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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안개 속에 갇힌 욕망

살인 용의자 누명 쓴 고혜란의 '위기의 시간'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8.02.19 13: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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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JTBC <미스티>(연출 모완일, 극본 제인>는 드라마 제목이 상징적이다. 미스티(Misty)는 ‘안개가 낀’, ‘부연’, ‘흐릿한’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스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욕망은 매우 뚜렷하다.

뉴스 메인 앵커에서 한 순간에 살인 용의자가 된 고혜란(김남주), 아내의 변호를 맡는 국선 변호사 강태욱(지진희), 고교 친구 서은주(전혜진)를 비롯해 고혜란이 근무하는 방송사 보도국 동료 등 여러 인물의 크고 작은 욕망이 동시에 충돌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가고만 있다. 여기에 고혜란의 첫사랑이자 프로골퍼로 성공해 돌아온 케빈 리의 사망 사건이 더해지면서 극의 갈등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어찌 보면 <미스티>의 드라마 문법은 ‘부메랑’과도 닮아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인물들의 욕망을 드러낼수록 사건의 조각이 하나씩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김남주가 분한 고혜란은 모든 게 명료한 인물이다. “고혜란, 그 이름 석 자엔 수많은 상징이 담겨있다”는 소개말처럼 JBC 사회부 기자로 출발해 9시 뉴스 앵커로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야말로 ‘성공한 여자’이다.

▲ JTBC <미스티> 스틸 컷. ⓒJTBC

하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살얼음판 같은 삶이 놓여있다. 선배 앵커 이연정(이아현)을 밀어내고 9시 앵커 자리를 꿰차기 위해 뱃속의 아이를 희생시켰고, ‘젊음’을 앞세워 앵커 자리를 노리는 한지원(진기주)이 등장하며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또한 “그 나이에 추하게 욕심 부리지 말라”는 동료의 폭력적인 발언과 비난, 시청률 지상주의와 세대교체를 운운하는 혹독한 환경에서 고혜란은 그만의 생존 전략으로 살아남는다. 사적인 영역에서의 분투도 만만치 않다. 배란일에 맞춰 찾아오는 시어머니를 마주하고, 남보다 더 남이 되어버린 남편과 쇼윈도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애쓰던 고혜란은 모든 게 명료하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 첫사랑 케빈 리와의 재회에 이어 갑작스런 사망 사건으로 인해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고혜란은 시기와 질투, 견제를 견뎌내며 쌓아온 명예가 고스란히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살인 용의자로 낙인찍히면서 한 발자국도 내딛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앵커에서 방출될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뉴스는 팩트를 기반으로 한 쇼”라는 장규석(이경영) 보도국장의 실리적 판단으로 구제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다만 고혜란이 홀로 안개 속을 걸어갈 때, 유일하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을 내미는 한 사람이 있다. 고혜란의 남편 강태욱(지진희)이다. 그는 혜란과 같이 살면 살수록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그 또한 “내가 사랑하면 돼”라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결심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측하건대 <미스티>의 결말은 고혜란이 살인 용의자라는 누명을 벗고 끝맺을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의 결말이 명료할수록 과정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처한 ‘위기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미스티>에서 사건이 묘연해질수록 고혜란과 그를 둘러싼 인물의 욕망을 조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고혜란이 갑자기 살인 용의자가 된 상황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데 이어 또 다른 변수를 끌어오며 극의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케빈 리 장례식장에서 고혜란과 서은주가 서로 친숙하게 대하는 모습을 목격한 형사들이 “판을 다시 짜자”며 극의 흐름을 다시 흔든다.

<미스티>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고혜란이 겪는 위기를 시청자가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감정의 속도와 위기를 적절하게 안배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혜란이 누명을 벗는 길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고혜란이 날리는 ‘사이다’ 발언으로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면, 앞으로는 고혜란과 각자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의 크고 작은 ‘딜레마’를 어떻게 엮어내는지가 <미스티>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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