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뺏긴 방송 기자가 쓴 탐사저널리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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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MBC 기자, 시사고발 프로그램 기자들의 취재기 '딥뉴스' 출간

[PD저널=김혜인 기자] 소설 <딥뉴스>(안형준 지음/새움)는 한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기자들이 권력의 탄압으로 인해 프로그램 폐지 위기를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성 정치인 조부의 친일 행적을 단독 보도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제작 거부와 파업으로 맞서지만 이들을 와해시키기 위한 탄압과 회유도 끈질기게 이어진다. 

지난 9년 동안 방송 장악이 집요하게 진행됐던 현실에 비춰보면 허구로만 보이지 않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소설을 쓴 작가가 현직기자 출신이란 걸 알게 되면 허구와 실화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진다. 

YTN과 MBC에서 기자로 일한 안형준 작가(현 방송기자협회장)는 2016년 MBC에서 비보도부서로 발령이 난 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안형준 장편소설 <딥뉴스> ©새움출판사

안 작가는 “비보도국으로 쫓겨난 뒤 처음에는 술만 마시고 지냈는데 후배 PD가 소설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쓰게 됐다”며 “거대한 권력을 상대로 한 해직기자들의 싸움이 그들만의 전쟁이 아님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딥뉴스>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기자들의 잠입 취재기를 생생하게 그렸다. ‘텐프로’, 호스트파, 구치소 등을 종횡무진하며 예상치 못한 사고와 위협 속에서도 기자들은 6mm 카메라를 놓치 않는다.

파업을 벌이는 기자들이 실제로 겪었을법한 어려움과 고민도 사실적으로 담겼다. 카드가 정지되고, 아들 수학여행비를 빌리는 가장과 논술학원에서 첨삭을 부업으로 하는 조합원 등 소설 속 등장인물과 MBC·YTN 언론인 모습은 겹쳐 보인다. 

실제 언론인,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속 인물도 여럿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최지웅' 기자, 전직 대통령 아들 '금재철', 대권을 노리는 여성 정치인 '조경혜' 등 등장인물의 작명법도 흥미롭다.    

안 작가는 “방송기자들이 왜 파업에 참여했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짚고 싶었지만 재미를 위해 드라마적 요소를 넣은 픽션"이라며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현실에서 따왔으니 맞춰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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