자격 갖춘 다른 후보자들에게도 공정하지 않다.

방문진은 정상적 토론의 절차를 거쳐, 독립적으로, 그 중 가장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곧 공영방송 MBC 사장의 직역에 선임할 것이다. 세 사람 중 누군가는 정상적이고 민주적이며 상식적인 과정으로 민의를 대리코자 한 방문진에 의해 명예롭게 사장에 선임이 되는 것이다.

그런 기대를 갖고 차분히 지켜보자. 필자의 생각이 틀려, 권력화된 비토론이 실체적으로 존재하고 그에 따라 MBC 사장 선임이 결정되는 게 틀림없다면, 그건 정말 모두에게 큰 불행, 대 절망이다. 그런 일이 없기를. 아니,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에, 이런 저런 식으로 비토론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필자가 알지 못하는, 그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근거를 갖고 있다면 서둘러 유출하길. 필자는 무서운 비토론의 존재를 실감하고, 이런 나이브한 글을 찢어발기며, 부정한 비토론에 맞서 당장이라도 무섭게 싸움에 나설 것이니.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한예종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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