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열 한국PD연합회 32대 회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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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열 한국PD연합회 32대 회장 취임
30년사 출판기념회, 회장 이·취임식 “외면했던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야”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8.01.25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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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PD연합회 32대 회장에 류지열 KBS PD협회장이 취임했다. PD연합회는 25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예식홀에서 한국PD연합회 '30년사' 출판기념회와 제31·32대 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김성헌

[PD저널=구보라 기자] 한국PD연합회 32대 회장에 류지열 KBSPD협회장이 취임했다.

PD연합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예식홀에서 한국PD연합회 '30년사' 출판기념회와 제31·32대 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류지열 신임 PD연합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는 이제 방송으로 결실을 맺어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법의 이름으로 약자를 짓밟고 기고만장했던 자들을 반드시 시청자들에게 고발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PD연합회는 이제 조직을 정비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PD연합회의 모든 사업은 회원들의 눈높이와 이해관계에 맞춰 PD연합회가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지열 회장은 1994년 KBS에 입사해 <추적60분>, <세계는 지금>, <역사스페셜>, <소비자리포트> 등을 연출했다. <KBS 스페셜-쌍용자동차 해고자 심리치유 8주의 기록 "함께 살자">(2011), <KBS 파노라마-카레이스키 150>(2014) 등을 연출해 한국PD대상, 휴스턴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금상, 한국방송대상 등을 수상했다.

▲ 한국PD연합회 32대 회장에 류지열 KBS PD협회장이 취임했다. PD연합회는 25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예식홀에서 한국PD연합회 '30년사' 출판기념회와 제31·32대 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김성헌

축전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PD연합회의 지난 30년은 방송민주화와 선진 방송문화 창달을 선도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정부는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길로 가겠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보장하고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방송 PD들을 든든하게 지키겠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방송이 정상화되기를 많은 국민들이 바랐다. 정상화돼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권력과 방송이 사이가 좋으면 결국엔 방송도 망하고, 권력도 망한다, 앞으로도 언론에서 권력을 엄하게 다뤄 달라"고 당부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정의당도 방송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PD, 작가, 독립PD 등이 행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송일준 31대 PD연합회장은 이임사에서 “류지열 회장은 저보다 더 열정적으로 할 사람”며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송 회장은 이 자리에서 PD연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취임식에 앞서서는 한국PD연합회 30년사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한국PD연합회는 1987년 창립한 이후 30년 역사를 담은 <6월항쟁에서 촛불혁명까지-한국PD연합회 30년, 방송민주화의 기록>(도서출판 사우)을 펴냈다. 주요 집필에는 정길화 MBC PD(제12대 한국PD연합회장)와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역대 PD연합회장,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PD연합회 명예회원, KBS 이사,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각 방송사 PD협회장, 전국언론노동조합 각 지·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 류지열 한국PD연합회장 ⓒ김성헌

다음은 류지열 제32대 PD연합회장 취임사 전문이다.

취임사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 방송실상에 딱 맞는 말입니다. 1987년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에 힘입어 방송민주화가 시작되었습니다. 6월 항쟁 덕분에 무임승차였지만 우리PD들은 최초의 방송단체인 PD연합회를 결성하였고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의 물결에 무임승차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PD연합회가 만들어지고 딱 20년 만에 반동의 역사가 몰아쳤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PD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폭정에 완벽하게 제압당했습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다시 방송공공성을 회복 할 수 있는 것은 지난겨울의 촛불혁명 덕분입니다. 역사는 정확히 30년 만에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PD들은 정권과 자본의 침탈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했습니다. MBC는 방송을 제작할 PD들이 프로그램에서 배제되고 유배되고 해고당하는 혹한의 시절을 견뎌야 했고 KBS는 기존 노조의 무기력한 모습에 분노해 2009년 새노조를 만들어 지난한 투쟁을 이어 왔습니다. 정리해고에 맞선 OBS, 올바른 위상을 확립하려 싸운 아리랑국제방송 등 모든 방송사의 PD들이 자본의 일방 지배에 저항했습니다. 정의로운 방송생태계를 요구하는 독립PD들의 절규도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투쟁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침묵했던 우리의 지난 잘못을 면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왜 그토록 무기력하게 패배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87년 6월항쟁 이후의 방송민주화가 우리의 주체적 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밖으로부터 이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방송의 공공적 책임에 대한 DNA가 PD 모두의 몸속에 각인되지 못했습니다. 순풍을 타면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만 작은 역풍에도 쉽게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였습니다. 반동의 시대가 오자 그 한계는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이식된 근육으로는 이명박,박근혜 권력이 만들어 내는 역풍을 막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예능 드라마가 세계적 수준의 방송으로 자리 잡았지만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외부압력에 손쉽게 무너졌고 시청자의 신뢰는 떨어졌습니다. 부끄럽지만 이 과정에서 PD들의 문제제기는 언론적폐들의 집요함보다 끈질기지 못했습니다. 소극적이고 적당한 문제제기는 각개격파 당했고 PD들은 야성을 잃고 무기력한 월급쟁이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곳곳에서 PD개인의 치열한 투쟁 대신 전략 전술이라는 이름 아래 권력변동의 시간표만 쳐다보고 있지 않았는지 자문해 봅니다. 계속해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동력을 얻었습니다. 그 힘의 원천은 당연히 촛불혁명입니다. 그리고 촛불혁명이라는 외부의 힘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치열한 반성을 통해 공영방송을 실천할 의지를 모든 PD들이 견결히 다졌습니다. 지난 1년 동안 KBS. MBC 구성원들은 처절한 자기반성과 공영방송 파괴세력들과 끈질긴 투쟁을 하였습니다. 결국 승리했고 공영방송의 토대를 스스로 구축했습니다. 이것이 지난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의 상황과 큰 차이입니다. SBS 또한 민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사장, 본부장에 대한 직원들의 임명동의제라는 대단히 의미 있는 공영적 방송 장치들을 쟁취했습니다. YTN, OBS, 아리랑국제방송 등 많은 방송사들도 내부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투쟁을 1년 동안 끈질기게 했습니다. 지상파PD와 독립PD간에는 함께 정의로운 제작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동지적 연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어떤 반동적 공세도 돌파할 힘이 될 것입니다. 

이제 방송으로 결실을 맺어 시청자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프로그램 혁신은 관념에서가 아니라 현실 직시에서 시작됩니다. 지난 10년 동안 방치했던 노동문제, 청년문제, 남북문제 등 가장 절실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하루빨리 방송해야 합니다. 특히 노동문제에 대한 방송의 홀대는 큰 문제입니다.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87년 6월 항쟁 당시 넥타이 부대와 학생들의 투쟁은 반복해서 방송되어도 곧바로 이어진 7,8,9월의 노동자 대투쟁은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습니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75미터의 굴뚝에서 470일 넘게 농성하고 있고 삼성직업병 반올림 투쟁은 850일이 넘고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10년째 싸우고 있고 지금은 인도까지 가서 농성중입니다. PD들의 카메라를 기다리는 처절한 노동현장이 너무 많습니다. 10년 동안 외면했던 삶의 현장으로 우리는 가야 합니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는 방송은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오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님을 이 자리에 어렵게 모신 이유는 PD들이 노동현장을 좀 더 이해하여 정확히 방송에 반영할 수 있는 연대를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법의 이름으로 약자를 짓밟고 기고만장했던 자들을 반드시 시청자들에게 고발하여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정상화를 앞장서서 이끌어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 PD들입니다. PD연합회는 이런 PD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PD연합회는 권력의 부당한 핍박으로 연합회장들은 일상적인 활동조차 힘들었습니다. 재정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조직을 유지하기도 버거웠습니다. 이제 조직을 정비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PD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PD상과 한국PD대상을 완전히 혁신하겠습니다. 이달의 PD상과 한국PD대상은 PD의 눈으로 PD가 뽑는 최고로 권위 있는 방송상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특집과 대형다큐 중심으로 수상이 편중되는 경향이 있어 어린이, 스포츠, 생활정보 등 정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다수의 PD들은 소외당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달의 PD상은 시사/다큐 분야와 생활정보어린이, 스포츠 분야로 나누겠습니다. 라디오 또한 시사/교양 분야와 오락/드라마 분야로 분리하겠습니다. 그래서 적은 예산으로 묵묵히 정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다수의 PD들에게 수상의 기회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수상의 소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매 분기마다 혁신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프로그램을 시상하는 혁신 프로그램상을 신설했습니다. 한국PD대상은 상금을 현실화 하고 수상자의 해외연수는 반드시 복원 할 것입니다. PD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것을 제1의 사업목표로 삼겠습니다.

<PD저널>은 PD 필진을 대폭 강화하여 현장PD들의 고급스럽고 생생한 칼럼을 게재하겠습니다. PD들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는 원고가 아닌 현실화된 원고료를 집행하여 신문의 안정성을 유지하겠습니다. PD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친근한 소통의 매체가 될 것입니다.

예산 확보가 이들 정책 성공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선 작년에 시험적으로 시행하였던 PD저널에 게재하는 지자체 광고사업을 올해는 좀 더 체계적으로 시행하겠습니다. 이 사업은 재정 안정화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PD교육원을 완전히 청산하겠습니다. PD연합회와 통합하여 교육기능을 사무국과 교육국에서 담당하게 했고 그 결과 효율적인 예산집행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건강한 협찬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국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은 PD들의 요구가 많은 사업에 최대한 집중시키고 형식적인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하겠습니다. 모든 사업은 회원들의 눈높이와 이해관계에 맞춰 PD연합회가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PD 회원 여러분, 이러한 저의 구상과 포부는 PD 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만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새해 모두 멋진 프로그램 만드시고, PD연합회의 새로운 도약에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은 한국PD연합회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제32대 한국PD연합회장 류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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