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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시간 촬영 후 졸음운전"...드라마 제작현장의 '민낯'

드라마 제작현장 개선TF, '라디오 로맨스' '미스티' 등 4개 드라마 특별근로감독 요청 이미나 기자l승인2018.02.28 15: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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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제작현장 개선TF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방영 중이거나 곧 방영 예정인 드라마 네 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PD저널=이미나 기자] "53시간 촬영 후 졸음운전"

"새벽에 끝나도 차비 미지급, 휴일 전날은 더 무리해서 촬영"

"엄청 추운 날 야외 촬영하다가 머리가 어지러워 이러다 죽겠다 싶었던 적도 수십 번..."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 등 다섯 개 단체가 참여한 '드라마 제작현장 개선TF'(아래 TF)가 밝힌 드라마 제작 종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TF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에 현재 방영 중이거나 곧 방영 예정인 드라마 KBS <라디오 로맨스>, JTBC <미스티>, tvN <크로스>, OCN <그 남자 오수> 촬영장 및 해당 드라마 제작사 다섯 곳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TF는 "이 외에도 지상파나 종편, 케이블 다수의 드라마에서 문제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이중 심각성이나 (제보) 빈도가 높았던 네 편을 선정한 것이지, 다른 드라마 제작 현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TF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건 <화유기> 제작진이 촬영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이후 안전 문제가 크게 대두됐는데도 제작현장이 그대로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TF는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드라마 제작 종사자를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장시간 이어지는 노동과 안전에 취약한 촬영장이 무엇보다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하루 평균 19.65시간을 일했고, 한 달 평균으로 24.85일을 근무했다. 하루 휴식시간은 5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90.1%를 차지했으며, 한 달 중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근무했다고 응답한 이들도 8.5%나 됐다.

종사자들이 안전상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었다. 촬영 중 안전문제가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72.6%였고, 부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61.9%를 차지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겪고 있는 종사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다. 응답자 중 전체의 67%가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으며, 계약직 비율도 19.6%를 차지했다. 현장실습생이나 용역직인 경우도 있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상품권 임금' 문제처럼 상품권이나 촬영에 사용된 소품, PPL 물품 등으로 임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임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아예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 JTBC <미스티>, KBS <라디오 로맨스>, tvN <크로스>, OCN <그 남자 오수> 포스터 ⓒ JTBC, KBS, CJ E&M

그러나 TF는 드라마 제작 종자사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함에도 실제로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관리 감독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주당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예외가 적용되는 특례업종을 기존 26개에서 5개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방송제작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만, 실제로 종사자들에게 '주당 52시간'이라는 기준이 적용될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TF의 생각이다.

또 <화유기> 추락사고 이후 정부 5개 부처에서 방송 외주제작 시장에서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탁종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정부 부처 관계자를 만나 문제를 제기해도 서로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만 한다.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선 (정부 부처가) 책임 회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만큼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같은 문제가 적어도 세 번 발생하는 제작사에 대해서는 허가를 취소하는 규제 강화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F는 28일 오후 고용노동부 서울청을 찾아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청했다. 최정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조사 결과에는 67%가 프리랜서라고 밝혔지만 실질적 근로자성을 따져 보면 이들은 모두 기간제 노동자로 봐야 한다"며 "(계약 형태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므로 특별근로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독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최정기 국장은 "현재 제작 현장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보면 주 2회 편성이라는 출혈 경쟁 시스템, 사전집필 없는 쪽대본 시스템, 주연배우의 고액 출연료 등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방송 편성의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야지 PD 개인의 선의나 의지, 한 방송사 경영진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고쳐나갈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의지를 갖고 방송사업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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