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연, 민간교류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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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레드벨벳 등 예술단, 내달 두차례 공연

[PD저널=오기현 SBS PD] 과거 통일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10여년간 하면서 ‘성과주의’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경우를 많이 봤다. 어느 분야든 성과주의 풍토가 있지만, 유독 대북사업의 분야에는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 대북관련 사업은 항상 위험이 따르고 실패확률이 높아, 제대로 성공하면 집중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성과주의에 집착하다 보면 비밀주의에 빠진다. 타인의 협조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절차를 무시하게 된다. 퍼주기 논란도 단순히 정치적 논쟁의 산물만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이런 성과주의의 폐해일 수 있다. 한 건 제대로 하려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과한 비용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검증된 절차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북의 최고권력자 혹은 최고 실세와 연결되있다고 믿는 것이다. 중앙당의 간부, 군부 실세, 조총련 지도부가 자주 등장한다. 북한의 통치구조가 피라미드처럼 상위 정점의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부조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방송교류는 예외 없이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혹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평화위) 담당 부서에서 맡아 한다.

▲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모습. ⓒ뉴시스

실제 성과주의의 결과는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다. ‘특수’조직을 통해 ‘은밀’히 진행한 사업이지만 결국 통일전선부 실무자를 공개적으로 만나게 된다. 사기꾼은 북에도 있다. 방송교류사업을 하면서 얻은 교훈은 어렵더라도 공식적 절차, 공개적 협의과정을 거치라는 것이다. 시끄럽더라도 제대로 절차를 밟아야 후유증이 적고, 더디어 보이지만 공개적인 협의를 거쳐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번 남측공연단의 평양공연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정부차원의 협력사업이어서 까다로운 문제도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다. 북측 공연단의 평창올림픽 축하공연도 유익한 협력 경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남북 사이의 본격적인 문화교류는 6.15선언을 전후한 남측 방송사들의 방북공연을 통해 활성화됐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간 KBS, MBC, SBS는 교향악단 1회, 대중공연 7회 등 모두 8차례의 방북공연을 진행했다.

남측 최고의 기량을 가진 예술가들을 비롯해 매회 100명 내외의 제작 인원이 참여했다. 때로는 경의선 육로로, 때로는 서해선 항로로 방북한 공연단은 북측 실무자들과 치열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무대 설치, 선곡, 연출 방식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양에서 개최된 공연들은 분단 반세기의 이질적 정서를 조율해 무대에 올린 그 자체로 하나의 조화로운 하모니였다. 

이러한 축적된 경험과 정보가 이번 방북공연에도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이후 첫 사업인데다 시간적 한계 때문에 정부주도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급박한 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남북 사이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민간교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예술교류는 정치적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영속성과 순수성이 보장된다. 이번 평양공연이 바쁜 마음에 성과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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