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노희경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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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짜를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영화 <1987>에 나오듯, 대학시절 불심검문을 수시로 당해봤던 이들이라면 경찰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결코 좋을 수 없다. 무엇이 그렇게 그들을 악에 바치게 했는지 다짜고짜 경찰버스에 태우고는 욕설에 구타까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절이다. 그래서 그 때 학생들은 그들을 ‘짭새’로, 경찰버스를 ‘닭장차’라고 불렀다.

그렇게 시대가 지나 ‘독재타도’를 외치며 전경들과 대치하던 학생들이 나이 들어 그 때를 회고하는 이야기 속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당시 대치 상황에서 마주 선 전경들 속에서 자신들의 친구를 발견하고는 아연실색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실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일까. 그건 그토록 죽일 듯이 싸웠던 그들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와 같은 학생들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저 밑바닥에서 피어나고 있어서가 아닐까.

노희경 작가가 들고 온 드라마 tvN <라이브>는 바로 그 경찰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목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경찰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실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깨겠다는 의지다. 노희경 작가는 2016년을 뜨겁게 달군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전경들을 보고 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뜻에 동조하지만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대치하도록 명령받은 그들이 갖게 될 딜레마와 당혹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 tvN 드라마 <라이브>

하지만 편견을 깨겠다는 좋은 의도는 보기에 따라서는 미화로 보일 수 있다. 신출내기들이 어느 대학 총장실을 점거한 대학생들을 공권력으로 해산시키는 장면은 곧바로 ‘미화 논란’을 낳았다. ‘당하는 대학생들’을 보여주면서도 마치 ‘경찰들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패배주의적 관점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건 어쩌면 우리네 현실 그대로일 것이다. 그 어떤 신출내기 경찰들이 자신들의 소임인 국민을 지켜내는 일이 아니라 공권력을 행사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할 것인가. 그래서 그 장면 이면에 담겨진 건 선량한 대학생과 평범한 경찰들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나쁜 권력자와 시스템에 대한 비판일 수 있다.

마치 그걸 드러내기라도 하듯 드라마는 지구대에 배치 받은 염상수(이광수)가 음주운전을 한 국회의원을 잡아오고도 오히려 지구대장이 그들에게 뺨을 맞고 결국 풀려나는 그들을 보여준다. 공권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제지되어야 할 상황에서는 발휘된다. 공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들의 잘못된 행태 때문이다.

<라이브>는 지구대의 경찰들을 모두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오양촌(배성우) 같은 문제적 인물도 있다. 그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한 마디로 ‘전설’로 불릴 정도의 베테랑이지만, 개인사나 인간관계는 부족함 투성이다. 강력계에서 일하며 몸에 밴 거친 면모가 개인의 삶까지 스며들면서 가족을 배려하지 못한다. 일에 대한 엄격함 때문에 새로 들어온 신입경찰들에게 툭하면 손찌검이다. 물론 생사가 오가는 살벌한 현장에 서게 될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도에 지나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양면적인 모습은 노희경 작가가 <라이브>를 통해 그려내려는 ‘진짜’ 경찰의 모습이다. 특별한 영웅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권력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직업인으로서의 경찰. 지금껏 우리가 살아온 경험들을 통해 경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면을 끄집어내는 일 모두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과연 진짜를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중요한 건 그 진짜를 봐야 진짜 문제가 어디서 비롯됐는가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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