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김인영 작가의 새로운 도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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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 김인영 작가의 새로운 도전 통할까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8.01.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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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KBS 2TV<흑기사>(연출 한상우, 극본 김인영)는 결말보다 과정을 눈여겨보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주로 굵직한 이야기를 다뤄온 김인영 작가의 첫 판타지 로맨스물이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MBC<맛있는 청혼>, KBS<태양의 여자>, MBC<결혼하고 싶은 여자>,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KBS<착하지 않은 여자들>, <적도의 남자> 등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소재에 갈등구조를 입혀 시청자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에 반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운명에 맞서는 한 남자 순애보를 그린 <흑기사>는 다소 평범해 보인다. 그럼에도 첫 방송에서 9.3%라는 시청률로 무난하게 시작해 지난 8회에서는 13.2%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인영 작가가 시도한 첫 판타지 로맨스물의 힘은 무엇일까.

<흑기사>는 ‘로맨스’로만 극을 풀어갔다면, 진부한 드라마에 그쳤을 것이다. 배우 김래원이 무게감 있는 연기로 중심을 잡아간다 해도 ‘백마 탄 왕자’ 위주의 스토리라인은 너무 익숙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 지난 10일 방송된 KBS <흑기사> 화면 갈무리. ⓒKBS

부모를 잃고 자기 힘으로 성공한 문수호(김래원)가 가난하지만 능력 있는 여행사 직원이자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정해라(신세경)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로맨스 드라마의 전형’과 다르지 않다.

김 작가는 <흑기사>에서 로맨스 요소를 배제하지 않되, 복합 서사를 택했다. 전생과 현생을 쉼 없이 반복하며 인물들의 뒤얽힌 사연, 전생의 업보, 스토리의 개연성을 담보하는 데 공을 들이며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 작가의 장점인 여성 캐릭터와 주변 인물 간의 갈등구조를 촘촘히 역어내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흑기사>에서는 정해라, 샤론, 백희 등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마주할 수 있다. 정해라는 “어디 가서 기죽지 않고 원하는 것 다 할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흑기사’같은 문수호의 고백에 흔들리면서도 “내 꿈은 신데렐라가 아니고 자수성가야”라면서 ‘민폐 캐릭터’에 선을 긋는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샤론(서지혜)은 분이(해라의 전생)와 명소(수호의 전생)를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 불로불사의 벌을 받게 된다. 현생에서 해라와 재회한 뒤 구천을 떠도는 악귀가 될 위기를 감수하면서도 뒤틀린 욕망(지고지순함, 질투, 집착)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백희와 샤론의 역학관계는 쏠쏠한 재미를 만들어내고, 판타지 드라마답게 ‘변신’, ‘괴력’, ‘초능력’ 등의 요소를 활용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김 작가는 이미 전작을 통해 여성 캐릭터를 단편적으로 다루기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주력해왔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KBS <태양의 여자>는 피가 섞이지 않은 두 자매의 엇갈린 운명과 처절한 복수라는 통속적인 설정 속에서도 어린 시절 동생을 내다버린 뒤 죄책감에 시달리며 사는 신도영(김지수)과 20년 만에 엄마를 되찾은 동생 윤사월(이하나)이 부딪히면서 내적 욕망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진정한 악인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던졌다.

MBC<결혼하고 싶은 여자>,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건에 집착하는 결혼 세태나 남녀관계를 풍자했고, KBS<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3대에 걸친 여자들이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다.

김 작가의 첫 판타지 로맨스물 <흑기사>는 드라마의 중반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흑기사>는 문수호와 정해라의 곁에 서 있는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조력으로, 판타지 요소의 활용으로 스토리의 힘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운명처럼 엮인 문수호와 정해라의 로맨스가 미적지근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흑기사>가 복합서사 속에서 로맨스의 구심력을 어떠한 방식으로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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