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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장자연 리스트' 침묵의 동업자 될 텐가"

시민단체들 '조선일보' 앞에서 "성역 없는 재수사 촉구" 이미나 기자l승인2018.04.05 14: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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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재조사를 권고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오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는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인근에서 '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과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먼저 경찰과 검찰을 향해 2009년 고 장자연의 사망 이후 드러난 '장자연 리스트'에 "구체적인 접대 내용과 상대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경찰과 검찰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검찰과 경찰이 <조선일보> 사주의 아들 방 아무개 씨가 장자연씨를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꽤 면밀히 조사하고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거대 족벌 언론의 무소불위 권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음에도 명확히 수사되지 않은 배경엔 <조선일보>라는 유력 언론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이들 단체는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장 씨를 죽음으로 몰아간 추악한 성범죄에 '언론계 인사'가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면 법적 처벌은 물론 언론계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했다"며 "하지만 <조선일보>는 줄소송으로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단체와 언론사 대표 등의 입을 틀어막고, 심지어 다른 언론사 보도에도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유력 언론사의 압박과 언론사의 암묵적 담합에 의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제대로 여론화되지 못한 측면도 크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권력관계를 악용해 벌어진 성범죄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인권 침해, '성상납'을 매개로 이뤄지는 권력을 향한 추악한 로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평등, 선출되지 않은 무소불위 언론권력의 횡포, 권력을 악용한 우리 사회의 온갖 추악한 행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을 대표해 현장에 나온 이들도 이제라도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미례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공동위원은 "성착취에 동원돼 피해를 입은 여성이 자신의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이 사건은 '개인의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며 "많은 언론이 공소시효 문제를 언급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사건을 철저히 재수사하고, 관련자를 적절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봉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무처장은 9년 전 같은 자리에서 고 장자연의 죽음을 두고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처벌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사무처장은 "(당시) 경찰이 '우리도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 어떻게 하지 못하는 언론권력인 <조선일보>로부터 억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라며 "경찰과 검찰이 9년 전 사건을 제대로 조사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설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사건에 언론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고 또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던 사실에 주목한다. 비겁했다"고 일침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검찰은 9년 전 어떤 권력이 자신들에게 압력을 가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권력의 부정의한 일들을 낱낱이 밝혀내는 것이 고 장자연의 억울함을 덜어주는 일이고, 우리가 고 장자연의 죽음을 기억하는 합당한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조선일보에서 또 다시 어떤 압박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언론이 동업자가 돼서는 안 된다"며 "'객관성'이라는 빌미에 숨지 말고,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도하는 데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2009년 늦깎이 신인 배우였던 고 장자연이 목숨을 끊은 이후, 그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문건에서 장씨는 강제로 유력 기업인과 언론인을 상대로 '성 접대'를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구체적으로 기업인과 언론인 등 31명을 거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성상납 혐의를 받은 이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사건 발생 9년 후인 2018년에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검찰이 관련된 인권 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는 사건"이라며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조사를 권고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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