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대표 앞에 선 KBS 사장 후보자들 "적폐 청산"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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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대표 앞에 선 KBS 사장 후보자들 "적폐 청산" 약속
시민자문단 "정책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날선 질문...후보들 "신뢰 되찾겠다"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8.02.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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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초로 시민들이 KBS 사장 선출에 참여하는 ‘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가 24일 열렸다.ⓒPD저널

[PD저널=구보라 기자] KBS 사장 후보자들이 시민자문단 앞에서 KBS의 신뢰 회복과 '적폐 청산'을 약속했다. 

사상 최초로 시민들이 KBS 사장 선출에 참여한 ‘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가 24일 서울 KBS 본관에서 6시간에 걸쳐 열렸다. 정책발표회에 참석한 3명의 사장 후보자들은 시민자문단으로 선정된 142명이 지켜본 가운데 공영방송 비전과 철학, KBS 정상화 방안, 미래 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에 대해 나름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비정규직·외주제작 시스템, 시청자 권익, KBS 내 성차별 문제 등에서는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KBS를 시민의 품으로’를 주제로 발표를 시작한 양승동 후보자(KBS PD)는 지난 10년 동안 방송 장악에 맞서 싸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제도적·인적 적폐 청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양승동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KBS의 공정방송을 위해 구성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맡아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양 후보자는 “지난 10년 동안 KBS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잘 알고 있고, 또 많은 KBS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아낼 수 있다”라며 “사장이 되면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의 KBS의 독립을 선언하고,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이어 “노사가 참여하는 ‘KBS 정상화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제작 자율성 탄압 사례를 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보도·시사부문 책임자 임면동의제 △편성위원회 정상화 통한 보도와 제작 자율성 활성화를 강조했다.

KBS PD 출신인 이상요 후보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KBS스페셜> 기획팀장과 KBS 정책기획센터장 등을 역임한 사실을 강조하며 KBS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KBS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요 후보자는 수신료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오늘은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역사적 순간으로, 국민의 대표들로 시민자문단이 참여한 이 자리가 제1기 국민 주주총회라고 생각한다"며 “의미있는 뉴스와 품격있는 프로그램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이상요 후보는 “2008년 보직간부로 있을 때도 KBS 정상화를 위해 뜻을 같이 했었고, 퇴직한 이후에도 KBS에 관심을 계속 뒀다”며 “KBS를 훼손한 인물들의 어떻게 할지 고민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인적 청산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9년간 3년 이상 주요 보직을 맡은 이들의 보임 배제도 공약했다.

▲ ⓒKBS

이정옥 후보자(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는 “언론이 권력 견제·감시의 기본 소명을 다 했다면 지난 국정농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에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KBS의 신뢰 회복을 위한 부끄러운 과거사 청산을 통한 구성원 통합”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 사원의 공모를 통해 직급, 직종, 지역 등을 고려해 열린 혁신단(가칭)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열린 혁신단을 통해 사원청원제도, 무기명 의견 수집 등을 하고 구성원 총의를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정옥 후보는 최근 9년 동안 KBS 주요 보직자에 대한 '인적 청산' 요구와 관련해 "예전 사장 때 국장을 했다고 저를 ‘적폐’로 규정하는 것을 들었지만 어떤 사장이 왔든지 주어진 자리에서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해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KBS 기자 출신으로 파리 특파원 등을 거쳐 KBS 보도본부 해설위원을 지냈다. 이전 정부 시절에 이정옥 후보는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과 KBS 글로벌전략센터장을 맡았다.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회가 끝난 이후 시민자문단은 “소외계층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 “스스로 KBS 내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말해달라”, “정치적 이념으로 갈등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통합할 방안”, “외주제작 제도 개선을 위한 보다 구체적 방안을 말해달라” 등 날카로운 질문을 후보자들에게 던졌다.

시민자문단은 후보들의 발표와 답변을 토대로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비전','KBS 정상화 방안', 'KBS 미래 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방안' 등에 대해 5점 만점으로 평가서를 작성했다.

6시간 동안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를 진지하게 지켜본 시민자문단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민들은 “어떤 사장이 후보자가 되든 자신이 말한 공약을 꼭 지켜나갔으면 좋겠다”,“사장 후보자들의 발표를 들으며 뿌듯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 사전에 후보자들에 대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아쉬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민자문단의 평가서는 밀봉해 보관한 뒤 오는 최종 사장 후보자 선발에 40% 비중으로 반영된다. 사장 후보 정책발표회를 주최한 KBS 이사회는 오는 26일 후보자 면접 이후 최종 사장 후보자를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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