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멜로’ 탈피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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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장르 결산 ①드라마] 지상파 '유사 중간광고' 도입…‘사이다’ 여성 캐릭터 활약 돋보여

[PD저널= 방연주 객원기자] 2017년 드라마를 살펴보면 변화가 많은 한 해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사 중간광고’를 도입했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은 유연한 드라마 편성으로 시청자 공략에 나섰다.

‘페미니즘’이 사회적 담론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전형성을 탈피한 여성 캐릭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또한 ‘장르물=케이블 채널’이라는 공식을 깨고, 지상파 방송사도 ‘장르물’에 본격적으로 가세했고, 실험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 쏟아졌다.

건재한 장르물...SF 소재 다양화

‘러브라인’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 케이블 채널이 지금까지 ‘장르물’의 입지를 다지고 흥행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지상파 방송사도 ‘장르물’의 가능성을 경험했다. SBS<피고인>,<조작>, KBS<추리의 여왕>, MBC<파수꾼>, tvN<비밀의 숲>등이 방영됐다.

주요 배경이 권력과 음모가 뒤얽힌 법원, 경찰, 검찰, 언론사라는 점은 새롭지 않았지만, 극을 끌어갈 때 ‘러브라인’이 아닌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기승전멜로’ 대신 주인공의 목표(복수, 폭로, 추리)를 달성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피고인>은 최고시청률 28.8%를 기록하며 흥행했고, <비밀의 숲>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국제TV 드라마 탑10’에 이름을 올려 작품성을 입증했다.

▲ SBS <피고인> 포스터.

드라마의 소재적인 측면에서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의 대부분은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올해 방영된 KBS<매드독>, MBC<로봇이 아니야>, OCN<구해줘>,<보이스>,<듀얼>, tvN<써클: 이어진 두 세계>,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사이비 종교’, ‘복제인간’, ‘초능력’, ‘로봇’, ‘감옥’, ‘보험사기’ 등 실험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 또한 ‘소재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었지만, 주제의식을 적절하게 잘 녹여낸 드라마가 화제성을 입증하면서 향후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을 안겼다.

‘사이다’를 날리는 여성 캐릭터 약진

거대 담론으로 여겨진 ‘페미니즘’의 요소가 드라마에 파고들었다. 페미니즘이 출판계, 문화계로 널리 확산된 데 이어 드라마에도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의 요소를 하나씩 비틀며 파급력을 보여준 것이다.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보다 ‘사이다’를 날리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의 도봉순(박보영 분)은 작은 체구이지만 가벼운 주먹질에도 장정 여럿이 나가떨어질 정도의 특별한 힘을 보유한 인물로 등장했다. 로코물이 갖는 대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약자를 향한 강자의 횡포로 여성 히어로로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 JTBC <힘쎈 여자 도봉순> 스틸컷.

얼마 전에 종영한 KBS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정려원 분) 검사도 ‘사이다 발언’이 화제가 됐다. 여성/아동범죄전담사건 소속인 마이듬 검사는 기존 법정물과는 달리 출세지향형 검사로, 파트너인 여진욱(윤현민 분) 검사는 피해자의 공감대를 보여준다.

성역할의 역전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극이 전개될수록 마이듬 검사는 여성이 겪는 차별을 몸소 겪으며 변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이밖에도 tvN <부암동의 복수자들> 속 여성 캐릭터들은 사회적 계급을 넘어 연대하고, 남성적 권력에 대항하는 등 소심한 복수전을 이어갔다.

기자, 방송작가 등 언론인에 주목

검사, 변호사, 경찰은 드라마의 단골직업으로 나왔는데 올해에는 유독 기자, 방송작가 등 언론/방송계에 종사하는 직업군이 자주 등장했다. 실제 언론 장악이 본격화되면서 KBS,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받아쓰기’를 일삼는 ‘기레기’라는 용어도 일상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SBS <조작>에서 스스로 ‘기레기’라 칭하는 한무영(남궁민 분)의 등장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또한 고 배우 김주혁의 작품인 tvN <아르곤>에서는 해고된 기자와 계약직 기자 간 딜레마, 방송작가의 불안정한 고용구조, 권력자가 방송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SBS <사랑의 온도>, tvN<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TV 드라마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방송가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다뤘다. 과거 SBS <드라마의 제왕>, KBS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드라마 업계를 다룬 적은 있지만, 오랜 보조 작가 생활을 거쳐 갓 데뷔하거나 데뷔를 앞둔 작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건 처음이었다.

‘로맨스물’이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작가라는 직업의 화려한 면을 부각시키기보다 불안정한 이면을 강조했다. 실제 종사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올해 방송작가지부가 출범하면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보조 작가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관해 환기시키고 있다.

▲ MBC <군주> 스틸컷.

유사 중간광고 도입...편성 반격 시작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유사 중간광고’를 도입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5월 MBC<군주>, SBS<수상한 파트너>를 시작으로 방영시간 70분 분량의 드라마를 1부와 2부로 쪼개 중간에 광고를 내보냈다.

방송사들은 ‘프리미엄CM’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전고지 없이 광고를 삽입해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방송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편법 중간광고’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드라마의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택한 미봉책이지만, 과연 잡음을 안고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미지수이다. 중간광고로 인해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기존의 드라마 띠 편성을 기반으로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종편과 케이블 채널은 시청자를 선점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tvN과 JTBC가 드라마 띠 편성을 확대했다. tvN은 올 하반기부터 월화수목 드라마 시간대를 기존 오후 11시에서 9시 30분으로 앞당겼다. 지상파보다 30분 일찍 방송해 선점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그간 예능에 힘을 주던 JTBC는 2014년 <유나의 거리> 이후로 3년 만에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편성했고, TV조선도 지난 4일부터 ‘하이킥’ 시리즈를 연출한 김병욱 사단의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편성해 방영하는 변화의 물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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