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시정권고, 처음으로 연간 천 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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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시정권고, 처음으로 연간 천 건 넘어
언론중재위, 2017 시정권고 결정 현황 공개...피해자 신원 공개 등 범죄 묘사 사례 늘어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7.12.27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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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중재위원회가 개인 혹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했다며 시정권고를 내린 언론보도가 1981년 언론중재위원회 설립 이래 처음으로 천 건을 넘어섰다. ⓒ픽사베이

[PD저널=이미나 기자] 언론중재위원회가 개인 혹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했다며 시정권고를 내린 언론보도가 1981년 언론중재위원회 설립 이래 처음으로 천 건을 넘어섰다. 그 중에서도 인터넷신문이 법익을 침해한 사례가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7년도 시정권고 결정사항'에 따르면 올해 총 2193개 언론매체가 심의 대상에 올랐으며, 이 중 416개 언론매체가 1034건의 시정권고 결정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시정권고 건수인 912건에 비해 약 10% 증가한 수치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중재법 제32조에 따라 언론의 보도 내용에 의한 개인적·사회적·국가적 법익의 침해사항을 심의해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해당 언론사에 시정을 권고하고 있다. 시정권고 제도는 향후 유사한 법익 침해 보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권고하는 조치로 해당 언론사에는 주의를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개인의 인격권을 포함한 다양한 법익 침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시정권고 내용을 침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피의자·피고인 신원 공개가 총 280건(27.1%)으로 가장 많았다. 시정권고 심의기준 제3조에 따르면 언론은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도록 공표해선 안 된다.

올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이 같은 이유로 시정을 권고했던 보도에는 해외 주재 외교관의 성범죄 연루 보도, 한 중소기업 2세의 기내 난동 사건 관련 보도, 유명 연예인의 결별설이나 마약 투여 사건 관련 보도 등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사례는 사생활 침해(217건, 21.0%)였다. 올해 심의 사례 중에는 재난으로 인해 대피소에 거주하는 이재민의 초상을 무단으로 촬영·게재하거나 입원 치료 중인 대기업 회장의 병상 모습을 공개하고, 원거리에서 촬영된 영상만으로 건강 상태를 분석하여 보도한 경우도 포함됐다. 이들 사례는 모두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

광고를 기사 형식으로 보도했다가 시정권고를 받은 사례도 198건(19.1%) 있었다. 이 같은 ‘기사형 광고’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할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한데, 시정권고를 받은 사례는 2015년 95건, 2016년 173건, 올해 198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의료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식품위생법 등의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사형 광고를 대상으로 시정권고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침해 유형으로는 △범죄피해자나 목격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사례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비참한 장면을 기사화해 독자에게 충격이나 혐오감을 조장한 사례 △살인사건의 범죄 방법을 필요 이상으로 설명하거나 집단 성매매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등 음란·포악·잔인한 범죄 묘사 사례가 꼽혔다.

피해자·목격자 신원 공개 사례는 지난해 단 4건이었던 것이 올해는 70건으로 17배 이상 늘었다. 전체 시정권고 결정현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4%에서 6.8%로 6.4%P 뛰어올랐다. 충격·혐오감 조장 사례도 지난해 14건에서 올해 70건으로 많아졌으며, 비중도 1.5%에서 6.8%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음란·포악·잔인한 범죄 묘사 사례는 지난해 4건(0.4%)에서 올해 57건(5.5%)로 크게 늘었다. 언론의 ‘선정성’이 가속화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매체 유형별로 시정권고 결정을 살펴보면 인터넷신문이 8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그 뒤를 뉴스통신사(47건), 중앙일간지·지역일간지(각각 41건)이 따랐다. 인터넷신문이 차지하는 시정권고 비중은 2015년 67.8%, 2016년 76.5%, 2017년 84.9%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인터넷신문에 대한 시정권고 건수는 2015년 438건에서 2016년 912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가 2017년 878건으로 다소 감소했다.

인터넷신문사 중에서는 주로 중앙일간지의 온라인 매체들이 상위에 포진했다. 인터넷 국민일보가 총 15건으로 위반 사례가 가장 많았고, 온라인 중앙일보와 조선닷컴·인터넷 서울신문이 모두 14건씩이었다. 이 외에도 매경닷컴(12건), 동아닷컴(10건) 등 주요 일간지들이 10건 이상의 위반 사례를 기록했다.

또한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3대 보수 유력일간지를 소유한 3개 미디어그룹사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시정권고 심의기준 위반 사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미디어그룹사의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경우 올해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은 종합일간지 중에서 상위 3개 매체에 속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조선닷컴, 스포츠조선닷컴, 인터넷 헬스조선 등을 소유하고 있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우 총 35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중앙일보 및 일간스포츠 등이 계열사로 있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총 23건으로 그 뒤를 따랐다. 또 동아일보, 동아닷컴, 스포츠동아 등이 소속된 동아미디어그룹은 총 19건의 위반 사례를 기록했다.

한편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2017년 시정권고 결정 현황을 두고 "올해는 매체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동일 유형의 보도에 대해 일괄적으로 시정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시정권고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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