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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반격하라"

[리뷰] 페미니즘 고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구보라 기자l승인2018.03.06 12: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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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구보라 기자]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등을 고발하며 그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MeToo) 운동이 한국 사회에 퍼져가는 지금 이 시기에, 이처럼 시의적절한 책이 또 있을까.

'강간과의 전쟁'을 선포한 치열한 강력한 페미니즘 고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밀러, 오월의 봄, 2018)의 완역본이 나왔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원제: Against Our Will-Men, Women and Rape)는 강간 문화가 팽배한 현실에 여성들이 어떻게 개입해 싸워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하며 ‘싸우는 여성’, ‘싸울 여성’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책으로 우리 사회에서 강간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정당화됐는지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브라운밀러는 피해자와 여성의 관점에서 강간에 대한 정의를 새로 쓰며 여성들에게 맞서 싸우자고 한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밀러, 2018) 오월의 봄

저널리스트이자 활동가였던 브라운밀러는 주디스 버틀러, 케이티 로이프, 벨 훅스와 함께 제3세대 페미니즘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1971년 ‘뉴욕 급진 페미니스트 강간 말하기 대회’와 ‘강간 학술 대회’를 주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들의 증언을 접했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강간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엔 ‘강간’과 관련한 그 어떠한 연구나 자료도 없었다. 그는 수많은 도서관과 경찰서, 군 기관, 법정 등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신문 기사와 잡지, 사료, 재판 기록, 증언록, 자서전, 수기, 문학, 대중문화 텍스트와 같은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와 냉소, 위트로 자료들을 분석해냈다.

“강간은 일부 남성들이 정욕을 통제하지 못해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라,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하고 자기방어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여성들을 정확히 목표로 삼아 저지르는 권력 범죄다”

이처럼, 강간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하며, 강간 남성들을 옹호하는 이들과 사회의 논리를 하나씩 무너뜨린다.

그는 사회의 수많은 시스템과 분위기들이 남성 권력이 주도하는 강간 문화를 만들어오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간당한 여성에게 ‘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냐’며 따져 묻는 경찰과 사법 시스템, '여성이 주의해야 한다'며 여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 언론·TV·영화·문학 등 대중매체에 존재하는 강간문화와 남성사회의 폭력 자체에 분노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에 담긴 브라운밀러의 분석과 지적은 2018년 한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한국에서 미투 운동의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온 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 우리나라에서도 성폭력을 말하는 시도가 있었다. 성폭력 생존자들은 2003년부터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알리고 고발했다. 하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수많은 고발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는 목소리는 존재한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협박성 또는 회유성 연락을 취하고 피해자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이 시점에 나온 브라운밀러의 “여성들이여 반격하라”는 목소리는 더욱 반갑다.

“반격하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불균형을 바로잡고, 우리 자신과 남성들을 강간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가 여러 층위에서 함께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수준에서 강간을 피할 방도를 찾거나, 강간이 더 빈번히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강간은 근절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간 근절은 장기간에 걸쳐 다수가 협력해야만 가능하며, 여성만큼이나 남성의 이해와 선한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강간에 역사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가 함께 강간의 미래를 단호히 부인할 차례다” 

▲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밀러, 2018) ⓒ오월의 봄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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