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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단독’ 집착, 고질병 못 고치나

저널리즘 질서 교란하는 언론의 단독 강박증...시청자 질책 귀 기울여야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한예종 교수)l승인2018.01.24 1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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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한예종 방송영상과 교수)] 2018년 들어서도 방송, 신문 가릴 것 없이 [단독] 플레이는 계속된다. [단독] 어쩌고저쩌고, [단독] 이러쿵저러쿵. 온통 [단독]들이다.

인터넷을 잠깐 검색해보시라. 여러 매체들이 시시각각 [단독]을 앞에 단 기사를 쏟아내고 있을 터. 포털 사이트에는 수많은 뉴스들이 [단독]이라는 표제를 박스에 실은 채 시선을 유혹할 것이다.

이렇게 난립해 있으니, 어느 [단독]이라고 확 눈길 끌 수도 없는 지경이다. [단독]의 언어 공해 상태, 소음이 되어버린 [단독]. 조회 수를 높이려는 [단독] 집단 집착증, 시청률을 올리고 독자층을 붙잡으려는 [단독]의 상업적 강박관념이, 가짜뉴스와 더불어 저널리즘의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정상적 미디어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들어버렸다.

너도나도 [단독]을 주장하지만, 막상 내용 까보면 단독성의 가치는 전혀 부여하지 못할 경우가 허다하다. 허탈함은 냉소를 낳고, 대중의 회의와 불신은 저널리즘의 죽음을 더욱 부추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 저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는 일. 2018년 이 땅의 저널리스트들이 ‘기레기’ 낙인을 청산하고 저널리즘 문화 쇄신을 위해 당장 할 숙제가 아닐까.

단독(單獨). ‘독특한’, ‘배타적인’의 뜻을 가진 일반적 단어인데,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오직 한 매체에 의해 방송·출간한 이야기나 아이템’을 가리키는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 영어 ‘exclusive'를 옮긴 것인데, 과거 신문 주도 시절의 ’특종‘을 대신한다. 정확히 그 변환이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 말은 아예 쓰이지도 않았다.

이후 당분간은 말 그대로 특종감인 뉴스 가치에만 명예스럽게 붙던 [단독]. 그 타이틀이 포탈이 장악하고 종편까지 가세해 재편된 뉴스경쟁시장에서는 누구나 멋대로 갖다 붙이는 싸구려 딱지로 전락한다. 멋 부린 기사 포장지 정도로 취급된다. 이 심각한 [단독]의 오욕, 저질의 사태를 계속 묵과할 건가.

최근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가 “좀 열 받아서”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JTBC를 질타하는 내용이다. “저간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 단독을 붙이는 건 용감해서인지 무식해서인지 아무 생각이 없어서인지 어떤 생각이 많아서인지. 이쪽 동네가 아무리 아사리판이지만 지켜야 할 금도가 있고 예의가 있고 그리고 직업적인 양심과 윤리라는 게 있지 않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뉴스타파>가 “[신생아 참사] 주사제 1병 쓰고 5병 값 계산…보험급여 부당청구 시도”라는 기사를 올린 건 1월 17일 오후 6시. 김성수, 홍여진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경래는 “기자가 부모님 한 분 한 분 설득하고 읍소해서 기록을 받은 뒤 한 장 한 장 분석해서 확인한 내용”이라고 부연한다.

이 과정에서 사실을 인지한 부모님들이 다른 언론사에 풀을 했고 <뉴스타파> 시점 이후에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 JTBC <뉴스룸>은 지난 17일 '주사제 한 병 나눠맞히곤…의료비는 부풀려 청구'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가 방송 이후 '단독' 표시를 지웠다.

어떤 맥락인지 대충 이해간다. 그런데 같은 날 저녁 JTBC <뉴스룸>은 “주사제 한 병 나눠맞히곤…의료비는 부풀려 청구”라는 기사를 내보낸다.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다. 항의가 있어서 일까. 문제가 될 성싶어서 인가. JTBC는 다음날 슬그머니 기사를 고쳐 ‘[단독]’이라는 말을 내려놓는다. 그렇지만 인터넷에는 교정의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이 종편채널에서 저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수매체, 약자채널이 고생해 발굴한 뉴스를 자신이 최초 발굴한 것인 양 [단독] 달고 태연히 내놓는 행태를 잘못된 일이라 비판한다. 이치에 어긋나는 짓. MB가 엮인 걸로 의심 받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다스 사건과 관련해도 최근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서 이렇게 꼬집는다.

우리나라에서 JTBC의 공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많이 해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다스 관련 보도에서 JTBC가 남발하는 ‘단독’이라는 말은 정말 거슬린다.…몇 십 만씩 듣는 팟캐스트에서 이미 얘기한 것을 보도하면서 단독이라는 말은 좀 아니지.

JTBC의 [단독] 드라이브는 이른바 ‘노룩(No Look)취재’로 곤욕을 치른 작년의 “[단독] 강경화 후보자, 거제에 ‘기획 부동산’ 매입 의혹”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네티즌은 발이 아닌 말로 뛴, 포털 사이트 로드뷰 화면을 가져다 쓴 부실하고 어설픈 [단독] 플레이에 가히 ‘팩트 폭행’을 가했다. 앵커가 나서 시청자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잘못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신뢰하는 JTBC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JTBC 저널리즘을 위해서라도, 그런 하자를 쉽게 용납할 수 없다. <뉴스룸>의 무리한 [단독], [단독]의 과욕에 대해 ‘안 돼!’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단독 중독증”이라는 비난, “성과주의 보도가 결국 부메랑 되서 돌아올”거라는 우려. 앵커와 기자들은 이런 지적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 같은 시민·시청자들의 비판과 질책은 JTBC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성실히 저널리즘을 실천해 온 손석희 앵커와 <뉴스룸>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시비임에 틀림없다. 모두가 ‘최순실 태블릿 PC’ [단독]보도의 성과를 생생히 기억한다. 최근에도 JTBC는 UAE 이면계약, 고 장자연 사건 수사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폭로하는 성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래서 톡톡 재미를 본 JTBC <뉴스룸>에 [단독]은 당연히 미련의 대상. 앞으로도 시청자를 잡을 주요 무기로 남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 시청률 드라이브의 장치가 지닌 양가성이다.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한 채널의 평판 제고에 주효했던 성과의 요소는 거꾸로 채널의 신뢰를 갉아먹는 치명적 폐해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위험한 [단독]의 유혹이다.

이걸 시청자들은 감지했다. 그래서 한국 저널리즘 갑의 위치에 오른 JTBC 앵커와 기자들에게 우선 요구하고 나섰다. 약자에게 피해를 주고 진실의 가치마저 훼손하는 집착적 [단독] 플레이는 그만. 과욕의 [단독] 드라이브가 초래하는 문제점을 재고하고 잘못된 관행은 진지하게 반성해 철저히 고치라. 당장 솔선수범하라. 그런 위급한 상황이지 않은가.

저널리즘 전체에 만연한 [단독]은 이 땅의 방송 모두가 걸린 풍토병이다. JTBC가 모든 걸 책임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뉴스룸>이 먼저 자책하고 확실히 개선한다면 그 여파는 대단할 것. 물론 새로 일어서려는 공영방송 뉴스가 앞장서도 아무 상관이 없다. 요즘 MBC 정상화 난제 해결에 바쁜 박성제 MBC 취재센터장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요즘 뉴스 수용자들은 알파고 수준의 네트워크 정보망과 아이언맨 수준의 초강력 무기를 갖춘 최첨단 집단 지성체라고 봐야 합니다.…제보에만 기대서 전화취재와 추측으로 기사 쓰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집니다. 욕심나는 제보일수록 현장을 반드시 확인하고 반론까지 취재해서, 두 번 세 번 검증한 뒤 애매하면 기사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이 달라졌다니까요. 남들보다 먼저 쓰는 기사가 '단독'이 아니라 남들보다 정확한 기사가 '단독' 입니다.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한예종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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