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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 출연자 일상 공개와 교류의 장으로 공간 활용

▲ 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예능의 공간 활용법은 트렌드에 따라 달라진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 붐이 일면서 스튜디오 예능에서 야외 예능으로, 내부에서 외부로 공간이 확장됐다.

예컨대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출연자들은 전국 방방곡곡의 숨은 명소나 크고 작은 도서 지역을 다니며 멋진 자연 경관을 찾아다녔고, MBC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도심 곳곳을 추격전의 무대로 삼아 뛰어다녔다. 이러한 야외의 현장감을 살린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관찰 예능’으로 예능 흐름이 바뀌면서 카메라는 특정 공간을 비춘다. 스타의 일상을 담은 공간이나 제한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풀어내면서 예능의 재미를 찾아내고 있다.

‘스타의 사적 공간’이 예능 스튜디오가 된 셈이다. 육아 예능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나 혼자 산다>를 기점으로 스타들의 주거 공간은 다양한 요소와 결합돼 소개되고 있다. 외국인 예능이 인기를 끌자 여행과 접목해 ‘스타의 공간’이 소환된다. 올리브 <서울 메이트>에서는 연예인 출연자들이 자신의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삼아 외국인 여행객과 홈 셰어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가수 전인권의 집에 방문해 동침하며 사부의 비법을 전수받는 데 이어 지난 25일 방송에서는 동파한 사부 집을 대신해 출연자 육성재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이밖에 MBC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에서도 집주인-셋방 식구 콘셉트를 내세워 스타들의 주거공간을 그대로 노출한다.

▲ JTBC <효리네 민박> 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공간은 단연코 JTBC <효리네 민박>의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집이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공간’은 ‘여행’, ‘힐링’이라는 요소와 결합되며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한다. <효리네 민박>은 여행객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를 표방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먹고, 자고, 쉬고, 노는 일상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출연자들이 나누는 대화나 행동 양식은 24시간 분주히 돌아가는 경쟁사회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틈을 선사한다.

방송사들이 관찰 예능의 흐름에 따라 스타들의 공간을 주목하면서 공간을 한정적으로 다루는 방식도 눈에 띈다. 지난해에 이어 현재 시즌2를 방영 중인 tvN <윤식당2>이 대표적이다. <윤식당2>에서는 해외 촬영임에도 부엌, 홀, 야외 테라스, 숙소 등 제한적으로 공간을 사용한다.

올리브 <달팽이 호텔>에서는 호텔이라는 공간을, 파일럿으로 방영된 tvN <자리 있나요>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여행객을 만나 차에 동승할 ‘자리’가 있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고, tvN <친절한 기사단>에서는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을 섭외해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하며 재미를 발굴한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들이 제한적인 공간에서 재미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국내 최초로 제작된 사법 예능 JTBC <착하게 살자>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다.

현실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실제 경찰서, 법원, 구치소, 교도소에서 촬영하고 있고, 실제 현직 경찰관과 교도관, 법조인 등이 방송에 참여 중이다. 교도소 화장실, 재소자의 식사 준비나 배식, 목공 노역장 등 실제 접하기 어려운 환경을 접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지만, ‘교도소’라는 공간을 예능의 소재로 내세우면서 이를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송사들이 특정 공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관찰 예능의 특성상 자연스레 연예인 출연자의 일상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위적인 설정을 덜어낼수록 관찰 예능의 오락성이 떨어질 수 있어 독특한 공간을 무대로 삼거나, 출연자들이 공간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찾아내며 재미를 만들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시청자의 주목도가 높은 포맷인 만큼 간접광고를 통해 제작비의 일부를 충당하기도 한다. 실제 ‘홈루덴스’, ‘홈캉스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공간’은 일상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예능 프로그램이 사적인 공간을 타인과 교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다양한 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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