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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 방통위 혁신, 방송 개혁의 시금석

2018년 방송계의 과제는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1.01 15: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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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과)] 한국 언론사에서 2018년은 명실상부한 방송정상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인가.

이명박근혜 정부 9년여간 가장 큰 피해를 본 공영방송 KBS, MBC가 마침내 공정방송, 방송독립의 기틀을 마련할 기회를 잡았다. 해직언론인에서 일거에 공영방송사 사장으로 드라마틱하게 복귀한 ‘최승호의 MBC’는 <PD 수첩> 부활과 교양프로그램 강화로 명예회복에 나섰다.

파업으로 얼룩진 대표적 공영방송 KBS도 최근 방송정상화가 시작됐다. 강규형 KBS 이사 해임에 따른, KBS 이사회 재편을 통해 적폐세력으로 지목된 고대영 KBS 사장 해임은 이제 시간 문제가 됐다.

낙하산 사장으로 인한 공정방송투쟁으로 장기간 몸살을 앓아온 YTN도 노사가 최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 예정대로 최남수 내정자를 사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로써 방송가의 외형상 파업과 투쟁의 시기는 막을 내리고 이제 내적인 적폐 청산과 방송독립을 위한 편성규약, 공정보도강령 개정 등 제도적 보완을 위한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 ‘쪼인트 사장’으로 파국을 맞았던 방송가. 그 구성원들의 눈물과 희생으로 얻은 소중한 공정방송과 방송 독립을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켜갈 것인가. 세 가지 제안을 한다.

▲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방송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한 2018년. 방통위원회 위상 재정립,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 종편 특혜 회수 등이 방송 독립을 위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첫째, 방송통신위원회 위상 재정립이 시급해졌다.

공중파 방송사들의 장기간 파업과 집단해고 등 총체적 난국으로 위기에 빠졌지만 이를 지휘 감독해야 할 방통위는 수수방관하는 식이었다. 방송재허가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의 직무유기는 공중파 방송사들의 기준점 이하 기록이라는 처참한 현실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KBS 등 14개 방송사 TV, 라디오 DMB 등 147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했다. 재허가 심사 결과 KBS(646점), MBC(616점), SBS(647점), 대전MBC(640)점) 등 14개 방송국이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심사위원회는 이들 방송사에 △편성위원회 운영 활성화 △직원 징계제도 개선 △외주제작 거래 관행 개선 △재난방송 강화 △지역방송사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재허가 조건을 부가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방관내지 자초한 책임이 방통위에 있는데, 반성도 사과도 없다.

정권이 바뀌어야 비리 인사에 대해 감사를 의뢰하는 식의 원칙도 기강도 없는 조직이라면 공영방송사 지휘 감독권을 계속 부여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내부 혁신과 위상 재정립은 방통위 존립의 문제가 된 만큼 어떤 내부혁신안이 마련될 것인가는 방송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은 공정방송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어느 안도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기 힘든 내용이다. 한국의 방송위기 핵심은 정치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이사진 구성과 사장 선임 때문이다.

정치권은 법적 근거도 없이 관행을 내세워 공영방송사 이사진 구성에 서로 갈라먹기식으로 깊이 개입하고 있다. 방송이 파행되는 데는 정치의 개입이라는 등식이 공식처럼 반복되는데, 이를 배제 혹은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정치권 개입 차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여야의 이사 추천권을 회수하거나 1대1 비율로 한명씩만 추천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추천 이사들에 대한 공개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예우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명예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방송법과 제도를 보다 충실히 이행하라는 것이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이 시청자 서비스를 보다 철저히 하도록 ‘개정 방송법’은 최소한 세 가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공정방송을 위해 청와대 국회 등 외부의 압력이나 개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방송법은 방송경영과 방송편성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방송사 사장이라도 방송 편성은 간여하지 못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청와대의 부탁이나 압력을 잘 듣는 인물을 사장 자리에 앉혀 인사권으로 방송편성까지 개입, 통제하는 식이다.

또한 방송법은 방송주권 확립 차원에서 시청자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여 내외부의 감시 견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시청자 위원들은 사장의 ‘친위대’ 비슷한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여기다 내부 감시, 견제용으로 옴부즈맨 프로그램 방영을 의무화했지만 일반인이 시청하기 불편한 시간대에 배치해 존재감을 스스로 약화시켰다. 게다가 비판 감시 목적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자사 홍보용으로 둔갑시키는 행태로 역시 법정신을 퇴색시켰다.

새로운 제도와 법도 필요하지만 기존에 마련된 법과 제도를 무력화하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8년은 공영방송사의 방송독립의 원년이 될 수도 있지만 종합편성채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누렸던 각종 특혜 회수와 불공정방송 논란으로 본격적인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공정방송 확립을 위한 각 방송사들의 변모로 흥미로운 채널 선택권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각 방송사의 쇄신은 보도교양부문에서 가장 큰 차별화로 나타나 시청자를 즐겁게 할 것이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활성화로 시청자 주권을 확보하고 자기반성과 공정방송을 견인하는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은 2018년을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게 한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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