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 환영 속 첫 출근 "기쁘지만 마음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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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MBC 사장 환영 속 첫 출근 "기쁘지만 마음 무겁다"
"해고자 6명 전원 복직" 노사 공동선언 발표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7.12.0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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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MBC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로 첫 출근해 내부 구성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PD저널=이미나 기자] "기분이 이상하네. 예전엔 여기서 (구호를 외치듯 팔을 흔들어 보이며) 이것만 했는데…"

8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1층 로비. 삼삼오오 모여든 MBC 구성원들은 최승호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미소를 띤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한 구성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기분이) 담담했는데, 아침이 되니 기쁘더라"고 말했다. 최승호 사장의 출근이 임박한 오전 9시경에는 약 200명의 MBC 구성원들이 로비로 모여 들었다.

최승호 사장이 걸어오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이들은 박수로 새 사장을 맞이했다. 문 밖에서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 위원장을 비롯한 옛 동료들과 악수를 나눈 최 사장은 이들과 함께 로비로 들어와 준비된 연단에 올랐다.

최승호 사장은 자리에 모인 구성원들을 향해 "너무 감격스럽고 고마운 순간이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긴 세월 변함없이 싸우느라 애쓰셨다. 앞으로 여러분이 가슴에 품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최승호 MBC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로 첫 출근해 김연국 MBC본부장과 함께 해고자 복직을 골자로 하는 노사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김연국 MBC본부장도 "오늘 이 자리는 여기 계신 MBC 구성원들 모두가 시청자의 응원에 힘입어 함께 싸우고 만들어낸 자리"라며 "최승호 사장이 (MBC가) 공영방송의 본산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최승호 사장은 김연국 MBC본부장과 노사 공동 선언문을 번갈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최승호 사장을 포함해 2012년 170일 동안 이어진 MBC본부의 총파업 과정에서 해직된 6명을 전원 복귀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언문을 낭독한 최 사장은 "(사장실에 올라가) 이들의 해직을 무효화하는 품의를 올릴 것을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최승호 사장과 김연국 MBC본부장이 낭독한 <해고자 복직 MBC 노사 공동선언>의 전문이다.

"문화방송 노사는 지난 9년 방송장악의 역사를 청산하고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으로 노동조합의 공정방송 요구 파업 과정에서 불법으로 해고된 해직자 전원의 즉각 복직에 합의했습니다. 문화방송 노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 8일자로 전원 복귀시킨다."

14층 처음 올라와본 MBC 구성원들 "우리도 신기"

▲ 최승호 MBC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로 첫 출근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날 최승호 사장은 일반 직원용 승강기를 타고 구성원들과 함께 14층 집무실로 향했다. 그동안 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주로 임원용 화물 승강기를 이용해 왔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또 2012년 해직된 최승호 사장으로서는 상암동 MBC 사옥 내부로 들어오는 것부터가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사장은 이동하기 전 "온갖 단절과 소외의 상징을 철폐하는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나도 (상암동) MBC를 못 들어와 봐서 14층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겁이 나서 여러분과 함께 올라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14층 집무실에서도 먼저 최 사장은 승강기에 동승한 이들과 둘러앉아 잠시 환담을 나눴다. 그 사이 올라온 구성원들은 최 사장 자리에 앉아 인증 사진을 찍거나, "여기는 처음 와 본다"며 신기하다는 듯 14층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이를 두고 한 구성원은 "예전 여의도 사옥 시절에는 사장이 결혼하는 직원들을 사장실로 불러 축하도 하고 그랬는데, 몇 년 간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사장은 임원진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전 경영진들과 대립하다 징계를 받은 내부 구성원들이 인사위원회가 열릴 때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외부 취재진을 비롯한 모두에게 개방됐다. 이를 두고 김연국 MBC본부장은 "그동안 14층은 폐쇄와 권위의 상징이었는데, 이제 변화하는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 최승호 MBC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로 첫 출근, 14층 집무실에서 승강기에 동승했던 구성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날 최승호 사장은 빠른 시일 내에 각 부문별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그에 앞서 함께 내부 조직을 이끌어갈 이들을 선발해 MBC를 다시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언론 대상 간담회도 열어 산적한 MBC의 과제들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과 대안을 설명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승호 사장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성원들과 (14층에) 올라와 보니 너무 좋지만, 사장으로서는 마음이 무겁다"며 "당장 MBC를 살려야 하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또 (그동안 MBC가) 국민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내부 소통의 강화도 강조했다. 최 사장은 "앞으로도 내가 먼저 (내부 구성원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나뿐만 아니라 인사를 통해 세운 조직 리더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며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듯, 내부 소통도 지금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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