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보도, 남북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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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보도, 남북갈등 증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언론본부 토론회, “의도된 오보, 선정적 보도 못 벗어나"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02.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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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언론이 색깔론을 부추기고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언론본부는 7일 프레스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언론 보도’ 토론회를 열고 북한의 참가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평창올림픽 보도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발제를 맡은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은 “북한 관련 보도에서 ‘가짜뉴스’를 내놓고도 바로 잡지 않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언론의 최대 과제는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과도한 정치선전’의 확성기 역할을 탈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승우 이사장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저의’ 또는 ‘노림수’가 무엇이냐는 틀에 맞춰 갈등을 증폭시키는 보도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 7일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부장,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부장, 최종식 경기일보 기획관리실장, 고승우 민언련 이사장, 오기현 한국PD연합회 통일특위위원장,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 ⓒPD저널

"의도적 프레임으로 인해 남북갈등"

고 이사장은 북한 관련 보도 행태를 7가지로 나눠 분석했는데, ‘의도적으로 프레임이 지워진 기사들’과 응원단 용모와 관련된 보도를 먼저 지적했다. 

‘평양올림픽’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SBS의 <‘평화 vs 평양’...검색어 경쟁이 남긴 숙제>(2018년 1월 24일)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사는 문 대통령의 ‘평화의 올림픽이 되었으면 한다’는 발언 장면과 홍준표 대표의 발언 모습을 교차로 보여준 뒤, 청와대의 발언 모습과 보수 단체의 발언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단일팀 급조나 현송월 의전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SBS는 IOC나 유엔 등이 확인한 평창올림픽의 취지와 평화증진 효과 등은 외면한 채 ‘북한이 참가하니 평양 올림픽이다’라는 정치공세와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부자연스럽게 짜 맞춘 기사를 작성해 시청자의 혼란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 SBS 보도 <‘평화 vs 평양’...검색어 경쟁이 남긴 숙제> (20180124) 화면 갈무리

북한 응원단 및 현송월을 둘러싼 용모에 관한 과도한 보도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고 이사장은 상당수 매체가 ‘북한 응원단=미녀’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용모를 부각하는 주요 뉴스들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로 든 TV조선 <“응원단 뽑혀 한국 오려고 뇌물”>(2018년 1월 20일 방송)은 응원단 미모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해 “익명의 대북소식통이 제공한 정보”라고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으로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현송월 단장을 둘러싼 과도한 언론의 보도는 토론회에 참석한 오기현 한국PD연합회 통일특위 위원장도 지적한 내용이었다. 오기현 위원장은 “북한 관련 보도는 보도의 기본인 객관성, 합리성, 책임성이 전혀 없다. 추상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이다”라며 '현송월 단장 보도'를 지적했다.

조선일보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2013년 8월 29일 방송)로 대표되는 오보와 ‘현송월 부활설’이 나오게 된 과정을 짚었다. 오 위원장은 “북한 관련 보도는 네 단계를 거쳐 확정된다”며 “첫째, 국내보도, 두 번째는 이를 인용한 외신, 세 번째는 군 기관이 이 사실을 확인해준다든지 전문가가 확인한 것처럼 얘기한 뒤 이를 종합한 확정 보도의 단계를 거친다”고 분석했다.

오 위원장은 지난 24일자 중앙일보 칼럼, <김정은의 ‘노래폭탄’ … 올림픽 잔칫상 뒤흔든다> 과 지난 6일 송호근 칼럼 <핵(核) 파는 처녀>등을 언급하며 “공연이라는 건 상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다. 그런데 그 음악을 정치적 메시지로 인식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채널A <뉴스특급>(20180117)에 등장한 6개월 전 화면 갈무리

“보수언론,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 공동입장' 혹세무민”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 논란’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고승우 이사장은 “한반도기 앞세운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놓고 일부 언론이 비정상적인 모습의 보도 행각을 벌였다”며 채널A <뉴스특급>이 지난 27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합의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사용한 6개월 전 인터뷰 영상을 활용한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고 이사장은 “정부의 입장이나 단일팀 구성의 긍정적 측면은 언급조차 없었다”며 “지난달 15일자 조선일보는 <“북한판 아이스하키 낙하산” 2030이 더 뿔났다>에서 의도적으로 정부에 반대되는 목소리만 실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JTBC <팩트체크-‘한반도기’, 조총련이 만들었다?>(2018년 1월 29일 방송)와 CBS 노컷뉴스 <‘한반도기 반대’ 2030단체, 수상한 뒤를 캐보니...>(2018년 2월 1일 방송) 등은 현상을 균형있게 보도한 기사로 언급했다.

한겨레 김동훈 스포츠부장은 “공동입장, 한반도기 사용, 아리랑, 기수로 남남북녀 한 번씩 걷는 건 여러 차례 관례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한반도기는 1989년 노태우 정권 때 합의한 내용이다”며 “‘우리나라에서 행사에 공동입장 할 수 있느냐, 한반도기를 어찌 앞세우냐고 하는데, 러시아 올림픽 때도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은 “팩트에 소홀하고 알면서도 어물쩍 넘어가는 건 혹세무민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검증하지 않고 가짜뉴스처럼 내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부장과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지난해 10월 24일 개정한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의 준수를 강조했다. 

해당 준칙에는 남북 긴장 해소를 위한 노력과 외신 보도 신중 인용, 남북 동질성의 부각 등이 담겨있다. 

오기현 위원장은 “올림픽 종료 후에라도 전체 기사들을 팩트체크하는 자리를 마련해 언론이 객관성, 합리성, 책임성을 가지고 보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고승우 민언련 이사장,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부장, 오기현 SBS PD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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