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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비정하게' 돈으로 핀 꽃

MBC 주말드라마 '돈꽃', 강필주의 복수보다 중요한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1.12 13: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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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사실 MBC 주말드라마 <돈꽃>은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고 속물적인 느낌마저 준다. 꽃에다 ‘돈’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인다는 것이 어딘지 지나치게 세속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MBC 주말드라마가 갖고 있는 ‘막장드라마’ 혹은 ‘자극적인 드라마’라는 이미지는 <돈꽃>이라는 제목과 너무나 잘 어울려 보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또 다른 복수극과 출생의 비밀이 점철된 막장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돈꽃>이라는 제목은 그런 자극적인 요소들을 버무려 만든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드라마라는 뜻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그토록 속물적이고 세속적이며 나아가 비정하고 끔찍한 현실을 <돈꽃>이라 비유하며 비판하는 드라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느덧 자본으로 둘러싸여 있다. 출생에서부터 교육, 성장, 취업, 결혼 등등 어느 하나 자본과 무관한 것이 없다. 물론 겉으로 보면 그 과정들은 하나하나 ‘꽃’ 같은 축복처럼 상찬된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또 처음 학교를 갈 때 훌쩍 성장해 대학을 가고 일자리를 찾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식장에 들어설 때 그 많은 일들은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얘기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그 추억들이 돈의 양과 무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우리네 현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냥 꽃이 아니고 ‘돈꽃’이다. 꽃조차 돈으로 피어나는 곳. 그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 MBC 주말드라마 <돈꽃> 화면 갈무리. ⓒMBC

<돈꽃>은 후처의 자식으로 태어나 가족 모두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강필주(장혁)가 복수를 하기 위해 청아그룹의 모든 뒤처리를 해주는 변호사로 들어오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또 한 가지 드리워놓는 것은 이런 비정한 자본의 세계가 가진 이전투구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 같은 ‘꽃’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내면이다. 강필주는 복수를 위해 청아그룹의 가족 속으로 들어오지만 복수의 대상인 정말란(이미숙)과 내연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그의 아들인 장부천(장승조)에게 기묘한 우정의 면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즉 제아무리 돈이라는 욕망으로 결합된 관계더라도 그 안에 인간적인 관계가 싹트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이 ‘돈꽃’의 세상은 더더욱 무섭다. 그건 비정한 돈의 게임이지만, 우정 같은 걸 덧씌워 그 실체를 숨기는 세상이다.

차기 대통령으로 지목되는 의원의 딸 나모현(박세영)은 이 ‘돈꽃’의 세상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인물이다. 나모현은 장부천과 철새도래지에서 만나 인연을 맺고 결혼까지 하지만, 그것이 강필주가 치밀하게 꾸며낸 시나리오에 의한 ‘정략결혼’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저 순수한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뒤에 거대한 돈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미 만들어진 관계 속에서 나모현은 ‘돈꽃’의 세상을 탈출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자살 시도로까지 내몬 청아그룹에 대한 복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인연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이처럼 <돈꽃>이 그리는 세상은 돈의 세상과 꽃의 세상이 엮어짐으로써 만들어내는 기묘한 긴장감과 대결 구도를 갖는다. 그리고 이것은 새삼스럽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실체를 드러낸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지만, 그 이면에 우리가 무시하거나 부정했던 돈이 만들어내는 삶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그것은 대단히 씁쓸한 일이지만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직시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돈꽃>은 그래서 화려하지만 끔찍하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재벌가들의 삶을 화려하게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살벌한 세계라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강필주가 꿈꾸는 복수극이 성공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돈꽃’ 세상의 비정한 풍경들이 어쩌면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궁극의 목표일지 모르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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