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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사랑의 모양'을 감싸는 음악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l승인2018.02.27 14: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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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신지혜의 영화음악>진행)]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기억이 있을 때부터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우아한 손놀림으로 수화를 통해 자신의 말을 한다.

그녀는 혼자 산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방과 생활을 보면 아마도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혼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녀에겐 두 친구가 있다. 한 사람은 연구소에서 청소부 일을 함께 하는 젤다, 한 사람은 영화관 바로 위 낡고 허름한, 그녀의 방 옆방에 사는 화가 자일스. 그녀는 그들과 교류하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그렇게 한 치의 오차도, 이변도 없을 것 같은 그녀의 삶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어느날 그녀가 일하는 직장에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무언가가 실험실로 실려 온 것인데 이 실험체가 겁에 질린 것인지 꽤 난폭하게 군 것이다. 도무지 연민과 마음을 찾아볼 수 없는 스트릭랜드의 얼굴은 그 생명체를 향해 험상궂은 표정과 배타적인 태도로 “남미에서 신으로 간주되는 괴생명체”라고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엘라이자는 그의 방을 청소하다가 그가 음악에 반응하는 것을 보게 되고 달걀과 음악과 수화로 그와 교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엘라이자와 그는 사랑에 빠진다.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스틸컷.

기예르모 델 토로. 어떤 이에게는 무척 소중한 이름이고, 어떤 이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이름일 것이며 어떤 이(아마도 대다수)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그의 전작들을 이야기하면 조금 도움을 될까. <헬보이> 1, 2편과 <퍼시픽 림> 그리고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이하 <판의 미로>) 그리고 그가 제작했던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이하 <오퍼나지>)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얼핏 봐도 필모그라피의 스펙트럼이 독특한 분포를 보인다. 어쨌거나 이것이 기예르모 델 토로다.

그의 영화는 엄청난 판타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판타지의 영역을 넘어서는 힘을 갖는 판타지. 오싹하고 때론 섬뜩하고 강렬하며 무척이나 매혹적인 그러나 결코 편안하게 볼 수 없는 <판의 미로>나 <오퍼나지>가 그러했고 보다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판타지인 <헬보이>, <퍼시픽 림>은 다른 색채를 띠고 있긴 하지만 판타지의 영역에 있다.

판타지.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이 공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판타지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판타지는 글자 그대로 인간의 온갖 상상력이 콘텐츠에 재현된 것이다. 더구나 기예르모 델 토로는 텍스트를 한 겹으로 깔아놓지 않는다. 몇 겹의, 다층적인 텍스트는 그것을 읽어내는 재미를 더해준다.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은 <판의 미로>나 <오퍼나지>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익숙한 이야기의 흐름에 다양한 텍스트의 층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텍스트를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여러 층의 텍스트가 있다고 난해하거나 거칠 것이라고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이야기는 충분히 쉽고 친절하며 사랑스러우니까.

사실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줄거리를 설명하거나 이런저런 하위 텍스트를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한 두 마디 더 적는 것으로 글을 맺는 것이 낫겠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샐리 호킨스. 엘라이자 역의 그녀를 우리는 사실 꽤 많은 영화에서 봤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 <핑거스미스>는 이미 영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그 영화에도 출연했고 <데저트 플라워>, <제인에어>, <블루 재스민>, <내 사랑>, <패딩턴> 등에서 우리는 그녀의 얼굴을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미처 깨닫지는 못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이 영화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다. 엘라이자의 마음과 생각을 눈빛으로, 수화로 표정으로 보여주는 그녀는 정말 눈을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든다.

또 하나, 최근 가장 핫한 영화음악가 중 한 사람인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 그의 스코어는 완성도가 꽤 높고 인상적이어서 이미 많은 영화음악팬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이 작품에서도 그의 음악은 엘라이자와 그의 연인, 친구들을 감싸안으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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