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속도 내는 KBS-MBC, '삼성'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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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스트레이트', '이건희 차명계좌' '언론 유착' 다뤄..."그동안 역할 못한 속죄 의미도"

[PD저널=이미나 구보라 기자]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양대 공영방송사가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자본권력'의 정점인 삼성을 연달아 조명하고 나섰다.  

지난 7일 KBS <추적60분>은 총 2부작으로 제작된 '삼성공화국'의 첫 편을 방송했다. 지난해 8월 제작 거부에 들어간 뒤 7개월 여 만에 방송을 재개하면서, 첫 아이템으로 삼성을 둘러싼 의혹을 택한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추적60분>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수사를 담당했던 조준웅 특검의 증언을 통해 당시 삼성의 증거 인멸과 수사 인원 부족으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수사 결과 확인된 차명계좌 1199개 또한 '삼성이 인정한' 규모일 뿐 실제로는 더 많은 차명계좌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금융실명제법을 둘러싼 해석 문제 때문에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도 다뤘다. 

▲ 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화면 갈무리 ⓒ KBS

<추적60분>은 프로그램 말미 "금융실명제의 법 해석에 25년이나 혼선이 빚어진 게 삼성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적60분>은 다음 주 '삼성공화국' 제2부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구속 수감됐다 최근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후락 <추적60분> 팀장은 <PD저널>에 "최근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삼성이 많은 문제와 엮여 있다고 생각해 파업 후 첫 방송으로 삼성을 다루고자 했다"며 "2편은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풀려났나'를 주제로 집행유예 판결문을 분석하는 내용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4일 MBC <스트레이트>도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전 사장의 문자에서 드러난 삼성과 언론의 유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 MBC

지난해 <시사IN>이 보도하기도 했던 이 의혹은 KBS, MBC, SBS, 연합뉴스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사가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 제일모직 상장 당시 삼성가의 삼남매가 700배가 넘는 차익을 얻었던 사안이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논란 등 삼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들에서 삼성이 대형 언론사의 사실상 '데스크'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문자들이 이날 방송에서 다수 공개됐다.

<스트레이트>의 곽동건 기자는 이날 방송에서 MBC가 이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자진납세"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전영우 <스트레이트> 부장은 <PD저널>에 "방송에서도 예고했듯 앞으로도 삼성과 언론 간의 문제는 계속해서 다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와 <추적60분>의 시청률은 아직 한 자릿수 대다. 그러나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SNS와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추적60분>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끝까지 추적해 달라" "오랜만에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한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스트레이트> 게시판에도 "달라진 MBC의 신호탄이 됐다" "예전 MBC의 날카로움을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 부유한 자는 더 부유해지지 /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 / 모두가 알아."

7일 <추적60분>의 마지막에 흘러나온 노랫말에는 세상을 향한 냉소가 담겼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앞으로도 거대 권력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락 팀장은 "거대 권력을 향해, <추적60분>이라는 가치에 맞는 철저한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좀 더 분량을 키우는 방송을 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영우 <스트레이트> 부장도 "'정상화'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의 요구에 충실하게 복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스트레이트>의 목표다. 이는 동시에 그동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속죄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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