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2.17 월 18:13

’미스티’,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남기

성공한 앵커 고혜란의 유리천장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2.09 10:28:5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어째서 남성 앵커는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지만 여성 앵커들은 계속 젊은 피로 바뀌는 걸까. 이런 문제 제기가 뉴스 프로그램에 제기된 건 꽤 오래 된 일이다. 여성 앵커를 일종의 ‘꽃’에 비유하며 기왕이면 젊은 꽃이 보기에 좋다는 식의 구시대적이고, 성차별적인 시선을 요즘엔 공공연하게 드러내진 않는다.

실제로 여성 앵커가 단독으로 뉴스 프로그램을 이끄는 경우도 있고, 남성 앵커라고 해도 과거처럼 오래 자리를 지키는 일도 드물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 앵커들로 대변되듯,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졌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유리천장’을 뚫는 일이 여성들에게는 성공의 관건이 되는 현실이라는 걸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하긴 어려울 테니 말이다.

JTBC <미스티>의 고혜란(김남주)은 성공한 여성 앵커다. 그래서 JBC 메인 뉴스 <뉴스9>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자리를 지켜내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젊은 기자 한지원(진기주)은 호시탐탐 앵커 자리를 노리고, 방송사 내부에서는 꼬장꼬장하고 독한 고혜란보다는 말 잘 듣고 젊은 한지원을 은근히 미는 분위기다.

물론 데스크인 장규석(이경영)은 고혜란을 애초에 발탁해 여성 단독 앵커 자리에 올린 인물이지만, 그 선택이 그의 성평등한 관점 때문은 아니다. 파격적인 선택이 만들어낸 시청률만이 그의 목적이다. 그는 고혜란과 나란히 선 한지원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된 뒤 한지원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한지원을 앵커 자리에 세우려 하지만 고혜란의 반발이 만만찮다. 결국 섭외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프로골퍼 케빈 리를 <뉴스9>에 세운다는 조건으로 고혜란이 그와의 인터뷰를 해내지만, 장규석은 그걸 이용만 해먹고는 결국 그 자리를 한지원에게 내준다.

케빈 리를 섭외하기 위해 공항에 나가려 할 때 마침 어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선택한 건 고혜란의 독한 면을 드러낸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또 앵커라는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거의 모든 것들을 포기하거나 잃는다.

▲ JTBC <미스티> 방송 화면 갈무리. ⓒJTBC

잃어버린 것 중 가장 뼈아픈 건 가정이다. 그는 커리어 우먼으로 버티기 위해 아이를 지운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남편 강태욱(지진희)과의 관계마저 소원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앵커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쇼윈도 부부로 살아간다. 이제 앵커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는 힘겨운 상황에 서 있지만 그는 돌아가거나 지지할 가정이 없다.

그런 그를 주변 사람들은 ‘독한 여자’라고 욕을 한다. 심지어 여자들도 그렇게 독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남편 내조하는 게 더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독한 여자’가 되어가는 건 그러나 고혜란만이 아니다.

그를 밀어내고 앵커 자리에 오르려는 한지원 역시 그에게 맞선다. 관건이 된 케빈 리를 은근히 유혹하고 결국 선을 넘는 한지원의 선택에는 어쩌면 온몸을 던져서라도 성공하고픈 욕망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을 오히려 이용한 고혜란에 의해 한지원은 결국 밀려나고 만다.

여성들의 앵커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전쟁(?)을 조장하고 관망하는 건 보도국장 장규석이다. 그래서 그들의 경쟁을 통해 장규석은 케빈 리 섭외 같은 일을 해내고 원하는 대로 고혜란을 휴먼다큐 프로그램으로 밀어내며 대신 앵커 자리에 한지원을 앉히려 한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여성들이 벌이는 대리전을 통해 이 시대에 여전히 남은 새로운 경쟁 시스템을 활용한다.

고혜란(한지원도 마찬가지지만)은 그래서 이 시대에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어떤 난관을 헤쳐나갈 때 통쾌함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그 처절함에 씁쓸하다.

과연 이 드라마는 비극으로 끝나게 될까. 아니면 그의 성공으로 마무리될까. 성공한다 해도 희생되는 것들이 있다는 점에서 보면 비극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커리어 우먼들에게 부과하는 유리 천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