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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기 공동 입장이 아쉬운 이유

평창올림픽. 북한에 대한 거부 반응 희석 기회 오기현 SBS PDl승인2018.01.22 18: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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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오기현 SBS PD]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한반도기 공동입장에 대한 열기도 시큰둥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지상과제로 알고 자란 세대에서 보면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마주보고 달리던 남북이 극적으로 대화의 테이블에 앉았다. 5천만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화합과 평화의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애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면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정치선전장’이 될 수 있다거나 ‘평양올림픽’ 운운하는 정치공세는 언어도단이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제발 파토는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단일기 입장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올림픽이 우리의 ‘인공기’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호칭에 대한 거부반응을 희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북이 ‘태극기’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수용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이지만, 솔직히 젊은 세대들은 남과 북이 하나라는 생각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통일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나,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지적이다.

1990년대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족주의가 지금의 젊은 세대를 감동시키지는 못한다. 민족이 더 이상 일체감이나 충성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나 민족을 위해서 개인을 희생할 의사도 별로 없어 보인다. 50대인 필자는 국가대표의 축구경기를 좋아하지만, 20대 초반의 아들은 프리미어 리그의 맨유 경기를 더 좋아한다. 나는 국가대표에 방점을 두고 아들은 축구에 방점을 둔다.

▲ 이창복(앞줄 왼쪽 다섯 번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결과 및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6.15 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대형 단일기(한반도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대불문하고 대체로 기성세대=집단주의, 젊은 세대=개인주의의 등식이 성립한다. 남북문제에 있어서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훨씬 개인주의적이다.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접근한다.

1990년대 이후 두 차례 남북단일팀으로 국제대회에 참석했을 때는 여론이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건 동질적 정서가 우세했던 그 시대 상황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남북방송교류 사업에 오래 종사하면서도 ‘북한 사람들과 우리는 과연 하나일까’ 하는 의문을 자주 갖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의문이 강해진다. 그들이 주장하는 ‘하나’와 우리가 생각하는 ‘하나’는 차이가 크고, 동질감 보다는 이질감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민족적 열정이 뜨거웠을 때 통일 해법은 감성적 접근으로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남북간의 동질감이 희박해진 지금은 좀 더 이성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객관적 실체인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분단 70년이 가져온 이질성을 확인하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남한’과 ‘북한’ 혹은 ‘남조선’과 ‘북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한반도기’ 보다는 ‘인공기’와 ‘태극기’가 더 친숙해 보일 수 있다. 원래는 하나였으나 이제는 엄연히 달라진 남과 북이다. 뿌리는 같으나 색깔이 다른 열매가 달린 나무처럼 말이다.

완전한 통합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달라진 타자의 모습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가 아닌, 달라진 상대방과 공존하겠다는 결단이 요구된다. 그건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이다.

통일을 향한 진정한 평화의 제전, 평창을 상상해보자. 그것은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인공기가 함께 펄럭이는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오기현 SBS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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