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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남긴 유산

시청자들과 13년 동안 쌓은 ‘정서적 유대’...대중문화 대표 장르로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4.02 11: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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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무한도전>은 사실 오래 전에 끝났었다. 많은 사람들이 열성적인 팬을 일컫는 ‘무도 시어머니’ 때문에 서서히 어려워졌다거나 멤버 이탈과 충원 과정이 결정적이었다고 보지 않는다. <무한도전>을 좋아하고 대단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실상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예능의 장을 확장하면서 지속가능을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몸집을 키워왔다는 데 있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호 PD가 ‘<무도>의 전성기가 2010년까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모를 줄 알았다. 그 이후에 <무도>는 예능 트렌드뿐 아니라 가요계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매체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회자되는 대형 이벤트들은 대부분 그 이후에 집중됐다. 예를 들어 출연자 섭외의 한 과정일 뿐이었던 식스맨 선발 특집에서는 예능 업계 전체가 들썩거렸고, <토토가>는 복고나 추억이라 불리던 90년대를 최신 대중문화로 환생시켰다.

하지만 전성기를 이렇게 한정한 이유는 2010년에 이미 캐릭터쇼의 성장 스토리가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평균보다 조금 모자란 여섯 남자의 도전은 프로그램 내에서나 현실적으로나 상위 1%를 상회할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고, 이미 그때 벌써 레슬링 특집을 통해 멤버들의 성장 스토리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냈다. 이때부터 위기설은 대형이벤트의 스케줄에 따라 계절처럼 돌고 돌았다.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한 <무도>의 입장에서 성장 이후의 스토리는 사족일 수밖에 없다. 멤버들의 관계는 고정되어가고 수동적으로 변했다. 지휘하는 유재석의 손은 점점 바빠졌고, 존재감은 절대적으로 변했다. 그러고 7여년의 시간을 버텨냈으니 <무도>가 김태호, 유재석의 예능이라 부르는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마지막 회에서 내비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한다.

▲ 지난 3월 3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마지막 방송 화면 갈무리.

우선 감사 인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TV 예능과 관련한 글을 쓰며 먹고 살 수 있는 기회는 전적으로 <무한도전>에서 비롯됐다. 2006년 여름 뉴질랜드 편 이후 <무한도전>은 예능에서 말하는 재미, 장르, 정서적 범위를 대폭 확장하며, 시청의 개념을 새롭게 했다. 롤링페이퍼를 돌렸던 뉴질랜드 특집에서 캐릭터 간의 관계를 극화할 가능성을 찾았을 뿐 아니라, 방송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시청자와 프로그램 간의 거리를 좁혀 몰입의 깊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방송국 밖으로 카메라를 갖고 나오는 대변혁을 통해 방송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고, 방송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학교 축제로, 길거리로, 카메라를 들고 다가와 오늘날 예능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된 교두보가 됐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TV 예능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고 정서적인 공유를 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13년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만나는 <무도>는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일상의 친구로 다가왔다. 

지난주 마지막 회에서도, 또 지난 500회 특집에서도 유재석은 ‘우리는 이 안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을 통해 최고의 예능 MC 반열에 올라섰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의 성장 스토리는 캐릭터쇼 차원을 넘어 실제 현실로 이어진 셈이다.

그런데 이 성공이 이뤄진 세계는 비단 유재석과 박명수, 하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을 비롯한 멤버들과 김태호 PD뿐 아니라 13년을 함께 지켜봐온 시청자들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 사이 시청자들도 졸업을 하고, 진학 혹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았다. 힘들 때나 아플 때 위로가 되어줬고, <무도>의 웃음은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쨌든 살아왔다. 그렇게 싹 튼 정서적 유대는 지난 10여 년간 MBC를 건사했다.

이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우리 시대에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무한도전>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보다도 TV 프로그램과 시청자 사이에 함께한다는 연대의식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무한도전>과 동시대를 함께한 행운을 누렸다. <무한도전>은 내게 그리고 우리 세대에게 단순한 TV 예능이 아니라 동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자, 늘 그 자리에 있던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그러니 허전함보다는 오래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무도> 덕분에 오늘날 예능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다채로우며, 담론이 형성되는 대중문화의 대표 장르가 됐다. 그러니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고, 고맙다는 말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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