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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엘리오는 곧 도착할 손님이 궁금하다. 교수인 아버지는 매년 여름이 되면 이탈리아 남부의 별장에 가족들과 함께 할 연구 조수를 초청한다. 매번 다른 성향, 다른 색깔, 다른 취향을 가진 젊은이들은 아버지의 연구를 돕는 것뿐 아니라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까지 한다.

드디어 그가 도착했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는 탄탄해 보이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이 잘 생긴 얼굴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그렇게 그 해 여름의 손님이 도착하고 엘리오는 창문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올리버는 몇 주간 묵게 될 그 곳이 궁금하다. 여름 동안 이탈리아 남부에서 교수를 도와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그 기간 내내 교수의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되는 것이니 일면 긴장되고 일면 기대가 되었을 것이다. 이전에 다녀간 조수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은 교수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었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드디어 그 집에 도착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공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태양과 반갑게 맞아주는 교수 부부가 여름 한 철에 대한 기대에 부풀게 한다. 그렇게 그 해 여름을 지낼 곳과 인사를 하고 올리버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엘리오와 올리버는 만난다.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그만큼 사랑의 기류를 잘 잡아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처럼 세심하고 섬세하게 공기에 감정을 입힐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의 전작 <아이 앰 러브>와 <비거 스플래쉬>에 이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이르면 그가 자아내는 공기에 도취하고 매료될 수밖에 없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이 작품은 단순히 뜨거웠던 한 계절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마주볼 때 일어나는 충돌과 반향, 매혹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카메라에 담긴 장면에 풀어낸 품격 있는 공기 덕분이다. 그가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거칠지도, 본능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지극히 고요하고 차분하다. 그래서 우리는 수선스럽거나 달뜨지 않고 서서히 주인공들의 마음과 감정에 접근하며 조금씩 이해와 공감의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들어선 감정 속에서 우리는 드디어 그들의 섬세하고 미세한 사랑의 떨림과 공명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제목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영화의 후반부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른다. 그것은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라는 경계마저도 뛰어넘어 너와 나의 마음을, 감정을, 사랑을, 운명을 뒤섞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엘리오와 올리버는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두 사람의 관계와 모습이 애틋한 건 바로 그 지점 때문이리라. 자신의 이름을 상대에게 붙여 부를 정도로 운명적인 상대이지만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마음과 상황이 두 사람의 이름 위에 맴돌기 때문이리라.

이름이라는 건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말해 주는 것이지 않은가.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막연하고 불특정한 다수에서 개체로 관심을 돌렸다는 것이고,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뭉뚱그려지고 포괄적인 상대들에서 특정한 한 사람의 고유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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