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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보도, 가부장적 시각 탈피부터

조직내 권력 문제 드러낸 미투운동... 언론의 자각 선행되어야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l승인2018.02.21 15: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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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미투(Me Too)운동이 거세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서 비롯해 문단, 문화 예술계에서 그동안 숨겨져 왔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시민들은 공감하며 격려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발뺌과 진실 되지 않은 해명으로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미투운동은 본질적으로 음침한 권력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힘을 이용해 여성 후배와 제자를 성적 희롱, 추행 심지어 폭행까지 서슴지 않고 저질러 왔던 것이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폭로하기 전까지 그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거나 당사자가 밝히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은폐되어 왔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소리 내지 못했던 이유는 조직 안에서의 2차, 3차 피해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두려움과 수치심에 떨고 있던 피해자들이 비로소 이제야 와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와 방송, 신문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그리고 누가 나를 추행했는지 밝히고 있다. 뉴 미디어와 올드 미디어 모두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진실을 밝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미투운동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서 미투운동을 지지하고 격려한다고 말한 한 여성 배우가 “너도 피해를 당했어?”라는 여론 반응에 놀라 사실해명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녀의 격려를 미투로 오해한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안에는 성범죄 피해자는 나와는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편견이 있다. 미디어는 ‘누가, 누구한테, 어떻게’ 라는 질문으로 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을 언론의 역할로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거장이 괴물이 되기까지” 오늘(21일) 아침 모 언론사의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어이없는 해명에 피해자들이 폭로를 결심하여 미투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거장이 괴물이 되기까지는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고, 폭로가 없었다면 거장은 괴물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현실에서 그 거장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게 하는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폭로만 없었다면 거장으로 건재했을 것이라고 한다. 거장이 괴물이 된 것이 아니라 그는 이미 괴물이었고, 그 괴물을 거장으로 받들고 있었던 사실을 언론은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

얼마 전 모 언론사의 기자가 문단 내 성폭행 피해자들의 모임이 있느냐는 질문을 문단에 등단한 대학동기에게 물어보며 취재했다가 트위터 상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취재원이었던 여성 문인은 기자라고 밝힌 동기 오빠가 “너도 혹시 성폭행 당한 거 있어?”로 물었으며 무례한 질문을 했다고 트윗을 날렸고, 이를 본 모 언론사는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을 증명하며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맞섰다.

사실 여부를 따져 보면 여성문인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으나, 기자가 질문한 내용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모임을 제3자가 알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면 그 여성에게 내용적으로 ‘너를 포함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모임이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볼 수 있다. 기자의 의도와는 달리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 대상자가 느꼈을 부담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적극적인 미투운동 보도 바람직하지만...

미투운동은 피해자들이 피눈물나는 고통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와 조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고 의무이다. 우리 안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의식, 그리고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편견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우리 언론이 적극적으로 미투운동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는 가부장적‧남성적 시각이 숨어 있다. 이런 사실을 언론이 자각하지 못한다면 언론의 미투운동 보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언론이 미투운동을 앞다퉈 보도하기 전에 가부장적 시선부터 점검해야 한다.

언론이 우리 사회 깊숙이 박혀있는 성문제에 대한 가부장적 시각과 관습을 정면으로 바라볼 준비가 된 다음에 미투운동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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