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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남녀' 성소수자 방송에 제작진 '신상 털기' 공격

방송 중단 게시글 1100여건 폭주..."다음달로 예정된 LGBT 2부, 방영 취소 없어" 이미나 기자l승인2017.12.26 17: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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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까칠남녀> 예고편 갈무리 ⓒEBS

[PD저널=이미나 기자] EBS <까칠남녀>를 대상으로 한 일각의 공격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까칠남녀>가 성소수자 특집을 방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프로그램 자유게시판에 방송을 중단하라는 게시물 수백 건이 게재된 것은 물론, 제작진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문자 폭탄'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앞서 22일 <까칠남녀>는 '모르는 형님-성소수자 특집'을 25일과 다음달 1일까지 2주에 걸쳐 방영한다고 밝혔다. 당시 제작진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성소수자 4인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최초로 공개한다"며 "출연진 4인방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고백을 통해 시청자들의 오해와 편견을 깬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고가 올라온 뒤 <까칠남녀>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방송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23일 첫 게시글을 시작으로 26일 오후 5시 기준, <까칠남녀> 자유게시판에는 11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대부분은 '동성애는 에이즈 등 질병을 확산시킨다' '성소수자를 다루는 것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방송을 중단하고 나아가서는 프로그램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제작진에 대한 '신상 털기'도 일어났다. <까칠남녀> 제작진에 따르면, 한 제작진에게 비슷한 시기에 수십 건의 전화 및 문자 메시지가 쏟아졌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작진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를 살펴보면 "매너 없이 크리스마스 날에 이 나라를 소돔과 고모라로 만들려고 작정했느냐" "LGBT는 개인을 멸망시키고, 가정을 파괴한다" "동성애 문제가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을 일방적으로 미화해서 방송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성애 옹호 방송이나 하려면 폐지해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까칠남녀> 제작진 중 한 명이 지난 23일부터 받은 '성소수자 특집' 관련 항의 문자 메시지의 일부 ⓒPD저널

이 같은 게시물이 대거 게재되고, 이에 더해 제작진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까칠남녀> 출연진 중 한 명인 손희정 평론가는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미 보수 기독교 쪽에서는 방영을 막기 위해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EBS와 <까칠남녀> 측에 프로그램 방영 중단을 요구할 것을 독려하는 단체 메시지를 돌렸다고 썼다.

보수 기독교 단체 중 하나인 반동성애기독연대도 25일 비슷한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동성애기독연대는 성명에서 "왜 하필이면 교육방송에서 동성애 주제를 다뤄 민감하고 흔들리기 쉬운 청소년들을 자극시키고 혼란에 빠뜨린단 말인가"라며 "비교육적 동성애 옹호방송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 단체의 대표는 자신의 SNS에 EBS 고객센터 전화번호 및 <까칠남녀> 홈페이지 주소를 게재하고, 자신의 게시물을 읽는 이들을 향해 "EBS에 강력히 항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오는 28일에는 EBS 사옥 앞에서 일부 학부모 단체와 연합해 항의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까칠남녀> 홈페이지 게시판 및 SNS에는 이번 '성소수자 특집'을 지지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이 게시물들에는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좋았다" "<까칠남녀>를 시작으로, 더 많은 방송 콘텐츠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다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떤 사회든 다수가 소수를,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거나 배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 달라" 등 방송 시청 소감과 제작진에 대한 응원이 담겼다.

<까칠남녀> 측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성소수자 특집' 2부를 차질 없이 방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26일 오후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본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도 모르는, 예고편만 방송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방송을 중단하라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며 "특히 제작진의 개인 번호를 알아내 익명의 분들이 계속해서 제작진에게 문자와 전화로 폭언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은 "이번 특집은 동성애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방송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편적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이들을 존중할 것인가' '다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등 다양성과 평등의 차원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는 것"이라며 "내용의 오류에 대한 비판 등 정당한 비판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게 맞겠지만, 방송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까칠남녀> 콘셉트가 성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인 만큼, 그 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다"며 "이를테면 종교적인 이유에서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분들의 입장에선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시각차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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