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소박한 일상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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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장르 결산② 예능] ‘외국인’ ‘여행' 접목한 프로그램 인기

[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매년 한해 예능을 돌아본다. 리얼버라이어티가 태동한 2007년이나 오디션쇼가 대흥행을 한 2009년, 혹은 쿡방이 예능의 판도를 뒤집은 2015년처럼 경향성이 굉장히 두드러진 해도 있고, 작년처럼 전혀 그렇지 못한 때도 있다.

올해의 경우는 옅지만 일정한 흐름이 드러난 한 해였다. 키워드로 정리해보자면 ‘욜로’와 여행이라 할 수 있고, 주제로 따지면 ‘라이프스타일’이라 정리할 수 있다.

관찰형 예능이 대세 장르로 떠오르고 종편과 케이블의 시즌제 예능이 시청자들이 완벽하게 적응한 영향까지 겹치면서 예년 같으면 시즌 상품으로 치고 빠졌던 여행 예능이 이른 봄부터 연말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3월 말에 시작한 tvN <윤식당>부터 최근의 SBS <내 방 안내서>, JTBC<비긴어게인>,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tvN<짠내투어>·<서울메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 예능은 물론이고 SBS<동상이몽2>, JTBC<이방인>·<나의 외사친> 등 해외를 배경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들도 끊이질 않는다.

여행 혹은 다른 삶의 모습과 문화를 담는 프로그램들은 이제 주류 장르로 들어선 모양새다. 상반기에 반짝 불었던 욜로는 상승 기류를 이끈 뜨거운 바람이었다. 여기에 여행과 접목한 삶의 태도와 외국인의 시각 등을 새로운 재미 요소로 발견하면서 이 흐름은 지속됐다.

▲ JTBC <효리네 민박1> 마지막 편 화면 갈무리.

그리고 이런 경향을 이끈 올해의 예능을 꼽자면 단연 <윤식당>과 <효리네 민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그 후에도 꽤 오래 숙고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이른 봄에 찾아온 <윤식당>은 발리의 뜨거운 태양과 따뜻한 바다를 따뜻하고 소박한 음식 한 접시에 담았다.

나영석 사단의 이 새 시리즈는 한식과 한국이란 브랜드(유명 배우들이 프로모션을 맡은)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접할지 지켜보는 호기심의 재미와 함께 일본영화에서 자주 느꼈던 꿈과 같은 슬로라이프의 정서적 감흥을 무려 예능으로 풀어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포인트는 불고기를 접하는 백인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일류 배우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을 하면서 보여준 소박한 행복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매일매일 변함없이 반복되는 주어진 하루 일과에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지극히 단순한 삶의 양식을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신구 등 비싼 유명 배우들이 보여줬다는 게 핵심이다.

몸을 움직이는 노동의 가치, 특별한 욕심을 내지 않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느끼는 소박한 행복은 심지어 고단함과 살 떨리는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요식업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지게까지 했다. 고도의 설정으로 이뤄진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 예능 리얼리티쇼 촬영이었지만 카메라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영화가 자아내는 낭만을 그대로 담아냈다.

<효리네 민박>은 제주도 여행을 포맷으로 삼고 있지만 이름 자체가 콘텐츠인 이효리의 최근 모습과 관심사, 삶의 태도를 관찰한 특별한 예능이었다. 시청률은 물론 매우 성공적인 수치를 기록했고,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최근 시즌2를 제작하기로 결정하자 하루만에 10만 건이 넘는 참여 신청이 쏟아졌다.

이는 대중들이 제주도 여행에 목말랐다거나 이효리 부부가 슈퍼아이돌이어서가 아니다. 넓은 마당이 있는 좋은 집과 방송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안락함, 고급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숙박시설도 이유가 아니다.

이 모든 관심은 효리네 집에서 벌어진 이야기와 부부의 삶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비친 이 부부의 삶이 힙스터의 패션이 아니라 진짜 궁금하고, 지켜보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임을 시청자들이 알아본 것이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느낄 수 있는 느긋함, 그와 연결되는 요가와 다도, 유기동물 관련 활동과 소비 철학, 그리고 변화에 대한 자각,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품어줄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중심을 잡은 자존감 등은 기회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내몰리며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이상향 혹은 영향을 받고 싶은 새로운 삶의 지향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런 것들은 기존에, 잡지, 영화, 도서, 의류 등등 문화 브랜드가 갖는 힘인데 예능이 해낸 것이다.

▲ 오는 1월 5일 방송 예정인 <윤식당2> 예고편 영상 갈무리.

이런 경향성은 내년에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올해는 이런저런 시도 속에서 징검다리를 두드려보는 형태로 사회적 조류와 예능 콘텐츠의 효용이 성글게 교차했다면, 내년엔 더욱 정교해질 여지가 매우 높다.

여행 예능의 성패를 좌우하는 포인트들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고, 김생민 콘텐츠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이 이런 기조를 반영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올해의 예능으로 꼽은 <윤식당>은 오는 1월 5일부터, <효리네 민박>도 시즌2를 방영하기로 확정했다. 

결국 예능의 재미는 점점 더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관련된 이야기로 집중되고, 재미도 그 근방에서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것이 현실의 반영이든, 로망의 반영이든, 그 접점에서 정반합을 이루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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