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노조 조합원 200명, 카메라 내려놓고 “최남수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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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노조 조합원 200명, 카메라 내려놓고 “최남수 퇴진”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 25일 연차 투쟁..사측, "방송 차질 없어"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01.25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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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YTN 노조 조합원 200여 명이 25일 카메라와 노트북, 마이크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8시 이른 아침부터 '최남수 퇴진' 'YTN 해피엔딩' 손 피켓을 들고 YTN사옥 1층에 모였다. 언론노조 YTN지부(이하 YTN지부)에 따르면 전 조합원 300여 명 중 80% 넘는 인원이 이날 연차 투쟁에 참여했다.

‘최남수 퇴진을 위한 YTN 총력 투쟁 선포식’에서 권준기 YTN지부 사무국장은 “조합원 집계 결과, 특파원 6명 전원 연차을 냈다”며 밝혔다. 13개 지역취재본부에서도 23명이 연차 투쟁에 참석했다.  

광주에서 새벽 열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한 조합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보며 항상 오고 싶었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한 편집기자는 “엄마가 시위에 앞장서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엔 마이크를 잡고 투쟁해도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 방송할 시간대인데 아무 탈 없이 방송이 진행되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김대근 <뉴스Q> 앵커 역시 “오후 4시에 방송을 맡고 있지만 오늘은 다른 분이 할 것 같다. 빈자리가 느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옳은 길을 위해 마이크와 노트북을 내려놓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는 건 감내할 수 있지만 9년 동안 밖에서 살던 한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화가 난다”며 “어제 사측 인사가 ‘세월호 때 보직을 맡았던 게 무슨 잘못이냐’고 말했는데, 현장에서 기레기라 욕 먹고 비판받은 후배와 동료들이 생각나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선포식을 마친 뒤 YTN지부 조합원들은 7층 최남수 사장 집무실로 향했다. 박진수 YTN 지부장이 대표로 최남수 사장 얼굴과 ‘유령사장 남수퇴치’라고 적힌 부적을 붙이자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최남수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 3층 보도국에서 구호를 외치는 YTN 조합원들 ⓒPD저널

4층에 위치한 뉴스 스튜디오에서는 방송이 차질없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3층 보도국 사회, 경제, 정치부서 자리는 국장 자리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있었다. YTN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지나가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던 사원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YTN 사옥을 나온 취재기자들은 노트북을, 아나운서들은 마이크를, 카메라 기자들은 카메라를 차례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마이크 아래에는 “성희롱 막말 최남수 NO"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노트북에는 ”시작도 YTN, 끝도 YTN" 문구가 붙였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한 조합원들은 YTN지부의 연차 투쟁을 응원하러온 언론인들과 ‘YTN 총력 집회’을 열었다. 

파업이 끝난 KBS, MBC를 비롯해 SBS, EBS, OBS, 아리랑 국제방송 지부장들부터 <한겨레>, <동아일보>, <서울신문>, 뉴시스 지부장들까지 참여해 ‘YTN 최남수 사장 사퇴’를 외쳤다.

개회사를 맡은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최남수 사장은) 합의를 깼다가 나중엔 합의가 없었다고 하는 등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며 "신뢰를 저버린 최남수는 YTN에 1초도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성재호 KBS지부장은 “출근 저지 영상을 보면서 최남수 표정을 봤는데, MBC 김장겸과 KBS 고대영의 얼굴이 보였다”라 말했다. 

한파 탓에 지나가는 이들이 많이 없었지만 몇 몇 외국인들은 "YTN 최남수 OUT"이란 글자를 따라 읽으며 YTN에 무슨 문제가 있냐며 같이 있는 한국인 친구에게 묻기도 했다.

연차 투쟁에 동참한 한 YTN 기자는 “박근혜 정권에서 정권을 비호했던 인사가 사장으로 온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적폐를 털고 나가야 하는데 YTN 내부의 적폐를 용납하지 못해 떨쳐 일어났다”고 말했다.

▲ 25일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 중인 조합원들 ⓒPD저널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한 박한울 YTN 기자는 “제가 3년 차이지만, 지금의 YTN 사태에 대해 잘못된 게 뭔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차 휴가를 제출한 게) 무서웠다면 기자를 하지 않았을 거다. 두려운 건 (최남수 사장으로 인해) 제가 30년 더 다녀야 하는 회사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YTN 노조는 1월 31일까지 최남수 사장과 김호성 상무가 즉각 사퇴하지 않으면 2월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측은 이날 YTN지부의 연차 투쟁으로 인한 방송 파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YTN 직원이 1000명 정도 되는데 그중 300명 정도가 연차를 냈다. 정상 방송을 내보내는 데 애쓴 결과 방송 차질이 크진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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