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도 넘은' 자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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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도 넘은' 자살 보도
지상파‧ 종편 모두 '권고 기준' 크게 벗어나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7.12.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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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갈무리 ⓒ청와대

[PD저널=이미나 기자]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18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이를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보도 행태가 우려를 낳고 있다. 급기야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않는 언론사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청원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19일 오후 이 청원에는 약 7천 명이 동참했다.

앞서 2013년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아래 권고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권고기준에는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 및 선정적 표현을 자제하고,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한으로 보도해야 하며, 자살의 동기를 단순화하거나 자의적 해석이나 표현을 덧붙이는 행위도 지양되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18일 지상파 3사(KBS·MBC·SBS) 및 종합편성채널 4사(JTBC·MBN·TV조선·채널A), 그리고 보도전문채널 2사(연합뉴스TV·YTN) 뉴스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권고기준에 어긋나 있었다. 대부분의 방송사가 종현의 사망 소식을 다루며 그가 발견된 장소를 자세히 찍은 영상을 사용했다. 일부 방송사에서는 종현이 사망에 이르는 데 사용된 도구를 수차례 언급했다.

MBC는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종현의 사망 소식을 5번째로 다뤘다. 취재 기자는 리포트에서 "○○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타고 있었고"(기자 주-실제 방송사 뉴스들에는 ○○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자살 수단이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기준에 따라 해당 기사에는 모두 ○○으로 통일하여 표기함)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종현이 사망 이틀 전 올린 SNS를 두고는 '심경을 토로했다'며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KBS와 SBS는 각각 <뉴스9>의 9번째 뉴스와 <8뉴스>의 13번째 뉴스에서 종현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자살의 수단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헤드라인에 ‘자살’이라는 표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방송사 모두 종현이 발견된 장소를 상세히 촬영해 내보냈다. MBC가 해당 레지던스의 외경만을 촬영해 방송한 것과 달리, KBS와 SBS는 종현이 발견된 방 앞에 폴리스 라인이 쳐있는 장면을 수 초간 방영했고, 과학 수사대가 현장 감식을 위해 이동하는 장면도 함께 담았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경우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부터 종현의 자살 수단으로 알려진 ○○을 언급했고, 기자 리포트에도 이 단어는 등장했다. 뉴스 제목에는 '자살'이라는 표기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앵커와 기자의 멘트에서 반복적으로 "자살로 추정된다"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 폴리스 라인에 쓰인 '출입금지' 글자를 당겨 찍은 영상도 함께 방송됐다.

이 외에 TV조선 <종합뉴스 9>에도 기자 리포트에 ○○이 언급됐고, SNS에 대한 언급도 등장했다. MBN <뉴스8>도 마찬가지였다.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와 YTN에서도 모두 자막이나 앵커, 기자 멘트 등에서 ○○이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연합뉴스TV의 경우 과학수사대 차량 안을 찍은 영상을 비롯해 경찰이 레지던스 안에서 증거품을 가지고 나오는 영상도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YTN은 <이브닝8뉴스>와 <뉴스 21>에서 종현의 사망 소식을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보도했다.

종현 사망이 '단독'? "인간의 존엄성 침해" 우려도

▲ 샤이니 종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 SNS에 게재한 종현 추모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방송사를 비롯해 각 언론사에서 포털 사이트에 송출한 종현의 사망 사건 관련 보도는 수 천 건에 이른다. 이들 중 대부분은 종현의 과거 발언을 두고 그가 평소 어떤 심경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추측하거나, 그가 숨진 당일 행적은 무엇이었는지, 과거 콘서트에서는 어떤 발언을 했는지 등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숨진 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수차례 언급되자 포털 사이트에는 ○○이 검색어에 올랐고, 재차 관련 보도가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촌극도 빚어졌다. 검색어 유입에 의한 조회수 상승을 노리는 보도들이다. 몇몇 기사에는 해당 보도로 인해 우울감 등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관련 기관의 연락처를 소개하는 내용이 추가돼 있으나, 이마저 기자 개인의 양심에 기댄 것이라거나 때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서 고 김주혁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도 '단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MBN은 종현이 경찰에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단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몇몇 언론에서도 '단독'이라는 말머리를 붙이고 별다른 의미가 없는 소식을 전했다.

통상 언론계에서 '단독'은 취재 기자가 일련의 취재 과정을 거쳐 얻어 낸 것으로 공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그러면서도 아직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기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현의 사망 사건에서 이 '단독'은 그저 '가장 먼저 사실을 알아내 보도한' 정도의 의미로 격하됐다.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언론의 과도한 속보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배나은 활동가는 <PD저널>에 "(사망) 소식을 전하는 것도 단독이고, 사망에 이르는 데 무엇이 이용되었는지도 단독이 되는 등 (언론 간의) 경쟁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한국자살예방협회가 2013년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한국자살예방협회

연이은 관련 보도에 대중이 우울감이나 자살 충동을 드러내는 사례도 있다. 18일부터 SNS에는 '가족이 종현의 사망 사건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선 뒤 아직까지 연락이 닿고 있지 않다'는 몇몇 누리꾼의 글이 게재됐다.

실제로 유명인의 자살이 국내 자살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관련 연구도 있다. 2015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팀이 2005~2011년 사이 국내에서 자살로 사망한 94,8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자살 사건의 18%는 유명인의 자살 사건 후 1개월 이내에 집중됐다.

당시 연구팀은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유명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언론에서 감정적이나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19일 오전 이번 사망 사건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입장문에서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언론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하고, 기사 말미 자살예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모방 자살을 방지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분명 할 수 있다"며 "후속보도에서도 권고기준을 준수해 달라. 특히 자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 영정사진 게재, 가족사진 게재, 측근에 대한 과도한 인터뷰, 자살 원인에 대한 추측 기사 등은 삼가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유명인의 사망,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된 언론의 문제들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특정 보도와 관련한 권고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건 그만큼 해당 보도가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에는 일선 기자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한 자정 노력을, 포털 사이트에는 언론의 ‘검색 장사’를 방지하기 위한 검색어 노출 제한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 노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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