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밤의 일상이 된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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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의 일상이 된 ‘나 혼자 산다’
[김교석의 티적티적] '1인 가족' 관찰 예능 넘어 정서적 교감까지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7.12.11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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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현재 방영되는 프로그램 중 가장 친밀한 예능은 무엇일까. 지난 10여년을 함께해온 <무한도전>이나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 같은 <1박 2일> 같은 대형 주말예능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특정 세대의 특정 감성을 공략하는 <불타는 청춘> 혹은 <정글의 법칙> 같은 프로그램들도 생각난다. 짧은 호흡이 아쉽긴 하지만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나 JTBC의 몇몇 예능도 그렇게 여겨질 것들이다.

그런데 지난 2달여의 MBC 파업 기간 동안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확실히 찾을 수 있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여유로운 금요일 밤, 가장 편안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루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더 이상 연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형 예능이 아니다.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연예인의 모습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을 드러내며 교감하는 방식은 이제 MBN <비행소녀>나 SBS의 가족예능의 몫이다.

<나 혼자 산다>는 예전에 이성재, 김태원, 노홍철이 등장하던 시기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고, 육중완이 출연하던 때와도 큰 차이가 있다. 지난 4월, 4주년 제주도 여행을 기점으로 전현무, 한혜진, 박나래, 이시언, 헨리 체제가 단단해지면서 1인 가족 관찰을 넘어선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오늘날 <나 혼자 산다>는 누군가의 일상을 ‘엿 본다’기보다 ‘함께하기’에 가깝다. 출연진들이 다 같이 여행을 가는 등 다 같이 어울리는 에피소드가 늘어나고, 각자 찍어온 영상을 다함께 보면서 이야기판을 벌인다. 그런데 최근 에피소드들은 철저하게 기획된 이벤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래바에 초대된 기안과 충재, 뉴욕에 간 한혜진, 홀로 한강 나들이를 나간 헨리, 부산친구들이나 비를 만나는 이시언 등 최근 에피소드들은 과거 연예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과 달리 대부분 기획된 볼거리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런 볼거리들이 일상의 공감대, 정서적 교감이라는 <나 혼자 산다>의 재미 요소에 위배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온다.

▲ MBC <나 혼자 산다> ⓒMBC

이는 관찰이란 코드와 형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혼자’라는 개념이 ‘우리’ 혹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확대된 까닭이다. 이런 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무지개 회원들 간의 교류와 스튜디오 토크다. <나혼자 산다>의 토크는 우리네 주변 친구들의 모임과 정확하게 대칭을 이룬다.

함께 영상을 지켜보는 행위는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끼리 오랜만에 카페나 술집에서 모여 수다를 떠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촬영해온 영상은 각자가 들려주는 그간의 근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자리에 시청자들은 당연히 매주 초대된다. 원래는 리액션을 위한 부차적인 장치로 마련됐지만 출연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처럼 관계망이 형성되었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 또한 주변 친구들과 나눔직한 평범한 것들이다. 회식이나 단체 카톡방 관련한 이야기, 몇몇이서 술자리를 가진 이야기, 연애의 시작과 끝, 기안과 나래, 충재의 썸, 전현무가 이시언에게 TV를 물려준 이야기, 친한 친구들을 소개(이시언의 부산 친구들과 비) 등등 같은 기간 꾸준히 시청한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일부를 공유한다.

박나래를 둘러싼 썸은 방송을 위한 이벤트와 실제가 혼재하는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뉴욕에서 만난 한혜진은 방송인으로 활동하기 이전 그녀의 치열했던 젊은 날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은 출연진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들이 어울려 사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면서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공유의 정서가 싹튼다.

물론, 전혀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우린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에 이렇게 빠져들었다. 실제 친구도, 내 일상과도 관련 없지만 TV를 시청하면서 그들은 내 친구이자, 내 일상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다만, <나 혼자 산다>는 유사 가족 커뮤니티라는 무대를 마련하고 초대하는 리얼버라이어티와 달리 누군가의 실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친근함이 더욱 특별한 점이다.

그렇다보니 MBC 파업 기간 동안 가장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예능이 <나 혼자 산다>였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박나래의 썸은 진전이 되었을까, 또 한 번의 열애 관련 뉴스는 과연 전현무에게 기회가 될 것인가. 문득문득 이들의 현재가 궁금해지곤 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이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그 여유와 분위기. 그리고 그 모임에 기꺼이 함께하고 싶게 만드는 재미가 <나 혼자 산다>가 현존하는 가장 친근한 예능이라 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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