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이 띄운 '현송월 신드롬'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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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한우 162만원어치 만찬" "고급스러운 의상" 2박 3일간 선정적 보도 집중

[PD저널=김혜인 기자]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측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머물다 간 1박 2일 동안 방문하는 곳마다 취재진이 몰렸다. 오랜만에 이뤄진 북한 고위급 인사 방문에 관심이 집중된 탓도 있지만 현송월 단장이 입고 온 옷부터 남측에서 먹은 음식까지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현송월 단장을 향한 과도한 관심은 종편과 YTN 보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북측 점검단의 방남 하루 전인 지난 20일부터 방남 기간 동안 MBN, TV조선, 채널A 등 종편 메인뉴스는 현송월 단장과 관련한 보도를 주요 뉴스로 배치했다.

MBN <뉴스8>은 현송월 단장 방문 전날인 지난 20일에 헤드라인부터 일곱번째 기사까지 전부 현송월 단장이 포함된 북측 점검단 소식을 다뤘다. 다음날인 21일에도 비슷했다. '북 예술단 현송월 단장 방남…KTX로 강릉행' 보도를 비롯해 북측 점검단의 동선과 현송월 단장의 옷차림, 식사 메뉴까지 상세한 보도가 이어졌다. 

▲ MBN 현송월 보도 화면 갈무리

'북 예술단 현송월 단장 방남…KTX로 강릉행' 리포트에선 “검은색 계열의 롱코트와 모피 목도리를 두른 현 단장은 강릉행 KTX 열차에 올랐다"며 "귀걸이 같은 장신구는 하지 않고, 큐빅 집게 핀으로 뒷머리를 고정했다"고 현 단장의 옷차림을 분석했다.

MBN은 방남 이틀째인 22일에는 긴급 입수 영상이라며 '현송월 단장 식사 장면 포착…메뉴는 '황태국 백반'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TV조선은 22일 <뉴스9>는 '현송월-정부 관계자 식사...162만원어치 한우 만찬' 보도를 통해 현송월 단장 일행이 먹은 저녁 메뉴와 음식값 등을 세세하게 전했다. 

▲ 22일 TV조선 <뉴스9> “현송월-정부 관계자 식사...162만원어치 한우 만찬” 보도 화면 갈무리

이 리포트는 “독채로 된 별실에서...10여 명이 생갈비와 생등심 소주와 맥주 등 162만 원어치를 먹었다"며 "식당 관계자는 냉면을 양념에 섞어 다 먹었다고 전했습니다"고 보도했다. 

이어 "현송월은 앞서 커피로 유명한 강릉에서는 '섞인 것 말고 아메리카노'라고 커피를 주문해 시선을 끌었다"며 "어제 강릉아트센터를 돌아보는 중에는 '서울보다는 강릉 남자가 따뜻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도 “서울에 도착한 현송월 일행은 현재 잠실 롯데호텔 고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메뉴는 코스요리인 것으로 보이는데, 1인당 10만 원 정도”라고 보도했다. 

22일 오전 YTN <이슈 오늘>에선 '현송월, 화려한 모피 목도리로 존재감 과시'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현송월 단장의 차림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앵커는 “지난 15일 판문점 실무접촉 회의 때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초록색 클러치백을 들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방송된 <YTN 뉴스Q>에서도 '호불호 확실한 현송월, 섞은 것 말고 아메리카노'를 제목으로 패널들이 평론을 했고, <YTN 뉴스나이트>에서는 '北 현송월, 서울보다 강릉 남자가 더 친절'을 주제로 현송월 단장의 발언을 분석했다. 

▲ 22일 YTN <이슈 오늘> (왼쪽), (오른쪽) 화면 갈무리

이같은 보도는 북측 점검단의 공영장 점검과 여야의 반응 등으로 관련 소식을 전한 지상파 3사와 JTBC와 비교해도 정도가 심하다.  

이날 SBS, MBC, JTBC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MB를 향한 검찰 수사' 등을 주요하게 보도한 뒤 10번째~11번째에 북측 점검단 소식을 배치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10번째로 '현송월 서울 대형 공연장 점검에 엇갈린 반응'을, SBS <8뉴스>는 11번째로 '조명은? 음악 들어볼까요? 현송월, 美 음향장비 요청'을 JTBC <뉴스룸>도 11번째로 '현송월, 공연장 점검…왜 이렇게 마스크 쓴 사람 많나'를 보도했다. 

선정적인 '현송월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종편의 보도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청률 끌기가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김정은의 여자’란 호칭이 붙은 인물이 북한에서 온 것"이라며 "종편이 현송월 단장 개인의 사생활, 입는 것, 소비하는 것 등을 보도하는 건 상업적인 호기심을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22일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시선>'현송월 신드롬' 화면 갈무리

실제로 22일 TV조선 <뉴스9>에서 신동욱 앵커는 현 상황을 ‘현송월 신드롬’이라 정의 내리며, “취재차 연변의 북한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김일성 배지를 단 접대원들이 하나같이 미인이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앵커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송월 단장을 종편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나타나는 대목이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현송월 단장을 다루는 종편 보도에는) ‘사치스러운 사람’이라는 험담을 늘어놓는 목적도 있다"며 "북측 점검단의 발언을 통해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사람들’ 이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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