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정상화' 위해 제작 거부한 PD들 '올해의 PD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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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 파업기획단· MBC 'PD수첩' 제작거부 PD들 수상 영예

[PD저널=김혜인 기자] 제30회 한국PD대상에서 방송 정상화를 위해 KBS새노조 파업 영상 제작에 참여한 32명의 KBS PD들과 MBC ‘PD수첩’ 제작을 거부한 10여명의 PD들이 ‘올해의 PD상’을 받았다. 

한국PD연합회(회장 류지열)가 시상하는 한국PD대상 역사상 제작 거부로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PD들의 제작 거부가 공영방송 정상화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제30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밝힌 김현기 MBC PD는 “감사한 마음보다 일부러 프로그램 제작을 멈췄다는 점에 시청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마침 그 때에 <PD수첩>을 했기때문에 상을 받은 거지 동료 시사교양 PD들은 훨씬 오래 전부터 싸워오고 있었다. 더 열심히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KBS 파업 영상을 제작한 '파업기획단'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이현정 KBS PD는 “매일 아침 부족한 파업 영상을 보며 울고 웃어준 선배들 덕분에 방송 언어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길 수 있었다”며 “마지막으로 외로운 파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YTN동지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겠다”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KBS·MBC PD들은 경영진의 아이템 검열에 반대해 제작 거부에 들어갔으며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을 받으며 수상자로 선정됐다.

▲ 올해의 PD상 MBC PD수첩 제작거부 PD들 ⓒ김성헌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에 수여하는 실험정신상 TV부문에는 MBC <세모방 (세상의 모든 방송)>, 실험정신상 라디오 부문에는 국악방송 Interview-Sic 다큐멘터리 <들려오는 것들>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TV부문 작품상 시사‧다큐부문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몸통은 응답하라- 방송장악과 언론인 사찰의 실체’>를 제작한 이큰별 PD가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 PD는 “먼저 KBS와 MBC 동료 여러분들의 파업이 종료를 축하드린다. 이번 ‘몸통을 응답하라’편으로 SBS교양피디로서 부채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번에 상을 받았을 때 제보했더니 효과가 좋았다"며 "2001년 12월 11일 조졍면 육군 맹호부대 소속 염순덕 상사의 모습을 목격한 목격자를 찾는다”고 프로그램 제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 올해의 PD상 KBS제작거부 및 파업영상제작 PD들 ⓒ김성헌

TV부문 교양‧정보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독립PD협회 <SBS스페셜-서번트 성호를 부탁해>2부작의 정관조 PD가 상을 받을 때는 다큐멘터리 주인공 성호씨가 무대로 올라와 “피아노와 클래식 열심히 해서 피아니스트와 클라이스트가 되고 싶다. 감사합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TV부문 작품상에는 △드라마부문 KBS <쌈,마이웨이>‧<김과장> △예능부문 MBC플러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독립제작부문 독립PD협회 <KBS 다큐공감-설기획 ‘섬친구’> △지역정규부문 TBC <꿈꾸는 운동장 두두두> △지역특집부문 MBC충북 <소야곡> 등이 선정됐다.

라디오부문 작품상은 △시사‧교양‧드라마부문 tbs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 △음악‧오락부문 KBS <세상의 모든 음악> △특집부문 KBS 카자흐스탄 고려인 정주 80주년 특집 <바람의 세월, 아직 끝나지 않은 유랑> △지역정규부문 울산 MBC <이관열, 이남미의 확 깨는 라디오> △지역특집부문 을산극동방송 <중독,어딕션>이 받았다.

출연자 부문에선 배우 천호진, 레드벨벳, 개그우먼 박나래, 방송인 김생민, 김어준 총수 등이 수상했다.

출연자상 TV 진행자 부분 수상자인 방송인 김생민은 상을 받으며 울컥한 심경을 표출했다. 김씨는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얘기하는 건 자극적인 이야기나 정답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답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니 이를 재미있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자상 라디오 진행자 부문 수상자인 tbs<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김어준은 촌철살인 소감을 남겼다. 김 씨는 “수십년간 난공불락이었던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초토화시켜주신 두 전직 대통령에게 수상 영광의 3분의 1을 드리고, 저의 유일한 라이벌 손석희씨를 타 방송사로 쫓아내 주신 MBC 전직 사장님에게도 감사하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도 라디오가 매력적인 매체라는 걸 매일 매일 입증하고 있는 제 자신과 스태프에게 나머지 영광의 3분의 1을 드린다”고 말했다.

공로상은 故박환성, 김광일 독립 PD에게 돌아갔다.

故박환성 PD의 동생 박경준씨는 대리수상을 하며 “형은 세상을 떠났지만 저의 형의 분신과도 같은 ‘블루라이노 픽쳐스’는 죽지 않았다”며 “형이 남겨놓은 ‘야수의 방주’는 얼마나 걸리든 꼭 완성시키겠다”고 다짐했다.

故 김광일 PD의 부인인 오영미 작가는 수상소감 대신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왔다. 오 작가는 “나의 남편 김광일 PD. 멀리 출장을 떠난 당신이지만 잘 살아왔다고 많은 축복 속에 상까지 주시네. 당신 정말 잘했어”라며 “당신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나 열심히 살아볼게"라고 소감을 전했다. 

류지열 한국PD협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PD대상 시상식을 제대로 진행하기도 어려웠다"며 "지난 10년 동안 많이 부족했지만, 더 나은 방송, 공정방송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전체 PD를 대표해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에는 김나진(MBC)·박소현(KBS)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고, 신현희와 김루트, 더보이즈, 민우혁이 축하 공연을 꾸몄다.

시상식은 오는 16일 오후 3시부터 90분간 MBC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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