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된 아이들'을 변화시킨 힘
상태바
'소진된 아이들'을 변화시킨 힘
[리뷰] EBS 신년기획 4부작 '번아웃 키즈'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8.01.11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저널=구보라 기자] 지난 9일 종영한 EBS 신년기획 4부작 <번아웃 키즈>(연출: 김훈석·박은미, 글/구성: 한지원·김나경)는 소진되어버린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교사나 교육전문가가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들여다봤다. 

<번아웃 키즈> 제작진이 만난 초·중·고등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부모들의 기대와 쉴 틈 없이 해야하는 공부, “버티면 된다”, “열심히 하면 좋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에 하루하루 짓눌려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걸린 '번아웃 키즈'가 된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데, 최근 들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일에 방송된 1부 ‘교실에 온 돼지-낯선 존재와의 조우’ 편과 2부 '교실에 온 돼지-진짜 12살의 이야기‘ 편에 등장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도 모습도 그랬다. 무기력한 학생들은 학교에 온 돼지를 만나며 달라졌다. 

학원을 많게는 다섯 개씩 다니며 “생각없이 살아야한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교실에 돼지 한 마리가 찾아오자 이름도 지어주고, 돼지를 키우기 위해 자발적인 회의도 연다. 학교에 평소보다 일찍 오는가하면 대화를 잘 나누지 않던 부모님에게 돼지 이야기로 말을 건다. 

이렇게 돼지를 함께 기르고 관심을 쏟는 시간을 통해 원래 12살의 밝은 모습을 되찾아간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옆에서 지켜본 부모는 “아이가 돼지를 기르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자신의 행복을 볼 수 있는 오롯한 시간이 10대에 꼭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EBS <다큐프라임-번아웃 키즈> ⓒEBS 화면캡처 

3부 '우리, 여기 있어요'에서는 고3 학생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PD가 돼 친구들에게 질문한다. 그러자 그동안 털어놓지 않았던 학업, 진로, 친구 관계, 불투명한 미래 등 온갖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입에서 쏟아졌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친구들은 이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어하고 ‘나’라는 존재를 잃어간다고 힘겨워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은, 교육이 어디로 갈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디에 있는지에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교육 대학교 학생들이 출연하는 4부 '비긴 어게인, 교사의 탄생'은 아이들에게 번아웃되지 않을 힘을 길러줘야 할 초등 교사들이 현실을 비췄다. 초등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교 학생들은 단순 암기가 필요한 임용시험을 치르고, 시험을 위해 인터넷 강의도 듣는다. 학생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실습은 2주 정도에 불과해 아이들과 친해지기도 어렵고, 현장 교육을 몸에 익히기조차 힘들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은 “개별 과목을 잘 가르치는 것보다, 교대 교육이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적 질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며 진정한 교육을 위해선 교사 양성 과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EBS는 오는 13일과 14일 오후 10시에 <번아웃 키즈> 3부와 4부를 재방송할 예정이다.    

▲ EBS <다큐프라임-번아웃 키즈> ⓒEBS 화면캡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