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프로그램, 성 역할 고정관념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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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여성 신체 부각한 선정적인 화면 버젓이 방송... "강력한 유인책 필요"

[PD저널=김혜인 기자] 예능, 드라마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도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캐릭터의 고정성과 외모지상주의, 여성 신체를 선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6일 열린 ‘양성평등 미디어 문화 확산 토론회’에서 공개된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결과다. 서울 YWCA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한 토론회는 양성평등 주제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듯 행사가 열린 YMCA 대강당은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양성평등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 황경희 서울YWCA 간사는 “모니터링 기간 살펴본 79개의 어린이 프로그램 (143편)에서는 등장인물의 외모와 성격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요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어린이 프로그램은 등장인물이 매 회 같은 의상을 입고 나온다는 점에서, 성별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등장인물의 외모와 의상은 어린이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모니터링은 지난 3월부터 9개월동안 예능·오락 부분, 드라마, 어린이 프로그램,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공공기관 홍보문 등 총 6개 분야를 대상으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성 관념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상당 부분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황 간사는 디즈니 주니어<코코몽3>, EBS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을 예로 들며 “여성 캐릭터가 ‘어제보다 몸무게가 0.3333kg이나 쪘어’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여성은 항상 낮은 몸무게를 유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라며 “변신 장면이 포함된 애니메이션에선 여성 캐릭터의 허리와 엉덩이를 지나치게 부각해 선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6일 EBS에서 방영된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의 여성 캐릭터 변신 장면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결과, 황경희 간사의 발표자료

광고에서는 제품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이 뚜렷하게 나뉘었다. 광고품목 중 자동차/정유 부분에서는 남성 출연자의 비중이 72.9%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생활/가정용품, 화장품, 제작/의료/복지 분야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자동차 광고의 경우, 동일한 제품 광고이지만 남성 출연자는 ‘박력’이란 키워드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속도를 즐기는 모습을 담았지만 여성 모델의 경우엔 운전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연출하고 ‘안전’을 강조하는 키워드를 넣었다.

프로그램 제작자들 대상 ‘강력한 유인책’ 필요

이어지는 토론 시간에 토론자들은 입을 모아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젠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정진숙 활동가는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음악 방송에서 카메라 각도를 여성 출연자의 속옷이 보일락 말락 하게 잡는 것 등 대중은 선정적이고 차별적인 콘텐츠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며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에게 인권 감수성과 성인지적 관점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정진숙 활동가, 정덕현 문화평론가,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 소장, 김민지 EBS PD, 안기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장, 유샛별 여성가족부 사무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인식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시청자들의 성 감수성이 높아져 여성의 주체성이 강조되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지만 멜로로 가는 순간 고정된 성역할로 돌아가게 된다” 며 “오래된 성 차별적 요소들을 내재화한 문법을 깨뜨리기 위해 시청자 스스로 이런 드라마 문법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걸 인식해야 제작자들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지 EBS <까칠남녀> PD는 제작자들을 상대로 한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했다.

김 PD는 “심의를 거쳐 권고를 주는 것보다 양성평등 제작물 제작지원 등이 좋은 유인책이라 생각된다”며 “안티 성평등 어워드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 그 해에 성 차별 요소가 가장 많이 있거나 혐오가 표현된 콘텐츠를 뽑아 시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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