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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고' '몰래 찍은' 북한 응원단

보도 사진에 화장실 사진까지..."젊은 여성, 성적 대상화 인식 드러내" 이미나 기자l승인2018.02.08 18: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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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차 방문한 북한 응원단의 모습을 보도한 <노컷뉴스>와 <뉴스1> 홈페이지 화면 ⓒ 노컷뉴스, 뉴스1

[PD저널=이미나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북한이 300명에 가까운 응원단을 보내 왔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 선수권대회 이후 13년 만의 응원단 방문에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그러나 관심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이들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는 북한 응원단이 방남한 7일, 가평휴게소 화장실에서 줄을 기다리거나 옷 매무새를 고치는 단원들의 모습을 찍어 내보냈다. 논란이 일자 <연합뉴스> 측은 일부 사진을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8일 오전까지 이 사진들의 대부분은 홈페이지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뉴스1>과 <노컷뉴스>에서는 단원들의 다리에 초점을 맞춘 사진을 보도했다. 제목은 이들이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가방을 들고 있다는 내용이지만, 정작 사진이 조명한 것은 이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앞서 한국을 찾았던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을 다룬 언론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여성신문>은 "앞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방문할 북한 여성 응원단을 두고 재현될 일이라는 점에서 언론 자정을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문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시 SNS를 통해 "이후에 방문할 예술단과 응원단 여성들에 대한 외모 품평은 어느 정도일지 소름이 돋는다"면서 "여성은 성적 상품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북한 응원단을 향한 자극적인 보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 활동가는 "사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최근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카메라가 응원단원의 다리에서 시작해, 몸을 훑듯이 찍어 올라가는 사례도 여럿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북한 응원단 보도로 언론이 '북한'과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여실히 드러난다는 분석도 있다. 

오기현 한국PD연합회 통일특위 위원장은 "(언론이) 남북 분단에 대한 깊은 이해나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도 7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과 언론 보도> 토론회에서 이를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거나 선정적 보도, 또는 남북의 올림픽 축하 움직임을 관음증적 시각으로 격하시키는 보도"라고 평했다.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신변잡기식 보도에 치중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우리가 올림픽을 치르며 진짜 주목해야 할 것에 주목하지 않고, (응원단이)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외모를 가졌는가에 (언론 보도의) 중심이 옮겨가는 것은 유치한 일"이라며 "여성 응원단을 소비하기 쉬운 존재들로 보고 사진을 찍거나 제목을 뽑는 방식은 문제"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북한 응원단 사진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진가 또한 "최근 북한과 관련한 이미지를 접한 적이 드물다 보니 북한 응원단을 동물원의 동물 취급하듯, 혹은 외계인 바라보듯 하는 시선이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며 "취재진의 과도한 취재 경쟁도 문제지만,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지엽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갖는 대중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1975년 영화이론가 로라 멀비가 카메라는 근본적으로 남성의 시선으로 대상을 응시한다고 역설한 것처럼, 관행적으로 카메라가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이 어떠했는지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바일 시대에 사진은 중요한 저널리즘의 도구가 되었다. 그 가운데 북한의 젊은 여성은 정말 좋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관습적인 카메라 문법 속에 담긴 남성적 응시와 시선이 '북한 여성 응원단'이라는 대상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세은 교수는 "응원단이 미소 짓는 모습이나 걸어가는 모습, 손 흔드는 모습을 담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충분하다"며 "화장실에 있는 모습이나 특정 신체 부위를 담는 언론 보도는 여전히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북한 응원단'을, 그리고 '젊은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언론과 대중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배나은 활동가는 "기자 개인에게 모든 자정의 노력을 맡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언론사는 기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와 관련된 교육을 해야 하며, 유관 기관도 계속해서 최신의 보도 준칙을 생산해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세은 교수 또한 "(언론의 보도를)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이번 계기에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는 남성적 시선이나 인식, 혹은 접근 방식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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