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약속한 최승호, '자진 사퇴 없다'는 고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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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SBS·YTN 신년사 보니... 최남수 YTN 사장 "노사합의 성실히 이행"

▲ 고대영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최남수 YTN 사장(왼쪽부터) ⓒ뉴시스, SBS

[PD저널=이미나 기자] 올해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일 각 방송사들은 새로운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등 2018년의 출발을 위해 바쁜 하루를 보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및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뿐만 아니라 6·13 지방선거까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올해를 맞이하는 방송사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상파 3사(KBS·MBC·SBS)와 보도전문채널 YTN의 수장들이 2일 대내외적으로 발표한 신년사를 살펴보면 약화되는 수익 구조와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대비책, 케이블 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등의 약진에 따른 콘텐츠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각 방송사가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그 외에 주목하고 있는 지점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버티겠다'는 고대영 KBS 사장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아래 KBS본부)의 파업이 넉달을 넘긴 가운데, KBS 이사회 구도 재편이 시작됐다. 고대영 사장이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여부도 불분명해졌다. 고대영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신년사에 "나는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다만, 법과 원칙에 의거하지 않은 채 나의 거취가 타의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것은 다시 한 번 KBS의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고대영 사장은 신년사에서 경영 실적을 부각했다. 그는 "취임 전 한때 약 490억 원까지 불어있던 회사 차입금을 제로로 만드는 등 수많은 오해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CEO로서의 책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다", "취임 이후, 많은 오해와 질타에도 불구하고 경영관리 고도화를 통해 줄곧 회사의 군살을 제거해 12월 말 기준으로 기업예금이 1169억에 이르렀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파업 중인 KBS본부에는 복귀를 촉구했다. 고대영 사장은 "국민의 시청권을 볼모로 잡아 파업이나 제작 거부를 강행하는 행위는 언론인으로서 또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본 주체는 노측도, 사측도 아닌 우리의 경쟁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 사장은 "사측을 대표하여 여전히 복귀하고 있지 않은 일부 직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일터로 돌아오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만 KBS가 수년간 공을 들였던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두고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고대영 사장은 신년사에서 "많은 노력이 선행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시청자들의 기대에는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가 스스로 조금 더 당당할 수 있을 때,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호 MBC 사장 "많은 특종보다 오보 방지에 노력"

KBS보다 앞서 파업이 종료된 뒤, MBC는 김장겸 전 사장 해임과 최승호 새 사장 취임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최승호 사장은 사장 공모에 나설 때부터 ‘청산’과 ‘재건’에 방점을 찍은 경영 방침을 앞세워 왔다. 최승호 사장의 올해 신년사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읽힌다.

먼저 최 사장은 시청자로부터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구성원에게 주문했다. 특히 "우리가 취재한 것을 가감 없이 보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우리가 보도한 것에 오류가 있으면 지체 없이 사실을 밝히고 필요하면 사과해야 한다"며 "오류가 있는데도 적당히 넘어가려 하면 그때부터 시민들은 우리를 다시 불신할 것"이라는 대목은 최근 <뉴스데스크>를 둘러싼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또 최승호 사장은 "특종을 많이 하는 MBC보다 오보를 하지 않는, 아니 오보를 하지 않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MBC가 훨씬 더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뢰는 결코 단시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덧붙였다.

적폐 청산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최 사장은 "청산도 해야 한다. 지난 세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MBC를 망쳤던 사람들의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이라며 "청산은 노사 공동의 가칭 MBC 재건 정상화 위원회와 감사국에서 주도할 것이다. 나머지 조직은 오직 한 가지 MBC를 다시 세우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5월 초에는 새로운 MBC를 우리와 함께 만들어갈 인재들이 합류할 것"이라며 신입사원 공개채용 계획도 공식화했다.

SBS '내부 혁신' 방점...YTN은 '갈등 봉합' 주력

SBS는 내부 혁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내 방송사 최초로 임명동의제를 통해 재선임된 박정훈 사장은 올해 대외적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대신 내부적으로 경영목표설명회를 열고 경영 방침을 밝혔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광고 매출은 현 상태 이상으로 유지하되, 판매 방식을 개선하고 미디어 비즈니스 사업 확대 및 다각화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외에도 박정훈 사장은 본부(실·센터) 책임제 확대로 구성원의 주인의식을 제고하고, 공평한 채용과 인사를 통해 '양성평등'을 실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통 끝에 노사 합의에 이른 YTN은 갈등 봉합에 방점을 찍었다. 때문에 최남수 사장의 신년사에도 '그동안의 갈등은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최 사장은 "지난해 말의 노사 합의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해 나가겠다"며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를 이미 설치한 데 이어 활동을 위한 실무협의를 바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에서 다투기엔 바깥쪽의 경쟁과 변화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강조한 최 사장은 "보도국을 조기에 정상화시키기 위한 수순도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막판 갈등 국면에서 노종면 기자가 내정을 거부하면서 공석이 된 보도국장을 임명하는 절차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신임 보도국장은 '편견'으로부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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