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드라마, 신인 작가 활약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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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한령' 여파 속 '비밀의 숲' '쌈, 마이 웨이' 등 호평

▲ tvN <비밀의 숲> 스틸컷.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올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케이블채널에서 드라마를 쏟아냈지만, 이른바 ‘대박 드라마’를 찾기 어려운 한 해였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들어선 데 이어 지난해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나서며 사전제작 열풍에 불을 지폈지만, ‘한류 드라마 제한령’ 이후로 ‘적신호’가 켜졌다. 드라마 제작에 투입되던 대규모 자본 투자나 국내 드라마의 전반적인 수출 통로가 막힌 것이다.

중국발 ‘한한령(限韓令)’ 규제로 국내 드라마 업계는 올해까지도 주춤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신인 작가의 약진은 돋보였다. 올 초까지 방영했던 김은숙 작가의 tvN <도깨비>를 제외하고 신인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가 시청자의 관심을 받은 것이다.

SBS <별에서 온 그대>(2013) 이후로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는 회당 40만 달러(약 4억 6000만원)로 중국 판권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100% 사전제작제로 만들어진 김은숙 작가의 KBS<태양의 후예>(2016)는 한류 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 심의를 한 영상물에 한해 방송과 인터넷 게재를 허용하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전 제작됐고, 그 결과 국내에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시에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까지 ‘태후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으로 드라마 업계는 그 여파를 올해에도 감당해야 했다.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 SBS<사임당-빛의 일기>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이 중국 수출을 기대하며 사전 제작됐지만, 결국 국내에서만 방영됐다.

국내 드라마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은 오히려 신인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기회로 작용했다. ‘스타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가 화제성을 일으키던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신인 작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실험과 참신한 소재를 내세운 작품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은 것.

▲ KBS 2TV <쌈 마이웨이> 스틸컷. ⓒKBS

특히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있는 시청자들을 위해 스릴러와 미스터리 요소를 적극적으로 변주한 장르물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tvN<비밀의 숲>‧<부암동 복수자들>, KBS<추리의 여왕>‧<쌈, 마이 웨이>‧<저글러스>, OCN<터널> 등이 있다. 그간 방송사와 제작사가 ‘한류 드라마’를 통해 부가수익을 얻기 위해 기성 작가와 스타 배우 위주로 드라마를 제작해오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비밀의 숲>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검찰 스폰서 살인 사건’이라는 큰 줄기를 중심으로 흡입력 있는 전개와 탄탄한 구성으로 극을 전개해 호평을 받았다. 수익적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비밀의 숲>은 국내 방영 당시인 지난 6~7월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서비스됐다.

넷플릭스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 190여개국에서 공급하는 대가로 회당 20만 달러에 <비밀의 숲> 판권을 구매했다. 16부작 전체로는 총 32만 달러(한화 36억 원)에 달한다. 지난 4일에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평론가 마이크 할이 <비밀의 숲>을 한국 드라마로 유일하게 ‘우수 드라마’로 선정해 화제가 됐다. 이 밖에도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휴먼 추리극 <추리의 여왕>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어, 내년 시즌2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또한 한 해 마무리를 앞둔 가운데 신인 작가가 집필한 미니시리즈에 이어 단막극도 줄줄이 방영 중이다. 신인 연출자, 배우, 작가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는 KBS <드라마 스페셜>에서는 ‘멜로의 법칙, 멜로의 변칙’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랑을 주제로 총 10편의 단막극을 선보였다.

CJ E&M은 오펜 드라마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을 벌였고, 올해 처음으로 tvN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단막극 제작/편성에 뛰어들었다. 현재 <박 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B주임과 러브레터>가 방송됐고 내년 2월까지 총 10편을 방송할 예정이다.

그간 방송사들이 시청률과 수익성 측면에서 단막극 제작을 꺼려했지만 전형적인 내러티브 혹은 식상한 소재에서 벗어난 참신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업계의 외부적 환경 변화 속에서 시도된 신인 작가의 발굴이 과연 드라마 지형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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