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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 보도에 피해자 '인권' 없어"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원들, 성명 발표...언론 성찰과 변화 촉구 이미나 기자l승인2018.03.19 14: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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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이동후, 아래 학회) 회원 109명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의 자성과 변화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학회는 19일 낸 성명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저널리즘 윤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선정적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비공개 자료 보도', '피해 사실 묘사 치중', '피해자의 사진이나 영상 무분별한 사용'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출연하는 생방송 인터뷰를 두고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대중을 상대로 오롯이 져야 하므로 인터뷰 후 심각한 2차 피해를 초래했다"고 했다.

또 '미투' 운동 때문에 관련 업계가 피해를 봤다거나, 직장 내 성차별을 공고히 하는 장치인 '펜스룰'을 최근의 미투 운동과 결부해 보도한 사례를 들어 "언론의 성폭력 보도는 남성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그 책임을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미투' 운동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함께 연대하겠다는 목소리를 모으는 중요한 사회적 흐름"이라며 "언론은 이 운동을 제대로 보도해 사회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책임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지금 우리 언론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보도 이후 피해자가 감당하게 될 법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려"라며 "언론 보도로 인해 불필요한 2차 피해가 생겨나지 않도록 취재 및 보도 전반에서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젠더 폭력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결여된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 언론이 (여성) 인권에 대한 의제설정 기능을 체대로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각 언론사와 언론단체, 그리고 관련 정부 기관에도 학회는 "언론이 보도·취재 과정에서 젠더 민감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언론인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라며 "젠더 폭력, 인권 피해에 대한 보도 전담 모니터링 및 성 평등 교육 기구 신설 및 기존 기구의 실효성있는 운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109명의 회원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미투' 운동 보도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촉구한다

미투(#Metoo)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발화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그 폭력적 민낯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물결을 이룰 만큼 이 운동의 대중적 지지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언론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사건에 관한 단순 중계식 기사에 몰두함으로써 피해자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2자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연구자들은 우리 언론이 좀 더 나은 보도로 젠더폭력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피해자 인권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피해자 보호이다. 사실 전달이라는 명목 하에 피해 사실 묘사에 집중하거나, 피해자 발언에만 의존하거나, 피해자 사진과 영상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현재의 보도 관행 속에서 언론이 피해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출연하는 생방송 인터뷰의 경우,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대중을 상대로 오롯이 져야 하므로 인터뷰 후 심각한 2차 피해를 초래하였다. 보도 기사에서도 피해자의 의사에 反하여 특종을 잡기 위해 비공개 자료를 입수하고 보도하는 언론의 구태는 선정주의의 늪에 빠진 우리 언론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관행 속에 피해자의 인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 언론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보도 이후 피해자가 감당하게 될 법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려이다. 언론 보도로 인해 불필요한 2차 피해가 생겨나지 않도록 취재 및 보도 전반에서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2. 성폭력에 대한 남성 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 젠더 폭력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이해,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자세에 기초한 취재/보도를 해야 한다

미투 운동은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에 맞서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꿔내기 위한 여성들의 처절한 절규이다. 고통 속에서 미래를 말하는 이 운동이 진정한 사회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언론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언론의 성폭력 보도는 남성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 즉 피해자의 말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피해를 보거나 가해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방식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펜스룰'처럼 직장 내 성차별을 공고하게 만드는 대응을 '미투 운동 때문에' 생긴 새로운 풍토로 소개하는 등, 언론 보도는 여전히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그 책임을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젠더 폭력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결여된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 언론이 (여성) 인권에 대한 의제설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를 요구한다.

3. 언론의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과 실효성 있는 성평등 교육 기구 운영을 요구한다

언론은 이제 성폭력 범죄 해결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성평등한 미래를 앞당겨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에 대한 모색에 앞장서야 한다, 미투 운동이 요구하는 것은 성폭력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성찰과 변화이며, 언론계 역시 그로부터 예외는 아니다. 언론이 보도/취재 과정에서 젠더 민감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언론인에 대한 재교육 역시 필요하다. 각 언론사와 언론단체, 그리고 관련 정부 기관에 젠더 폭력, 인권 피해에 대한 보도 전담 모니터링 및 성 평등 교육 기구 신설 및 기존 기구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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