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된 예능, '무한도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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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는' 무한도전에 보내는 애청자들의 편지

▲ <무한도전>의 전신이었던 <무모한 도전> 1회 장면. ⓒ MBC

[PD저널=이미나·구보라·김혜인 기자]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 1회. 풋풋한 모습의 유재석은 이렇게 외쳤다. "초일류 연예인이 되기 위한 무한 프로젝트"! 아무도, 심지어 유재석도, 이 말이 '예언'이 되리라는 걸 쉽게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꿈☆은 이루어지며, 'R=VD'라고 했던가.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다. <무한도전>은 십 수 년간 대중에게 가장 널리 사랑받은 예능 프로그램이 됐고,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인했던 출연진은 모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원초적인 몸개그로, 혼을 쏙 빼놓는 추격전으로, 눈시울을 적시는 감동 프로젝트로 토요일 저녁 안방을 들었다 놓았던 <무한도전>이 13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무한도전>은 이제 가지만은 우리는 <무한도전>을 보내지 아니(못)하였다. 거창한 헌사 대신, <무한도전>을 사랑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여기에 남긴다. 

"익숙하며 서투른 이별"

나는 이번 이별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하얀색 쫄쫄이들을 응원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걱정했던 기억부터 동아리방에 모여 '효도르는 효도를' 자막에 깔깔대던 장면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무한도전>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물론 그 이유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무한도전> '다음'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별 앞에서 더욱 주저하게 만든다. 열렬히 응원하던 프로야구 선수가 사라진 그라운드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무한도전"이 들리지 않는 토요일 저녁은 상상조차 쉽지 않다.

재미와 인기는 물론, <무한도전> 만큼 성공적으로 대중과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언제 나올 수 있을까. 드라마, 대중음악, 영화 등과 견주어 <무한도전> 만큼의 위상을 차지하는 TV프로그램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짧지만 방송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입장에서 이런 질문들은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별은 피할 수 없기에 나는 기꺼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다. 먼저 '매주매주 특집'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과정을 13년 동안이나 해낸 <무한도전> 팀에게 오랜 팬이자 이젠 후배로써 무한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찌질한 시절 무모하고 무리한 도전에 실패를 거듭하던 '평균 이하'의 모습에 공감했고 어두웠던 시절 <무한도전>을 보며 작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 그랬기에 아쉬움보단 고마움 속에 즐겁게 <무한도전>을 보내고 싶다. 비록 서투른 이별일지라도.

(이한기·SBS 시사교양PD) 

"'무한도전' 덕분에 버틴 시절"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부터 시흥역(現 금천구청역) 사이 벚꽃십리길에서 전철과 달리기를 하던 <무모한 도전>과의 첫 만남은 2005년 4월이었다. 2005년 4월은 잊을 수 없는 때다. 대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이 엠티, 벚꽃놀이, 학교행사에서 추억을 쌓을 동안 나는 노량진에서 문제집을 푸느라 바빴다. 당시 위안을 준 건 <무한도전>이었다. 

무의미하게 흘러 보낸 토요일 저녁을 근사하게 포장해 주던 <무한도전>은 이제 도전할 아이템을 찾는 일 자체가 도전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가능했던 20대를 지나 도전할 일을 찾는 게 도전이 되어버린 30대의 나처럼. 급작스러운 종방 선언이었지만 그럼에도 <무한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한도전> 최후의 도전은 종방'이라는 자기예언을 실현하며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당신들 덕분에 삶의 의미를 찾아온 사람이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

(고광일·회사원)

▲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스틸컷 ⓒ MBC

"무한도전처럼"

그렇다. 나는 <무한도전> 키드다. 매주 토요일 저녁, TV로 <무한도전>을 보며 자라 지금은 TV PD가 됐다. "무한도전처럼" 만들고 싶었다. 시사교양PD지만 여전히 <무한도전>은 교과서이자 지향점, 그리고 뛰어넘고 싶은 과제다. 영상-음악-감성의 삼박자를 보여준 '텔레파시' 특집. 한계 극복의 순간,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온 ‘레슬링'과 '조정' 특집. 진실과 거짓을 비튼 '진실게임' 특집 등. 매회 특집을 한 <무한도전>은 나에겐 영감과 자극 그 자체다.

고백하자면 2012년 MBC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장기결방 했을 땐, 학생이었던 난 그저 생이별이라 섭섭했다. 그런데 지난겨울, 입사 후 처음으로 142일의 장기파업을 하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잘 나가는 방송을 중단한다는 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는 것임을. 그리고 "잊히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싸우며 오랜 공백으로 무너진 제작 시스템도 재건해야 함을. 긴 세월 우여곡절을 견뎌낸 <무한도전>이 그저 놀랍고, 존경스럽다.

마치 13년 간 혼자만 끄적거린, 짝사랑 가득한 편지를 마침내 보내는 기분이다. 쑥스럽지만 이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다고. 덕분에 즐거웠으며 정말 감사하다고. 그리고 다시 "무한도전처럼" 토요일 저녁에 돌아오길, TV 앞에 앉아 있던 무한도전 키드의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이상혁·KBS 시사교양PD)

"'무도 세대'는 영원하다"

'토토가'를 통해 최근까지도 많은 즐거움을 전해주던 <무한도전>이 끝난다고 하니 아쉽다. 토토가를 통해 H.O.T.와 젝키 세대를 소환한 <무한도전>은, 그 스스로가 '무도 세대'를 만들었던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나 또한 무도 세대라고 자부한다. 놀토와 무도의 기대감이 겹쳤을 때 가장 행복했으니까.

이제 더 이상 어리다고 말할 수 없는, 만으로도 25살을 넘어선 시점에 <무한도전>이 끝난다는 게 미묘하고 복잡하게 다가온다. 나의 한 때가 <무한도전>과 함께 떠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간 버텨왔던 <무한도전>을 잡을 정도로 어리지도 않다.  다만 언젠가 토토가처럼 <무한도전>이 옛 멤버들과 함께 돌아오길 기대한다. 굿바이 <무한도전>!

(최근도·취업준비생)

▲ 현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 ⓒ MBC

"예능 이상의 예능"

<무한도전>이 남긴 성과는 한두 가지로만 정리할 수 없다. 각 인물들에게 카메라를 배치해 캐릭터를 살려낸 영상기법은 이후 예능프로그램의 영상기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무한도전>은 '예능 위의 예능'과 같은 존재였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시도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시도하면서 현재 많은 프로그램이 직간접적으로 <무한도전>의 영향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예능총회' 편에 출연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멤버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촬영을 하고 스튜디오에 들어와서는, 다음날 새벽 한 두시까지 촬영을 했다. 그 와중에도 굉장히 오래 프로그램을 해 와서 그런지, 각 멤버들이 웃음 포인트도 잘 짚어내고 합도 잘 맞아 놀랐다. '볼 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참 어렵게 촬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무한도전>을 위해 달려온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고 본다. 김태호 PD가 지금까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무한도전'을 해 왔다면, 이젠 이 틀 밖에서 또 자신의 '무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큰 그림 안에서 김태호 PD가 내놓을 프로그램을 <무한도전>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싶다. 많은 대중도 나와 같이 보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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