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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여행 예능 전성기

'휴가철 시즌 상품' 벗어난 여행 예능, 일상 속에 자리잡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2.08 15: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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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윤식당2> ⓒtvN

[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꽃보다 할배>가 나온 이듬해 2014년은 여행 예능의 숨겨진 원년이라 할 수 있다. 대중들의 가슴 속에 애드벌룬 하나씩 품게 만든 노년의 배우들과 이서진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뿐히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이에 자극을 받은 공중파 예능에서도 <도시의 법칙>, <SNS 원정대 일단 띄워>, <7인의 식객> 등의 여행 예능을 대거 쏟아냈다.

이들 대부분 특정 상황 속에 놓인 출연진을 관찰하는 여행의 로망과 스토리텔링이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여행 예능이었다. 물론 원조라 할 수 있는 ‘나영석 사단’을 제외하고 당시 쏟아진 대부분의 여행 예능들이 참패를 맛봤다. 나영석 사단은 여행과 슬로라이프라는 정서적 지향을 기반으로 후속 시리즈들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2010년대 예능의 패권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6년 여름 즈음 본격적으로 시즌 상품처럼 여행 예능이 쏟아져 나왔다. 나영석 PD는 아버지와 아들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아버지와 나>를 비롯해 tvN의 10주년 이벤트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준비했다.

이블 예능, 라이프스타일 채널, 종편 등지에서 단발성 여행 예능들이 대거 기획되었으며, 공중파 채널에서도 여행과 소통형 예능에 대한 실험이 이어졌다. 이 흐름은 당시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KBS 예능국에도 전달되어 <배틀 트립>과 <수상한 휴가>와 같은 접근 가능한 낭만과 정보를 앞세운 전통적인 여행 예능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 지난 4일 첫방송된 JTBC <효리네 민박2> 화면 갈무리. ⓒJTBC

그렇게 여름철, 휴가철 시즌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여행 예능은 작년부터 시즌 개념마저 탈피했다. JTBC <효리네 민박 2>가 시작하고 tvN<윤식당 2>가 한창인 지금, 여행 예능은 예능 판도를 주름잡는 가장 두드러진 흐름이자 핫한 장르가 됐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TV를 켜면 언제나 어디로든 매일매일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대중들은 여기서 ‘재미’를 찾는다.

국내와 해외를 망라하고, 패키지부터 현지에서 살아보기, 청소년들의 배낭여행에서 주부들의 자유여행과 아저씨들의 낚시 여행까지 방식과 목적도 점점 세분화되는 추세다. <배틀 트립>이나 <짠내투어>처럼 여행지에 관한 정보와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예능부터 <윤식당>이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기 긍정의 요소를 찾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윤식당>과 <효리네 민박> 시리즈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예능은 대부분 여행과 삶에 대한 것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행 예능이 한동안 예능을 이끌었던 일상 키워드를 어느 정도 대체 했다는 점이다. 2015년 관찰형 예능 붐과 스타 셰프들을 앞세운 쿡방 열풍은 결과적으로 사람 사는 것이 생각보다 다르지 않다는 의식에서 나온 공감대와 안정이었다. 재미는 그런 위안과 안도에서 피어났다.

그런데 여행 예능은 이런 트렌드에 적당히 부합하면서 한편으로 또 다른 로망을 품을 만한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제안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그리고 그곳에 이르는 가장 쉬운 대안이 바로 여행이었다.

그렇게 싹튼 낭만은 예능에서 일상의 퍽퍽함을 함께 나누고 일종의 자조적 위로를 주고받던 시기를 지나며 더욱 깊고 커졌다. 오늘과 다른 무엇을 꿈꾸게 했다. 여행이 우리 사회의 가장 흔한 휴가의 방편이 되면서 사치 이상의 가치를 부여받자, 한때 박멸되다시피 한 대리만족의 즐거움도 여행 예능의 재미로 더해졌다. 자연스레 일상의 교감에서 로망을 꿈꾸고 대리만족하는 재미로 전환됐다.

접근 가능한 형태의 여행은 대리만족은 물론, 낚시와 같은 새로운 취미를 소개하거나 제주에 사는 이효리 부부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윤여정, 이서진과 함께하는 식당 운영기는 예능 제작진과 배우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동화다.

지난 시리즈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윤식당 2>와 <효리네 민박 2>의 선전은 확실히 우리가 지금 품고 있는 로망의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준다. 이렇게 여행 붐과 여행 예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늘날 우리의 시대상을 드러내는 중이다. 오늘보다 더 나은, 혹은 또 다른 삶과 일상을 꿈꾸는 로망을 말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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