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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드라마 환경개선 대책, 현장에선 '무용지물'"

드라마 스태프들 대안 모색 토론회서 "현장서 일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토로 이미나 기자l승인2018.03.09 16: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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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국회에서 '드라마 제작현장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해 tvN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 사망 사건에 이어 <화유기> 스태프가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지는 등 드라마 제작현장의 열악함을 방증하는 사건사고가 일어나면서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환경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앞서 KBS <라디오 로맨스> JTBC <미스티> 등 4개 드라마의 촬영장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한 '드라마 제작현장 개선TF'(아래 TF) 등이 9일 국회에서 '드라마 제작현장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아래 토론회)를 열었다. (▷관련 기사: "53시간 촬영 후 졸음운전"...드라마 제작현장의 '민낯')

토론회는 먼저 드라마 제작 현장의 실태를 다시 한 번 짚어보는 한편, 정부 관계 부처가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박사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제작 구조에서 제작사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스타작가나 배우에 기대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반대급부로 현장 스태프의 노동 환경은 열악해지는 상황에 주목했다.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현행 법규의 미비점을 주로 지적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최근 방송업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연장근로 시간의 제약이 없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었지만 "종사자 근로시간 문제 해결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준수되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을 가리키며 "문제 해결 위해서는 실효적 조치에 과감하게 돌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 담당자들은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실제 드라마 외주제작사 등을 근로감독할 땐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내부적으로 이 판단 기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협의해 노동관계법 위반 우려가 있는 업체들에 대해선 바로 근로감독을 나가는 작업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태호 과장은 "전국에 있는 근로감독관이 1천 4백 명 정도인데, 모든 현장을 근로감독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드라마 제작현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동인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광혁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장은 지난해 12월 다섯 개 부처가 마련한 외주제작 관련 종합 대책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5개 부처가 처음으로 함께 대책을 마련했는데 어느 한 부처에서만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오광혁 과장은 "방송통신위원회는 5개 부처로부터 나오는 (개선안 관련) 결과를 재허가 승인이나 방송사 평가와 연계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경근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그동안 한류 등 (드라마 산업) 진흥이나 확산에만 주안점을 뒀지 그 이면에는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실제 (드라마 산업에서) 쓰이는 계약서를 확보해 정부 방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태를 점검하고, 낙후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기존에 발표했던 정책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주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조단역 배우들에게 30% 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캐스팅디렉터의 폐해와 출연자의 인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방송출연표준계약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주우 사무국장은 "관계 부처에 요구를 해도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있어 강제할 수 없다'거나 '사회의 공감대 형성이나 이슈 형성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결국 누군가 다치거나 죽어야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니냐"며 "며칠 전 (관계 부처들이) TF를 만들어 1차 회의를 했다고 하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토론회 말미 "1분만 시간을 달라"며 발언을 자청한 한 드라마 스태프 역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제작사에선 다른 데보다 (급여를) 많이 준다고 하지만, 오전 7시에 촬영장에 도착해 촬영을 몇 시까지 하는지 아느냐"며 "미니시리즈는 기본이 디졸브(밤샘 촬영)이라 찜질방 가서 씻고만 나온다. 일일드라마도 1, 2회는 힘을 줘야 하니까 오전 3시까지 찍는 일도 많다. 일찍 끝난다고 해도 2시"라고 일갈했다.

또 그는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노동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고, 민사 소송으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우리도 열심히 일하는데 왜 근로자가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스태프는 "드라마 현장에서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 상해보험 들어놓는 제작사도 있지만 갑자기 잘릴 수도 있어 함부로 (다쳤다고) 이야기하지 못한다"며 "현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눈치 봐 가면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라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급여도 스태프는 항상 (지급 순서에서) 끝이다. 줄 돈이 없다고 하면 스태프에게는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가장 마음 아픈 건 노동조합도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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