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살고 있는가' 답을 찾아 나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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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SBS 창사특집 <나를 향한 빅퀘스천>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SBS가 창사특집으로 선보인 <나를 향한 빅퀘스천>(4부작)이 지난 3일 종영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일과 사랑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짝과 사랑', '부부', '일'은 한 사람의 인생을 중요하게 차지하는 부분인 만큼 ‘나는 행복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방송이 갈무리됐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이기에 풀어내기 어려웠을 법도 했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각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았다.

SBS가 그간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는 데 강점을 발휘해온 만큼 <나를 향한 빅퀘스천>에서도 이를 잘 표현해냈다. 주제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상황과 연령대를 고려한 프리젠터들을 앞세워 교양 프로그램의 강약을 조절한 것이다.

‘짝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 1~2부에서는 30대 초반에 들어선 배우 윤시윤이, ‘부부’에 관해 다룬 3부에서는 결혼 16년차 배우 장현성 부부가, 4부 ‘일과 천직’에서는 연기경력 33년차인 배우 김상호가 프리젠터로 나섰다.

▲ SBS 창사특집 <나를 향한 빅퀘스천> 방송 화면. ⓒSBS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프리젠터들은 인도, 일본, 영국, 중국 등을 직접 돌아다니며 각국의 연애와 결혼의 독특한 문화를 직접 마주했다. 프리젠터가 전한 인도의 가족맞선과 사랑탐정, 영국의 오감미팅, 중국의 러브헌터는 우리네에게 낯선 풍경이었다.

사랑탐정은 연애결혼의 급증과 함께 사기 결혼이 성행하면서 생긴 직업으로, 결혼 상대의 거짓을 살폈다. 본능에 끌리는 상대를 찾기 위해 오감을 활용해 미팅을 하거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조건에 부합하는 짝을 러브헌터를 통해 찾았다. 일본에 사는 나카지마 씨는 인형 메구미를 진짜 사람처럼 대하며 함께 살고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나를 향한 빅퀘스천>은 결혼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프리젠터 장현성 부부는 폴리아모리, 코페어런팅, 일주일에 3일만 동거하는 가족 등을 만났다.

장현성은 폴리아모리 부부를 처음 만나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폴리아모리'는 서로의 동의하에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폴리아모리 가족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강조했지만 장현성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반사회적인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프리젠터들이 직접 낯선 상황을 마주하는 동시에 관찰자로서 질문을 던지면서 시청자들이 가질 법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프리젠터들은 배우이기 이전에 개인의 삶의 경험과 맞닿아있는 주제에 참여하면서 한국사회가 지닌 연애관, 기존 부부관계와 제도의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공고하게만 느껴진 결혼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는 다양한 방식과 형태가 존재할 뿐 아니라 출연자 역시 ‘개인의 선택’으로서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제작진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일을 주목한 데에는 그만큼 삶이 팍팍해졌음을 방증한다. ‘가치’를 되짚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고, 막상 가정을 꾸렸다고 해도 획일적인 잣대와 기준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삶을 돌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사회가 개인화되고 있다지만, 정작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한 삶을 살아내기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나를 향한 빅퀘스천>은 시청자에게 ‘일과 사랑’이라는 가치가 무엇인지 반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사회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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