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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고향에 있다

[김욱한의 촌방촌설(村放寸說)] 충북MBC <고향생각> 김욱한 포항MBC PDl승인2017.12.08 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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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욱한 포항MBC PD] 정상적이지 않음을 비정상이라고 해야 할까, 비상이라고 해야 할까. 비정상과 비상의 중간 어디쯤에 자리할 법한 격동의 날들이 한국 방송계를 휘감아 지나가고 있다.

이 와중에도 지역 방송은 여전히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돌고 있었다. 아니 비칠거리는 걸음이 구차하게 이어졌고 그 뒤에는 어지러운 발자국들만 지저분하게 남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3년이 다 되어가는 이 칼럼도 갈 곳 못 찾고 허방다리 짚으면서 허위허위 여기까지 왔다.

리뷰 형식의 지역프로그램 비평을 흔들림 없이 쓰고자 했던 거창한 포부로 시작한 <촌방촌설>이 지금 와서 돌아보니 나의 개인 넋두리가 지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우스운 꼬락서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부끄럽다. 그래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파업 전부터 리뷰를 해오다가 잠시 미뤄뒀던 MBC충북의 <고향생각>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처음의 각오와 형식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나의 다짐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고민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다. 제작PD와의 인터뷰는 대부분 메일을 통한 서면 문답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번에 회신을 보내온 MBC충북의 김영수PD는 그야말로 폭포수 같은 분량의 답변을 보내온 것이다. 내가 덧붙일 혹은 더 분석할 여지가 거의 없는 완결적인 훌륭한 내용의 답변이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인터뷰의 형식을 그대로 살려서 김영수 PD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직접 전하는 것이 더 전달력이 높으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 충북MBC <고향생각> 촬영 현장.

<고향생각>이라는 타이틀과 ‘촤충우돌 삼남매의 고향 살아보기!’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이 방송이 지향하는 장르와 소재와 내용이 머릿속에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눈치 챘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고향이다. 고향 마을에서 만나는 이웃들과 산천 그리고 먹을거리와 논밭 이 모든 것들이 주인공이다. 고향 마을과 주민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로 인정하고 방송의 한 가운데에 위치시키는 미덕을 보여준다.

지역 방송만이 실행하고 결단할 수 있는 기획이다. 물론 그렇다고 MC 3인방의 활약이나 캐릭터가 부족할 거라는 오판은 금물이다. 두 명의 가수와 한 명의 연기자로 이뤄진 MC들의 케미는 서울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진들보다 더 찰지고 정겹다.

어쨌든 나의 글을 빌리기보다는 김영수 PD의 입을 빌리는 것이 프로그램의 막전막후를 이해하기 더 편할 것이다. 애초에 계획했던 리뷰와 비평의 형식이 인터뷰로 바뀐 점에 대해서 양해와 기대를 모두 당부 드리면서 내용을 정리해서 옮긴다. 필자의 판단에 따라 인터뷰 내용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일정 부분 가감첨삭이 있었음도 밝힌다.

-지역방송의 제작 환경에서 인력의 한계는 늘 고민이 되는 지점입니다. 2인 연출 시스템이 힘들지는 않습니까?

당연히 힘든 작업입니다. 조연출 시스템이 없는 지역방송의 특성상 PD의 책임감과 노동력이 절대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실 사명감과 현장의 좋은 분위기입니다. 저희는 1박 2일간 촬영을 나가 2편을 녹화해오는 방식입니다.

사실 1박 2일간 호흡을 맞추다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정신적 스트레스는 크게 받지 않습니다. 대신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섭외가 틀어지거나, 출연자의 건강문제, 날씨 문제 등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어떻게든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이 <고향생각>의 가장 힘든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MC 3인의 개성이 돋보이고 호흡이 좋은 것 같습니다. MC들의 캐릭터와 장점을 소개해주신다면?

고향생각은 기획단계에서 MC의 역할을 분명히 정해두었습니다. 예능의 형식을 빌려와서 주도자, 희생자, 협조자의 역할을 분명히 했습니다. 

예능의 플롯은 ‘경쟁’을 모티브로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향 마을은 경쟁보다는 공존 공생의 가치를 아직 지키고 있죠. 그래서 우리 MC들은 착합니다. 경쟁의 구도를 PD가 요구해도 이들은 이내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보입니다.

세 사람의 장점을 읊는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수 이병철 씨의 장점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입니다. 정말 진심으로 열심히 합니다. 가끔 제작진이 걱정할 정도로 프로그램에 진심을 다해 임합니다. 그래서 고향마을의 어머니, 아버지일이라면 두 팔 걷고 나서는데 이때는 제작진도 못 말립니다.

연기자 김보원 씨의 매력은 “잘 먹는다”입니다. 방송을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끝내주게 먹습니다. 갓 나온 두부의 뜨거움을 그렇게 잘 표현하며 먹는 방송인은 손에 꼽힐 정도일 겁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참 좋아합니다. 소위 말하는 ‘걸 크러쉬’가 있죠.

가수 강수빈씨는 노래를 끝내주게 부릅니다. 국악과(중앙대) 출신이라 그런지 시원시원하게 내지릅니다. 한여름 농사일에 지친 고향 어르신에게 강수빈의 노래는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같습니다. 민요를 주특기로 하는 수빈의 노래는 농촌에서 인기 짱입니다.

▲ 분장하고 있는 충북MBC <고향생각> 출연자.

-기존에 있어왔던 수많은 농촌 탐방 프로그램들과 <고향생각>의 차별성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지요?

철학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고향의 가치를 ‘부모님’으로 봤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모님에 대한 부채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고향집을 방문했을 때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라는 인사를 먼저 하는지도 모릅니다. 불효에 대한 부채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그분들의 말씀을 들어드리는 거였죠. 우리가 1박2일 촬영을 고수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마치 외가에 온 손자의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는 거죠.

-KBS <1박 2일>의 흔적이 조금 느껴집니다. 연출자의 생각은 어떤지요?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단계에서 가장 많은 조사를 한 것도 1박 2일이었습니다. 1박2일과 관련된 논문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1박2일은 명확한 대립항이 있습니다. ‘도시 VS 자연’ ‘똑똑한 연출팀 VS 어리석은 출연자’ 등등의 공식이 숨어있었습니다. 이런 대립이 고향생각에도 많이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차별점도 적지 않습니다. <1박 2일>이 자연으로의 여행이면 <고향생각>은 농촌에서 살아보기가 주제입니다. 또한 <1박 2일>은 ‘스타’를 중심으로 한 서사구조이고 <고향생각>은 ‘어르신’이 중심인 서사구조입니다. 그리고 <1박 2일>의 가학적인 오락성을 배제하려는 노력도 강합니다. 우리 시청자들은 가학적 벌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관찰하고 기다리는 노력과 연출을 통해 현장을 이끌어가려는 욕심이 상충하는 것이 요즘 예능PD들의 고민일 겁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을 소개해 준다면?

시간의 싸움입니다. 리얼리티는 기다려줘야 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틀 만에 2회 분량을 뽑으려면 결국 연출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스케줄에 맞춰 촬영을 합니다. 결국 안 되면 연출이 들어가는 거죠.

무엇보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리얼에 익숙하지 않아 애를 먹습니다. 또박또박 하나씩 촬영을 해오던 지역방송의 기존 제작 기법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촬영팀과 사소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출연자들의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촬영장에서 PD는 등불 같은 존재인데 그 불을 꺼버렸으니 당연히 우왕좌왕합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만 꼭 필요한 부분에서는 연출자가 개입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소재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했지만 편집과 후반 작업은 예능의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스스로 평가를 한다면?

이 부분이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사실 TBC의 <싱싱 고향별곡>을 보면 굉장히 담백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좀 강한 향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고백하자면 기존 지역방송의 흐름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요즘의 트렌드를 많이 차용했습니다. 아마도 제작진이 젊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가끔 편집을 하면서 트렌드를 따라잡았다고 생각되면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갈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막내였던(?) PD 두 명이 처음부터 기획하며 만든 프로그램에 우리가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을 마구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식의 농촌예능이 MBC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PD가 적극적으로 촬영 현장에 개입하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1박 2일> 등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제작 방식이기도 한데, 의도한 방향이나 이유가 있다면?

요즘 트렌드를 따라 PD가 깐족거리며 나옵니다. 제3의 출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작위적인 구성이 많습니다. 어떤 마을이건 가서 찍을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 출연자를 배치시키기 위해서는 당위성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출연자가 의도를 설명하고 농사일을 돕자, 게임을 해보자고 해도 부자연스럽습니다. 티가 팍팍 나거든요. 그래서 PD가 마치 출연자를 괴롭히듯 미션을 부여합니다. PD에게 시선이 쏠린 사이 다음 이야기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진행합니다. 그리고 삼남매의 힘의 균형을 위해서는 이를 뛰어넘는 제3의 출연자가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이 출범하고 1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시청자들의 반향을 느끼시나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놀랐습니다. 충북MBC의 대표브랜드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사전답사 때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에게 “MBC에서 토요일 아침에 하는 거, 왜 뚱뚱한 처자 나오는 거”라고 하면 어르신들이 다 알아챕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 <고향생각>이 오는겨?”하며 좋아하십니다.

입사 11년 만에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입니다. 두루뭉술한 충청도 사람들에게 이정도 반응은 놀라운 거거든요. 심지어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선 우리 MC들을 알아보고 사인에 사진까지 부탁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답변에서 느껴지듯이 <고향생각>은 기존에 있었던 수많은 시골탐방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성취를 보여준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지만 새로운 조합은 늘 있어왔다. <고향생각>이 그러하다.

반듯하고 참한 것들을 모아서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밥상을 차린 것처럼 대한민국 모든 농촌 프로그램의 장점들이 소복이 모여 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그리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미덕도 발휘된다.

그 결과는 늘어지지도 않고 불편함을 동반하지도 않는 편안함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 이런 노력이 가져온 성과로 <고향생각>은 케이블채널에 판매되어 방송되고 있기도 하다. 이 또한 고향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리라.

김영수 PD는 파업 이후 아침 생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다. 본인이 기획하고 정성을 들인 프로그램을 떠나는 것은 늘 어느 정도 서글픔과 아쉬움을 동반한다. 다 키운 자식 분가시키는 기분 혹은 기껏 잘 꾸며놓은 신혼집의 전세를 빼는 심정과 비슷하리라. 하지만 어쩌랴. 방송은 끝없고 인생은 유한하니 말이다. 그저 만들 뿐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이렇게도 저렇게도 이것도 저것도 마다하지 않고 만드는 이들이 바로 지역PD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지역PD는 단언컨대 없다. 애초에 하기 싫은 방송은 없다는 그 각오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초심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본다.

격동의 시절에 격변이 동반되길 기대한다. 특히 지역에서 말이다. 지역방송의 변혁을 위한 여러 제안과 실천이 등장하고 있음을 조금씩 체감하는 요즘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희망적인 기대가 크다. 그러나 우려도 떨쳐지지 않는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지식과 주장을 새로운 트렌드 단어 몇 개로 재포장하려는 유아적인 시도들은 20년 넘게 늘 들어오던 위기론과 그 대응에 관한 케케묵은 우화가 무한 반복되는 현상의 연장이 아닐까 염려스럽다. 그 사이 핫한 트렌드 단어들 몇 개만 바뀌었지 그 본질을 들추어보며 결국 친자본주의적인 경영 트렌드에 합류해서 철저히 기업의 마인드로 이윤을 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간증을 자본가가 아닌 우리 노동자들이 스스로 먼저 고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오늘은 답은 고향에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거창한 이론 없이 만드는 고향의 방송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나는 믿는다. <고향생각>이 걸어왔고 또 앞으로 걸어갈 길이 지역 방송의 길이라고 믿는다. 모든 지역 방송사들은 고향의 터전에서 고향의 어르신들과 함께 부대끼며 방송 제작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 보다 더한 축복도 없지 않을까. 정을 주고 명을 받아야할 시청자들이 바로 우리 고향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중앙의 방송사들이 절대 누릴 수 없는 복락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 지역 방송인들은 모두 마음속에 ‘고향 생각’ 하나쯤은 늘 지니고 있어야한다. 프로그램 타이틀이 무엇이든지 장르가 무엇이든지 지역 방송은 결국 ‘고향’을 ‘생각’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s. 지역방송의 새 틀을 만들자는 이들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백가쟁명이라고 평하더라도 나도 의견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먼저 룰을 바꿔야한다. 룰에서 살아남는 노력보다는 룰을 의심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이 정한 룰, 자본이 유혹하는 룰, 권력이 강요하는 룰을 촌에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권력과 자본이 쳐 놓은 그물을 벗어나서 날아오르는 새처럼 상상의 날개를 펴야한다. 제4차 혁명이니 디지털퍼스트니 하는 말장난보다 지역퍼스트의 룰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과 MBC의 사규에 명시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과한 상상인가.


김욱한 포항MBC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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